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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컬럼 물류신문 Physical Internet, 물류의 미래 ⑪

등록일2026-02-19

출처 : 물류신문, 한국물류연구원2025. 12. 15

Chapter 11. 피지컬 인터넷의 당면 과제와 미래 비전

십여 년 전, 당시 몬트리올의 CIRRALT(Interuniversity Research Centre on Enterprise Networks, Logistics and Transportation) 교수였던 브누아 몽트뢰유(Benoit Montreuil, 현 조지아공과대학) 교수와 동료 연구진들이 처음 제시했을 당시 매우 이상적이며 이론에 불과한 모델로 여겨 졌었던 피지컬 인터넷은 많은 연구와 기술적 진보를 통해 점차 현실 구현 가능한 모델로 다가오고 있다. 피지컬 인터넷은 물류 분야의 혁신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올 미래 기술로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한 개념인 것이 사실이다. 2025년 연간 시리즈로 11회에 걸쳐 싣게 되는 본 특별기획 기사를 통해 피지컬 인터넷의 핵심 개념부터 실제 적용 사례, 관련 기술들을 살펴보고 우리나라의 피지컬 인터넷 추진 현황과 전망을 알아보고자 한다. 본 특집기획 기사는 로지스올의 한국물류연구원 기고로, 이번 11회로 특별기획을 마무리한다. <편집자 주>


Ⅰ. 피지컬 인터넷, 글로벌 경쟁 구도의 핵심 인프라로 부상

2025년 10월 23일과 24일 양일간, 벨기에 브뤼셀에서는 유럽의 물류 혁신 플랫폼이자 피지컬 인터넷 이니셔티브인 ALICE((All iance for Logistics Innovation through Collaboration in Europe)가 주관한 ‘로지스틱스 이노베이션 서밋 2025(Logistics Innovation Summit 2025)’가 성황리에 개최되었다. 2014년 이후 매년 개최되는 이 행사는, 피지컬 인터넷의 국제적 흐름을 가늠하는 바로미터이며, 올해는 물류가 산업 혁신과 친환경 전환의 핵심 키워드로 부각되는 물류의 위상 변화에 초점을 맞추었다. 유럽은 현재 친환경 에너지, 디지털 전환(DX), 산업 구조의 전환이라는 세 가지 격변의 물결을 동시에 겪고 있으며, 지정학적 불확실성과 물류 병목 현상까지 겹치면서 물류는 더 이상 기업 경영의 ‘비용 항목’이 아닌, 국가 경쟁력의 핵심 인프라로 재조명 받고 있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의 Annika Kroon 물류과장은 키노트 스피치를 통해, 물류를 ‘자율성과 회복탄력성을 확보하는 경제의 중추’라고 정의하며, 유럽 또한 ‘협업’과 ‘혁신’을 바탕으로 이러한 도전을 정면 돌파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어 발제를 맡은 ALICE의 Fernando Liesa 사무총장은 PI 구현을 위한 실행 전략 ‘ALICE for Impact’를 발표하면서, 2030년까지 ①배출가스 제로화, ②완전 디지털화, ③무결점 연결(Seamless Connection) 상태의 유럽 물류 시스템 등 세가지 목표를 지향하는 ALICE의 비전을 공유했다.

피지컬 인터넷 실행을 위한 아젠다: 표준화, 디지털화, 협업의 현실화

금번 서밋에서 다뤄진 주요 아젠다들은 PI가 이제 이론적 개념을 넘어 ‘실행 가능한 전략’으로 전환되고 있음을 분명히 보여주었다.

