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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컬럼 컨테이너 해운산업의 디지털 전환 현황과 전망

등록일2024-09-06

컨테이너 해운산업의 디지털 전환 현황과 전망
2016년 1월 20일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WEF)에서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이 ‘제 4차 산업혁명’을 제시한 이후 거의 모든 산업에서 이에 대한 논의가 현재까지 진행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은 산업 간의 물리적인 경계가 사라지고 연결되는 ‘초연결(Hyperconnectivity)’과 이를 분석하는 ‘초지능(Superintelligence)’이 핵심 키워드로 작용하고 있다.

해운물류를 포함한 거의 모든 산업에서 산업 간 연결과 분석을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가 발생하고 있는데 이를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으로 통칭해서 진행하고 있다. 디지털 전환은 디지털과 물리적 요소 간의 결합으로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드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디지털 전환은 3단계를 통해 진행되는데 1단계는 아날로그 정보를 디지털 정보로 변환하는 전산화(Digitization)이다. 2단계는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한 디지털화, 정보축적을 하는 디지털화(Digitalization)다. 마지막으로 3단계에서 초연결, 자동화 등을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는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단계로 이어진다.
[디지털 전환 단계] 디지털 전환 단계
컨테이너 해운산업에서 디지털 전환이 중요하게 자리잡은 이유는 이를 통해 물류서비스의 스마트화, 효율성 향상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보스톤 컨설팅(Boston Consulting)은 해운분야의 디지털 전환에 필수적인 7가지 기술을 선정했는데, 여기에는 플랫폼, IoT 외에도 자율운항선박, 블록체인, 사이버보안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러한 기술은 계획(Planing)-운영(Operation)-실행(Commercial)-지원(Support) 분야에 다양하게 적용된다.

특히 중간재나 최종재를 운반하는 컨테이너 해운산업에서 상대적으로 다른 선종(건화물, 탱커 등)에 비해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빠르다. 컨테이너 산업은 생산자와 소비자를 직접적으로 연결해 주는 플랫폼 비즈니스에 활용될 수 있는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벌크화물은 대부분 대형화주를 중심으로 단일 품목이 운송되는데 반해 컨테이너는 소형화주가 다양한 화물에 대한 운송 수요가 발생해 운송계약에 대한 편의성에 대한 니즈가 높으며 이를 플랫폼 비즈니스를 통해 해소할 수 있다.
[컨테이너 해운산업을 변화시킬 7개 디지털 트렌드] 컨테이너 해운산업을 변화시킬 7개 디지털 트렌드 (출처: Boston Consulting Group)
컨테이너 해운시장에서 디지털 전환을 통해 기대할 수 있는 효과는 크게 3가지다.

첫째, 컨테이너 서비스의 향상이다.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와 디지털 포워더들이 제공하고 있는 실시간 예약 서비스(Instant Quotation)가 대표적이다. 컨테이너 산업에서 실시간 예약 서비스가 활성화되면서 새로운 영업 채널이 생겼을 뿐 아니라 거래 비용을 감소시킬 수 있다. 2022년 유럽계 디지털 물류 플랫폼 기업이 흥미로운 실험을 했는데, 155개 해운·물류기업에 특정 구간에 대해 운송 견적을 동일하게 의뢰했다. 하지만 이 중 답변을 보낸 기업 이 중 54개였으며 요청했던 구간의 운임까지 정확하게 보내준 기업은 20개 내외에 불과했다(Quicargo 2022).

더욱이 운임을 제시한 기업들의 최저운임과 최고운임 간의 차이가 200% 이상으로 화주의 입장에서는 운임에 대한 정보 비대칭성이 심각하게 나타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디지털 전환을 통해 제공되는 플랫폼을 사용할 경우 화주들은 24시간 언제든지 원하는 시기에 운임을 편리하게 비교 분석할 수 있다는 장점이 생긴다. 선사들 또한 화주사들의 정보를 모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향후 이 자료를 이용해 화주 영업에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다.

