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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컬럼 물류신문 Physical Internet, 물류의 미래③

등록일2025-04-29

출처 : 물류신문, 한국물류연구원2025. 04. 16

Chapter 3. 대한민국의 피지컬 인터넷, LAPI

십여 년 전, 당시 몬트리올의 CIRRALT(Interuniversi ty Research Centre on Enterprise Networks, Logistics and Transportation) 교수였던 브누아 몽트뢰유(Benoit Montreuil, 현 조지아공과대학) 교수와 동료 연구진들이 처음 제시했을 당시 매우 이상적이며 이론에 불과한 모델로 여겨졌었던 피지컬 인터넷(Physical Internet)은 많은 연구와 기술적 진보를 통해 점차 현실 구현 가능한 모델로 다가오고 있다.

피지컬 인터넷은 물류 분야의 혁신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올 미래 기술로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한 개념인 것이 사실이다. 2025년 연간 시리즈로 11회에 걸쳐 싣게 되는 본 특별기획 기사를 통해 피지컬 인터넷의 핵심 개념부터 실제 적용 사례, 관련 기술들을 살펴보고 우리나라의 피지컬 인터넷 추진 현황과 전망을 알아보고자 한다. 본 특집기획 기사는 로지스올의 한국물류연구원 기고이다. <편집자 주>

피지컬 인터넷의 개념이 등장한 2010년대 초반 이후로 미국과 유럽, 일본을 중심으로 다양한 연구와 시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론적 연구를 기반으로 학계로부터 시작된 피지컬 인터넷은 다양한 기업들의 참여가 있어야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으며, 이를 정책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제도적 측면의 지원도 뒤따라야 한다. 특히, 피지컬 인터넷을 실질적으로 추진해 나가고 있는 국가들은 공통적으로 피지컬 인터넷을 이끌어 가는 추진 기관이 존재하며, 이를 중심으로 학계와 기업, 정부가 동참하는 협의체를 구성하고 있다. 이번 호에서는 여러 국가의 대표적인 피지컬 인터넷 추진 주체와 그들의 활동을 살펴보고, 우리나라의 피지컬 인터넷 LAPI(Logistics Alliance for Physical Internet)의 준비 상황과 향후 추진 방향성을 생각해 본다.


1. LAPI(라파이) 출범 배경

우리나라를 비롯한 글로벌 물류 산업계는 지속가능성 저하의 심각성에 노출되어 있다. 빈 공간이 많은 비효율적인 패키징에서부터, 공차(空車) 상태의 이동, 물류센터의 낮은 활용률 등은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측면에서 비효율의 근원이 되고 있다. 피지컬 인터넷은 이러한 비효율을 극복하고 물류의 효율성, 가시성, 지속가능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혁신적인 공동물류의 컨셉으로, 물류 자산을 단절 없이 공유함으로써 물류 네트워크를 최적화하고, 환경 친화적이고 스마트한 물류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특히 피지컬 인터넷은 ‘표준화된 협업 프로토콜, 모듈형 컨테이너, 효율성과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스마트 인터페이스로 물류 네트워크를 상호 연결한 글로벌 물류 시스템(Ballot, Montreuil and Meller (2014))’으로 정의된 바 있다. 즉, 피지컬 인터넷의 출발점이자 핵심 기반은 물류 운영의 표준화이며, 이를 글로벌 모든 기업들이 공동으로 활용하는 것이 피지컬 인터넷의 궁극적 지향점이다.

물류 패키징 영역에서는 이미 파렛트와 컨테이너를 통해 글로벌 표준화의 토대가 실현되었고, 특히 우리나라의 파렛트 풀링, 컨테이너 풀링 시스템은 세계적으로 유래가 없는 높은 수준으로 표준화 및 공동화가 구현되어 있다. 현재 국내에서 로지스올 그룹의 풀링 시스템을 활용하는 화주 기업의 수가 다양한 산업군의 총 35만 개 사에 이르고 있으며, 우리나라 기업의 해외 사업 확대와 함께 풀링 시스템의 제공 영역도 미주, 유럽, 아시아 각국으로 확대되고 있다. (그림1, 2)

그림1. KPP(한국파렛트풀)의 풀링 시스템

구매요청(PR), 구매주문(PO), 견적 송장(PI), 거래명세서(CI)