Key Issue 1. 글로벌 경쟁 구도에서 ‘표준화’ 선점 필요

피지컬 인터넷은 상호운용성과 개방성을 전제로 하기에, 통일된 ‘언어’와 ‘형식’인 ‘표준화’ 없이는 작동할 수 없다. 이는 기술 경쟁을 넘어 국제 질서 형성의 문제로 연결되고 있으며, PI의 핵심 구성요소인 식별체계(ID), 정보 교환 포맷, 모듈형 컨테이너, 자동화된 허브 및 환적 시스템 등은 모두 국제 표준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현재 ISO(국제표준화기구) 내 PI 관련 논의에서 물류 전반은 중국이, 도시 물류는 한국이, 콜드체인 분야는 일본의 영향력이 크며, PI 구현 과정에서 국제 표준을 선점하려는 각 국가별 경쟁이 점차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금번 서밋에서 이에 대한 대응으로 한국(KCL)은 PI 구현을 위한 5단계 표준화 프레임워크를 제시하며 ISO 내 기술 분야 표준화를 리딩하겠다는 의지를 보였고, 일본 JPIC(Japan Physical Internet Center)는 기업의 PI 채택 수준을 정량적으로 평가하는 성숙도 모델(PIMM)을 ALICE와 공동으로 글로벌 표준으로 제안할 계획임을 밝혔다.

Key Issue 2. AI와 디지털 트윈으로 무장한 스마트 물류의 진화

PI의 핵심 기반 기술인 디지털 트윈(Digital Twin)과 인공지능(AI)은 물류의 복잡성을 가상공간에서 시뮬레이션하고 최적화하는 데 활용된다. 이는 도시 물류의 최적화 설계나 공급망 내 돌발 변수에 따른 위기를 예측하고 대비하는데 활용될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스페인 바르셀로나 항만은 화물, 선박, 차량, 인프라를 디지털화해 CO₂ 배출량 계산, 선박 도착 예측, 교통 혼잡 완화 등을 실시간으로 분석 및 시뮬레이션하는 디지털 트윈의 대표적인 사례로 소개되었다. AI는 창고 운영 자동화, 수요 예측, 라벨/세관 문서 자동 생성 등 다양한 영역에 적용되지만, AI 기반 시스템이 시장에 도입되기 위해서는 ‘설명 가능성(Explainability)’과 ‘신뢰성(Trust)’의 확보가 관건이다. 이와 더불어 데이터 소유권, 기업 간 정보 비대칭성, 시스템 결과에 대한 신뢰 부족 등은 피지컬 인터넷 고도화를 위해 극복해야 할 장벽으로 남아 있다. 결국 피지컬 인터넷은 기술만으로 구현될 수 없으며, 협업과 제도, 그리고 기업의 참여가 필수적이라는 메시지가 강조되었다.

Key Issue 3. 실행 단계에 진입한 피지컬 인터넷: 도시물류와 자율주행의 현실화

금번 서밋에서 실행 단계에 접어든 ALICE의 피지컬 인터넷 프로젝트들이 소개되었다. 대표적인 모범 사례로 소개된 Shift to Zero 프로젝트는 도시 물류의 탈탄소화를 목표로 모듈형 컨테이너인 ‘스왑박스(Swap Box)’를 대형 전기 트럭에 탑재해 도시 외곽으로 운송한 후, 소형 전기차로 환적하여 라스트마일 배송하는 모델을 적용하고 있다. 이는 피지컬 인터넷의 이상적인 구조인 ‘모듈화되고 끊김 없는 운송’을 현실화한 사례로 평가된다. 또한 유럽연합(EU)은 피지컬 인터넷에서 ‘이동체(Mover)’의 자동화를 실현하는 핵심 기반이 될 자율주행 트럭의 대규모 국경 테스트베드를 2026년까지 발표할 예정임을 밝혔다. 현재 레벨 4 수준의 자율주행 기술이 피지컬 인터넷 프로젝트를 통해 실증되고 있으며, 24시간 가동이 가능하고 CO₂ 배출이 적은 전기 자율 트럭은 물류 산업의 게임 체인저가 될 잠재력이 있다고 평가된다.