둘째, 컨테이너 서비스의 확장이다. 국가 간 거래에서 제품이 소비자까지 운송되기 위해서는 내륙운송-항만(통관)-해상/항공 등 다양한 운송 단계를 거치게 된다. 전통적으로 운송 단계별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 분절화 되어 있다. 예로 컨테이너 선사는 항만과 항만 간의 운송을 담당하고 내륙운송회사는 항만에서 목적지까지 운송을 담당하고 있다. 하지만 선사 및 포워더가 제공하는 플랫폼은 분절화 된 운송 단계들을 통합해서 연결해 준다. 화주는 분절화된 구간별로 운임을 알아볼 필요가 없이 제공되는 서비스를 이용하게 되며 이용자와 제공자 모두 서비스 확장이 발생하게 된다. 글로벌 선사 중 일부는 Door-To-Door 서비스를 자체 플랫폼에서 제공해 종합물류기업으로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플랫폼 연결을 통한 서비스 확장] 플랫폼 연결을 통한 서비스 확장 (출처: 이향연(2022))
셋째, 비용 절감이다. 선사입장에서는 선대 운항, 컨테이너 박스 최적화를 통한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Hu, Huang & Zhao(2019)의 연구에 따르면 인트라 아시아 컨테이너 서비스를 대상으로 전통적인 방식을 통한 슬롯 할당 방식과 플랫폼을 통한 최적화가 진행될 경우를 비교한 결과 약 1.2억 달러의 추가 수입을 얻을 수 있었다. 또한, 공컨테이너 최적화에서도 운송비용 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적화는 운항에서도 사용되는데 외부 환경(조류, 풍향, 풍속, 온도 등)과 운항자료(연료소모량, 엔진출력 등)를 이용해 최적 항로를 제시해 연료 소모량을 절감할 수 있다. 머스크(Maersk)를 비롯해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들은 항로 최적화를 통해 3~5%의 연료소모량을 감축하고 있다. 또한 이를 도입·운영하는 선사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이외에도 선사들은 플랫폼 확산으로 인해 백오피스(Back Office) 인력 축소가 가능하다. Han et al.(2022)의 연구에 따르면 5건의 해상 운송 계약이 성사되기 위해서 약 300건의 견적이 발송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오프라인을 활용한 거래 방식은 인력의 시간과 비용이 투입될 수밖에 없지만 플랫폼을 이용할 경우 이를 관리할 수 있는 인력과 비용을 줄일 수 있어 선사의 비용 절감이 가능하다.

화주들은 디지털 전환으로 구매, 수송, 재고관리 등을 효율화화기 위한 물류 정보비와, 물류활동의 계획 조정 등을 합리화하는 물류 관리비를 낮출 수 있다. 디지털 전환으로 인해 선사 및 디지털 포워더들은 화주에게 서비스형 소프트웨어(SaaS)를 제공함에 따라 화물 운송시 발생하는 인력 투입, 시간, 비용 등을 낮출 수 있다. 산업통산자원부가 조사한 「기업물류비실태조사」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해상운송비 중 물류 정보비와 관리비는 각각 2,435억 원, 7,432억 원으로 나타났다. 때문에 디지털 전환은 물류 정보비와 관리비는 비용을 축소시킬 수 있는 수단으로 기대되고 있다.

2018년 8월 세계 최대의 컨테이너 선사인 머스크와 IBM이 공동 투자·개발한 블록체인 공급망 플랫폼인 트레이드렌즈(TradeLens)는 지난 2023년 초 사업 철수가 결정되었다. 이는 컨테이너 산업의 디지털 전환 트렌드가 변경되는 계기가 됐다. 효율성 향상, 비용 절감 등 다양한 효과가 있는 아무리 좋은 서비스를 구현할 수 있더라도 대중적인 참여가 없다면 시장에서 성공할 수 없다는 인식이 확산되었다. 이에 따라 향후 컨테이너 해운시장에서 진행되는 디지털 전환은 이용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인 비즈니스에 초점을 맞출 가능성이 높다.

첫 번째로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은 전자선하증권(e-B/L)이다. 기존에 종이로 된 선하증권은 발급과 보관에 따른 비용이 발생했을 뿐만 아니라 유통과정이서 분실 등의 위험이 있다. 하지만 전자선하증권은 거래 비용을 절감하고 관련되는 서류 행정을 줄일 수 있어 무역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기 때문에 국가 간 거래에 참여하는 모든 이용자들이 도입을 원하고 있다. 이미 전자선하증권은 일부에서 도입되어 운영되고 있으나 아직 그 비중은 높지 않다.