출처: 로지스올 그룹

(출처: 물류신문)

그림2. 로지스올 글로벌 파렛트, 컨테이너 풀링 네트워크

구매요청(PR), 구매주문(PO), 견적 송장(PI), 거래명세서(CI)

출처: 로지스올 그룹

(출처: 물류신문)

비록 미국과 유럽, 일본에 비해 상대적으로 늦은 출발이지만 모듈형 패키징 표준화가 성공적으로 안착되어 있는 우리나라는 피지컬 인터넷을 가장 빠르게 실현시킬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 있으며, 해외 수출과 현지 생산 등 글로벌 사업 확대를 적극적으로 수행하는 우리나라 기업의 역량을 통해 표준 패키징의 글로벌 확산도 가속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고 판단된다.

로지스올 그룹이 제공하는 파렛트 및 컨테이너 풀링 시스템은 이를 적극적으로 도입한 화주 기업들의 참여와 실행 의지가 있었기에 시장에 정착될 수 있었다. 피지컬 인터넷은 이보다 훨씬 광범위한 영역을 포괄하지만, 물류 전반의 프로세스와 인프라의 표준 체계 구축과 함께 다양한 산업군의 화주 기업의 참여가 이뤄진다면, 이를 우리 산업계 전반에 정착하고 글로벌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는 잠재력은 분명하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우리나라 산업계의 수많은 화주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저력과 풀링 시스템을 통해 표준화·공동화를 구현한 로지스올 그룹의 성공 경험을 근간으로 한국물류연구원은 우리나라 최초의 피지컬 인터넷 이니셔티브인 LAPI를 기획하여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되었다.


2. LAPI(라파이)의 비전과 전략 방향

LAPI의 비전은 ‘기업간 공유가치를 창출하고 지속가능성을 실현하는 Logistics Alliance’ 이며, 이는 피지컬 인터넷의 철학과 지향점을 같이 한다. 지역과 업종의 경계를 초월하여 물류 자산을 공유함으로써 물류 전 영역에서 진정한 공동화를 실현하는, 산업계 내 물류 운영 공동체 구현을 궁극적 목표로 삼고 있다. (그림3)

그림3. LAPI 비전과 추진방향

구매요청(PR), 구매주문(PO), 견적 송장(PI), 거래명세서(CI)

출처: 한국물류연구원

(출처: 물류신문)

전 방위적인 공동물류의 실현을 위해 LAPI는 표준화, 자율화, 공동화, 지속가능성의 4대 추진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표준화는 물류 자산과 운영 프로세스, 데이터 등의 표준 체계를 마련하는 것으로, 피지컬 인터넷의 구현을 위한 물리적 기반을 구축하는 전략이다. 자율화는 자동화 기술(H/W)과 AI 기술(S/W)을 접목해 서로 다른 회사의 물성이 상이한 제품들을 처리하는 창고, 차량 등 전 과정에서 사람의 판단과 개입을 최소화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겠다는 전략이다.

표준화와 자율화를 기반으로 공급망 전방위로 수직적인 확장 및 유관 산업군으로의 수평적 확대를 점진적으로 전개하여 공동화의 전략을 실행한다. 이와 더불어 불필요한 낭비를 차단하고 친환경/탈탄소의 Net-Zero를 실현하는 지속가능성을 물류 운영에 구현하는 전략을 병행한다. 이러한 4대 전략이 LAPI의 핵심 추진 방향을 구성한다.

LAPI의 전략을 실행하기 위해 중점적으로 다루게 될 핵심 분야는Enabler는 피지컬 인터넷의 주요 구성 요소와 마찬가지로 유닛로드, 프로토콜, 노드와 무버의 총 4가지로 정립되었다.