Ⅱ. 피지컬 인터넷의 핵심 방향성: 표준화, 공유화, 지속가능성

피지컬 인터넷은 물류 자산과 정보를 표준화하고 공유하여 물류 시스템 전체의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를 위한 실행은 궁극적으로 물류의 효율성, 가시성, 지속가능성을 극대화하는 혁신적인 공동물류의 컨셉을 지향하며, 물류 자산을 단절 없이 공유함으로써 네트워크를 최적화하고 환경 친화적이며 스마트한 물류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이와 함께 피지컬 인터넷의 실현을 위한 네 가지 핵심 구성 요소(π-Enabler)를 통해 피지컬 인터넷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명확히 설정해야 한다.

피지컬 인터넷의 핵심 구성요소(π-Container, π-Protocol, π-Node, π-Mover)와 각 요소별 표준화, 디지털화, 스마트 허브 구축, 친환경 공동 수배송 등 지향 방향을 정리한 표 이미지

(출처: 물류신문)

이러한 피지컬 인터넷의 방향성은 개별 기업의 효율성 향상을 넘어, 물류를 ‘공공적 자원’으로 인식하고 사회 전체의 최적화를 지향하는 패러다임 전환에서 출발해야 한다.

Ⅲ. 한국형 피지컬 인터넷(LAPI) 성공의 열쇠: 산업계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업

미국과 유럽, 일본이 십 수년간 피지컬 인터넷 연구와 실증을 진행해 왔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글로벌 피지컬 인터넷은 표준화, 협업 문화, 제도적 인센티브 구축이라는 공통의 해결 과제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글로벌 흐름은 한국의 PI 추진 전략에도 중요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한국의 피지컬 인터넷 이니셔티브인 LAPI(Logistics Alliance for Physical Internet)는 ‘기업 간 공유 가치를 창출하고 지속가능성을 실현하는 Logistics Alliance’를 비전으로 삼고, 전 방위적인 공동물류 실현을 위해 표준화, 자율화, 공동화, 지속가능성의 4대 추진 방향을 설정했다. 피지컬 인터넷의 실현은 기술이나 인프라 만으로 달성할 수 없으며, 여러 기업과 조직이 경쟁 관계를 넘어 자원을 공유하고 협업하는 구조가 산업 관행으로 자리 잡아야 가능하다. 한국물류연구원과 로지스올 그룹이 추진하는 한국형 피지컬 인터넷 LAPI 역시, 혁신에 동참하는 기업들의 참여에 그 성공의 성패가 달려 있다. 유럽의 ALICE는 200여 개가 넘는 제조기업, 물류기업, 기술기업, 정부기관이 참여하는 협력체이며, 일본은 정부 주도하에 주요 화주기업 3,200개 사를 대상으로 물류책임자(CLO) 설치를 의무화하고 CLO협의회를 통해 공동화 실행에 동참하도록 제도적 강제성을 부여했다. 이처럼 글로벌 선도 국가들은 민관 협력 기반의 플랫폼 구축이 피지컬 인터넷 실현의 필수 전제 조건임을 보여주고 있다.

1. 협력의 구심점, 한국CLO협의회(KCCLO)의 역할

우리나라에서 기업들의 참여와 협력을 이끌어낼 핵심 동력은 한국CLO협의회(KCCLO, Korea Council of Chief Logistics Officers)이다. 화주기업 또는 물류기업의 물류관리책임자(CLO)로 구성된 이 협의체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① 공동 혁신 과제 논의 및 발굴: 식품, 생활용품, 자동차, 전기전자 등 7개 주요 산업별 분과를 중심으로, 각 산업계가 겪는 물류 비효율 이슈들을 공동으로 인식하고, 공동화를 통해 해결할 방안을 함께 모색하는 장이 될 것이다.

② 표준 체계 구축 및 검증: KCCLO 참여 기업을 대상으로 PI 핵심 요소(4대 Enabler)와 연계된 시범사업을 선정 및 실행하고, 산출된 결과를 토대로 LAPI 표준 체계를 단계적으로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③ 글로벌 네트워크 연계: 정기 세미나와 컨퍼런스를 조지아 공대 PIC, 유럽 ALICE 등 해외 협력 기관과 연계하여 운영함으로써, 글로벌 추진 사례를 벤치마킹하고 PI에 대한 학습을 심화할 것이다.