하지만 글로벌 컨테이너 선사 상위 10개 중 9개 선사가 가입된 디지털 컨테이너 해운협회(DCSA, Digital Container Shipping Association)에서 2030년까지 전자선하증권을 100% 이용하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고 현재 이를 위한 표준화 작업을 진행중이다. 또한 중국 선사인 COSCO가 참여하는 GSBN(Global Shipping Business Network)은 블록체인 기반 전자선하증권 서비스인 ‘Cargo Release’를 이미 제공하고 있는 등 글로벌 선사들은 전자선하증권의 확산에 노력하고 있다.

둘째로 디지털 전환을 통해 실현 가능한 비즈니스는 탄소배출량 측정 및 관리이다. 해운산업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는 국제기구인 IMO 뿐만 아니라 세계 모든 국가에서 탈탄소를 위한 규제를 실시하고 있다. 실제 탄소배출량은 기업 입장에서 비용으로 인식되고 있다. 특히 온실가스 배출 범위(Scope)가 기업이 직접적으로 배출하는 Scope1에서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등이 포함되는 Scope2, 유통과 같이 간접적으로 배출하는 Scope 3로 확장된다. 국가별로 차이는 있지만 EU에서는 임직원 500인 이상 상장사/은행/보험사, 미국은 시가총액 7억 달러 이상인 대기업이 2025년부터 Scope 3 공시가 의무화 되었다. 이에 따라 상품 운송을 담당하는 컨테이너 선사들의 탄소배출 관리가 더욱 중요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제조 및 서비스 산업에서 탄소배출량 측정이 분절화 되어있기 때문에 이를 통합해서 관리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때문에 현재는 탄소배출 추정이 어려운 구간에 대해서는 사전에 계산된 표준화된 값을 적용하고 있다. 이에 탄소배출을 적극적으로 관리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탄소배출량을 측정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선행되어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 범위의 확장] 온실가스 배출 범위의 확장 (출처: GHG Protocol)
EU의 탄소배출권 거래제(Emission Trading System, ETS)이 올해부터 해운산업에도 도입되었다. 따라서 선사는 배출하는 탄소배출량만큼 탄소배출권을 의무적으로 구매해야 한다. 탄소배출권은 선사가 구매하지만 실질적으로 부담하는 주체는 화주이기 때문에 선사와 화주 모두 입장에서 탄소배출량 관리가 중요할 수밖에 없다. 2023년 말 발표된 화주가 부담하는 ETS 할증료를 살펴보게 되면 선사별로 부과하는 요율이 크게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선사별 ETS 할증료] 주요 선사별 ETS 할증료 (출처: Upply)
ETS 할증료는 선박의 크기와 기항 항만 등이 서비스마다 상이하지만 최저할증료와 최고할증료의 차이가 100% 이상 나기 때문에 비용을 부담하는 화주입장에서는 불합리하다고 느낄 수 있다. 때문에 컨테이너 선사는 할증료 부과에 대한 신뢰할 수 있는 자료가 필요하며 디지털 전환을 통한 새로운 비즈니스를 통해 이를 뒷받침할 수 있다.

디지털 전환은 다양한 기술이 엮이어 새로운 비즈니스를 만드는 것으로 의미하기 때문에 선사와 화주 모두 생소할 수 있다. 많은 글로벌 선사들과 포워더 들이 디지털 전환을 통해 플랫폼을 중심으로 화주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화주 또한 이에 맞춰서 제공되는 서비스를 활용해 효율성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디지털 전화의 시대에 선사와 포워더, 화주 모두 이를 활용할 수 있는 역량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 Reference 이향연(2022), Top-Tier 해운사 Digital Transformation 추진전략, pp. 1-34.
최건우(2022),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컨테이너 해운산업 대응방안 연구
Boston Consulting Group(2018), The Digital Imperative in Container Shipping
CARGO RELEASE APPLICATION Guide(https://www.gsbn.trade/cargo-release)
GHG Protocol 홈페이지(https://ghgprotocol.org/)
Han, T., Yang, D., Ji, P., & Wu, C. L. (2022). Effect of online quotation platform on container shipping orders. Maritime Policy & Management, 1-15.
Hu, J., Huang, Y., & Zhao, X. (2019). Research on the slot allocation of container liner under E-commerce environment. Computers & Industrial Engineering, 129, 556-562.
Quicargo, https://quicargo.com/blog/requesting-shipping-quotes/
Upply, https://market-insights.upply.com/en/container-shipping-surcharges-back-in-fashion

최건우 부연구위원/실장최건우 부연구위원/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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