첫째, 유닛로드(Unit Load)는 모듈화를 통해 공동 사용이 가능한 패키징 체계를 구현하는 것으로, 실제 물류 운영 과정의 효율성과 편의성을 중심으로 설계된 ‘Design for Logistics’를 지향한다. 둘째 프로토콜(Protocol)은 물류 전 과정 및 전후방 과정까지 연계 가능한 IoT 솔루션과 데이터 표준을 총망라하는 영역으로, 물류 전 영역에서의 ‘지능화 DX 플랫폼’ 구현을 지향한다. 셋째, 노드(Node)는 피지컬 인터넷에 최적화된 물류센터의 구축을 포괄하는 영역으로, 현장에서의 높은 활용성과 함께 투자비 부담을 낮춘 ‘현장 보급형 자동화 솔루션’이 적용된 물류센터 구현을 목표로 삼는다. 넷째, 무버(Mover)는 공차율 최소화를 비롯한 고효율의 친환경적인 공동 수배송 체계를 다루는 영역으로, ‘혁신적인 공동물류 수배송 시스템’의 구축을 추구한다. (그림4)

그림4. LAPI 4대 Enabler의 개념

구매요청(PR), 구매주문(PO), 견적 송장(PI), 거래명세서(CI)

출처: 한국물류연구원

(출처: 물류신문)


3. LAPI(라파이)의 출발점, KCCLO

가장 중요한 LAPI 추진의 근간이자 동력은 화주기업과 물류기업들의 참여에 있다. 궁극적으로 모든 기업들이 물류 자산과 역량을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정보, 패키징 등 물류 전반에서의 표준화가 선행되어야 하며, 이에 대한 연구와 시범 적용, 확대 적용의 전 과정에서 다양한 산업계의 화주 기업들의 참여가 필수적이다.

민간 주도형인 EU의 alice, 정부 주도형인 일본의 CLO협의회와 같이, 우리나라에도 기업들이 참여하여 피지컬 인터넷 관련 정보의 습득과 실행을 위한 협력을 논의할 수 있는 협의체의 존재가 필요하다. 이를 위한 첫걸음으로, 현재 한국물류연구원은 화주기업의 물류 총괄 책임자(CLO, Chief Logistics Officer)로 구성된 한국CLO협의회(KCCLO, Korea Council of Chief Logistics Officers) 회원을 모집하고 있다.

한국CLO협의회는 식품/생활용품/농산물/전기전자/자동차/석유화학/산업단지 등 주요 산업별 총 7개 분과로 나누어 구성되며, 각 산업의 화주기업 및 물류기업들을 대상으로 모집을 진행하고 있다. 한국물류연구원은 향후 CLO협의회 참여 기업을 대상으로 정기 세미나와 컨퍼런스를 조지아공대 PIC 등 협력 기관과 연계하여 운영하고, 피지컬 인터넷에 대한 학습 및 글로벌 추진 사례에 대한 벤치마킹을 통해 참여 기업 간 혁신 과제 추진을 위한 논의를 지속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각 분과별 시범사업을 LAPI 4대 Enabler와 연계하여 선정 및 실행하고, 산출된 결과를 토대로 LAPI 표준 체계를 단계적으로 구축해 나갈 예정이다. (그림5)

그림5. KCCLO 추진조직

구매요청(PR), 구매주문(PO), 견적 송장(PI), 거래명세서(CI)

출처: 한국물류연구원

(출처: 물류신문)


4. LAPI(라파이)의 추진 로드맵 (피지컬 인터넷 구성 요소를 중심으로)

LAPI는 실행 전략과 로드맵 구상이 시작된 해이자 한국물류연구원의 설립 40주년이었던 2024년을 원년으로 2034년까지 10년간 단계적 구체화와 확산 계획을 정립하고 있다.

먼저 도입기(24년~26년)에는 표준화 기반을 구축하고, 도약기(27년~29년)에 이르러 물리적으로 도입 가능한 표준 솔루션을 완성하고 기업별 테스트 적용 및 보완 프로젝트의 수행을 목표로 책정했다. 정착기(30년~32년)는 공동화 적용을 위한 운영 플랫폼과 IoT 시스템을 구축하는 기간으로, 이어지는 확산기(33년~34년)에 공동물류 체계의 실현을 목표로 삼는다. (그림6)

그림6. LAPI 추진 로드맵

구매요청(PR), 구매주문(PO), 견적 송장(PI), 거래명세서(CI)

출처: 한국물류연구원

(출처: 물류신문)

현재 4대 Enabler와 연계하여 총 25개의 기본 과제를 발굴하였으며, 도입기에 해당하는 표준화 기반 구축 과제는 한국물류연구원과 로지스올 그룹의 협력으로 선제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와 더불어 2027년까지 모집이 진행될 KCCLO 회원사 간의 논의와 혁신 니즈를 반영하여 해당 과제 리스트와 로드맵은 지속적으로 리뉴얼 될 예정이다. 이는 EU의 alice와 일본의 JPIC에서 전개하는 피지컬 인터넷 추진 전략과 동일하다.