④ 제도적 인센티브 마련의 기반: KCCLO는 산업계의 목소리를 모아 정부에 전달하고, 데이터 공유, 거버넌스 체계, 기업 참여를 유도하는 법·제도적 인센티브 마련을 위한 공론화의 기반을 제공해야 한다.

한국물류연구원은 국내의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하는 피지컬 인터넷 공동 협의체 구성을 목표로 KCCLO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이는 PI 혁신의 속도를 높일 수 있는 전략적이고 협력에 기반한 방법을 구체화하는 핵심 과제이다.

ALICE Global Physical Internet Workshop에서 LAPI를 소개하는 로지스올 채희원본부장

(출처: 물류신문)

2. 미래를 위한 투자: 기업 참여의 전략적 효익

피지컬 인터넷으로의 전환은 단기적 비용 증가로 여겨질 수 있으나, 장기적으로 기업에게 다음과 같은 전략적 효익을 제공할 것이다.

① 지속가능성 및 ESG 강화: 다회용 패키징 개발(FOLDCON), 공차율 최소화, 저탄소 모달 활용, 그리고 탄소 배출량을 실시간으로 측정·관리하는 플랫폼 구축 등을 통해 환경 부하를 최소화하고 기업의 ESG 역량을 실질적으로 강화할 수 있다.

② 비용 절감 및 효율성 극대화: 모듈화된 유닛로드(π-container)를 활용하고, 운송 자원을 풀링(Pooling)하여 공동 운송함으로써, 운송 수단의 적재율을 크게 높이고 공차 운행을 최소화하여 운송 비용을 구조적으로 절감한다.

③ 공급망 회복탄력성(Resilience) 확보: 데이터 기반의 예측 및 최적화 시스템(프로토콜)과 다자간 협력 기반의 공유 네트워크(노드/무버)를 통해 물동량 변동이나 공급망 단절 상황에서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회복탄력성을 확보하게 된다.

IⅤ. 결론: 물류 혁신, 경쟁에서 협력으로의 대전환

피지컬 인터넷은 더 이상 ‘미래의 이론적 개념’이 아니라 미국, 중국, 유럽, 일본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실행 가능한 전략’으로 전환되고 있다. 특히 중국 상하이의 ‘공유 스페이스’ 출범이나 일본의 경쟁사 간 공동 배송 사례는 PI의 실현이 경쟁 우위를 넘어선 산업 전체의 생존 문제로 인식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피지컬 인터넷 추진 이니셔티브인 LAPI의 시작은 결코 늦지 않았다. 이미 한국은 로지스올 그룹의 파렛트 및 컨테이너 풀링 시스템을 통해 모듈형 패키징 표준화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높은 수준으로 구현되어 있으며, 이는 PI를 가장 빠르게 실현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기 때문이다. 물류의 비효율은 단일 기업의 노력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사회적, 구조적 문제이며, 이제 남은 과제는 기술과 인프라의 확보뿐 아니라, 유럽이 보여준 민관 협업의 구조적 학습, 데이터 신뢰 기반 확보, 그리고 산업계의 폭넓은 참여이다. 한국물류연구원은 주요 기업의 최고물류책임자(CLO)들로 구성된 한국CLO협의회(KCCLO)를 통해 이러한 혁신의 불을 지피고자 한다. 기업들은 더 이상 관망자가 아니라, PI를 통해 새로운 물류 질서를 형성하는 주체가 되어야 한다. LAPI를 통해 우리나라 기업들이 함께 구축할 피지컬 인터넷 네트워크는 마치 디지털 인터넷이 데이터를 패킷으로 전송하여 전 세계를 연결했듯이 화물을 표준화된 모듈(π-컨테이너)로 만들어 공동의 허브(π-노드)와 지능화된 이동수단(π-무버)을 통해 최적의 경로로 전송하는 개방적이고 공유된 물류의 미래가 될 것이다. 대한민국의 물류 혁신은 피지컬 인터넷을 통해 새롭게 시작되고 있다. 이 역사적인 대전환에 여러 기업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당부 드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