Enabler 모듈별로 도입기에 선제적으로 추진 중인 과제는 다음과 같다.

먼저 유닛로드 모듈에서는 ‘Design for Logistics 체계구축’ 과제를 통해 물류 운영 최적화를 위한 산업별 패키징 표준 Guide-line을 설계한다. 식품 산업군의 Carton 패키지와 자동차 산업군의 플라스틱 용기(DFL, Dual Flat Lead Package)를 대상으로 표준 패키징 모델을 선정하고 산업군 내 확산 가능성을 검증하는 것을 도입기 내 달성 목표로 삼고 있다. 프로토콜 모듈에서는 ‘글로벌 표준 오픈 Data 적용’ 과제를 통해 GS1, Open API 등 글로벌 데이터 표준을 검증하고 우리나라 산업계에서 공급망 전반의 표준 데이터 체계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 확립을 목표로 삼는다. 노드 모듈에서는 ‘물류 자동화 수준 진단 솔루션 구축’ 과제를 선정하여 기업의 원자재 조달에서부터 생산, 출고, 유통에 이르는 전 공정에서의 운영 자동화 수준을 진단하고 최적의 자동화 모델을 제언할 수 있는 솔루션 개발을 목표로 책정하고 있다. 맹목적인 자동화 전환이 아닌, 피지컬 인터넷 환경에서의 최적·저비용의 프로세스 구축을 지향한다. 무버 모듈은 ‘Material Flow(물류) 활성지수 진단 솔루션 개발’ 과제를 통해 수배송을 비롯한 상품이 이동하는 전과정을 대상으로 비효율 요인의 검출과 근원 도출이 가능한 진단 모델을 설계하고, 공실과 이동 동선 및 거리를 최소화할 수 있는 최적의 공동 운송 방안을 제언할 수 있는 솔루션 개발을 목표로 삼고 있다.


5. LAPI의 미래

피지컬 인터넷은 실로 방대하며 도전적인 물류 혁신 개념이다. 이를 우리보다 십여 년 앞서 구상하고 추진해 온 미국과 EU, 일본에서도 이제 다양한 기업이 참여하는 협의체를 통해 공감대를 형성하기 시작하고, 다양한 공동연구와 시범사업을 통해 표준화와 공동화의 기반을 준비하고 있는 초기 단계이다.

한국형 피지컬 인터넷, LAPI의 시작도 결코 늦은 것은 아니다. 이제부터 각 산업계에서 우리 기업들이 겪고 있는 물류 측면의 비효율 이슈들을 인식하고, 공동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방안들을 함께 모색해 나가면 된다. 그 시작은 한국CLO협의회(KCCLO)를 통해 많은 기업들이 참여하는 것이 될 것이며, 이로부터 한국의 피지컬 인터넷의 역사를 함께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글로벌 표준화를 지향하는 피지컬 인터넷의 지향점을 고려할 때, LAPI의 추진 과정에서 미국, EU, 일본과의 연계 협력도 매우 중요하다. 매년 전 세계의 피지컬 인터넷 석학과 국가별 추진조직, 실행 기업들이 참여하는 IPIC(International Physical Internet Conference)가 열리는 이유는 국가별 연구 성과와 적용 시도들을 함께 리뷰하고 향후 글로벌 공동화 표준 모델을 구축하기 위해 상호 연계하고 연대하기 위함이다.

한국물류연구원도 올해 IPIC 2025에 참여할 예정으로, 미국 조지아공과대학의 PIC는 물론, 유럽의 alice, 일본의 JPIC 등 해외 피지컬 인터넷 추진 기관과의 연계 협력을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러한 노력을 시작으로 LAPI는 우리 산업계가 함께 연구하고 검증하여 만들어낸 피지컬 인터넷표준을 전 세계 물류 산업계로 확대시킬 수 있는 기회도 만들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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