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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컬럼 물류신문 Part 5. 시작된 물류 AI 시대, 물류기업이 당장 해야 할 일은?

등록일2025-12-03

출처 : 물류신문, 신인식 기자 2025. 11. 03

AI를 도입 여부보다 견고한 기반을 얼마나 빠르게 만드느냐가 관건

기술의 발전 속도는 예측하기 어렵다. 이미 많은 전문가들과 관련 보고서들에서 향후 5년 후에는 AI가 보편적으로 적용·사용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 속도는 인간의 예상보다 빠르게 실현되는 경우가 많다. 특히, 예상대로 된다 하더라도 이미 이를 준비하기에는 시간이 촉박하다. 전문가들은 이제 AI의 도입 여부를 고민하는 것이 아니라 AI 기술이 작동할 수 있는 견고한 기반을 얼마나 빠르고 체계적으로 갖출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조언한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견고한 기반은 데이터, 인재, 협업 생태계 등을 의미한다.

AI의 성공의 기본 전제는 ‘데이터’

많은 전문가들이 AI의 성능은 데이터의 양과 질이 결정한다고 강조한다. 때문에 데이터 기반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때문에 AI의 도입 여부와는 관계없이 지금부터라도 물류 프로세스 상의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고 체계적으로 저장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이태훈 씨스존 연구소장은 “AI는 데이터 없이 존재할 수 없다. AI 도입 여부와 관계없이, 지금부터 물류 프로세스 상의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고 체계적으로 저장해야 한다. 차량 운행 정보, 온도 데이터, 물동량, 배송 시간, 고객 피드백 등 모든 것이 AI 학습 자원”이라며 “지금까지 국내 물류기업의 데이터는 현장별·시스템별로 분절되어 축적되어 왔다. 앞으로의 핵심 과제는 이 데이터를 통합·정제·표준화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MIT Center for Transportation &

Logistics(2023)는 AI 적용의 70%가 ‘데이터 품질 불균형’으로 실패한다고 분석했으며 PwC AI Readiness Report(2024)에서도 ‘데이터 거버넌스 체계가 구축된 기업은 AI ROI가 3배 이상 높다’고 제시한 바도 있다. 하지만 아직 국내 현실은 요원하기만 하다. 권민오 로지스올시스템즈 대표는 “AI는 데이터가 연결되고 일관되게 해석될 때만 제대로 작동한다. 그러나 현재 물류 현장은 시스템별, 기업별, 산업별로 데이터 구조가 달라 AI 학습과 예측의 정확도가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꼬집었다. 지금이라도 기준을 만들어 데이터 정합성을 확보하고 물류 산업 전체의 상호 운영성을 높여야 한다.

AI와 협업 가능한 인재 양성 필요

AI 전문가를 양성하고 확보하는 것은 앞으로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단순히 AI 전문가 확보가 답이 될 수 없다. 많은 전문가들은 물류 전문가를 AI 전문가로 재교육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AI 기술이 도입되더라도 이를 신뢰하지 못하고 활용하지 못하면 효과를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World Economic Forum(2023)은 향후 5년 내 물류·운송 부문 종사자의 약 40%가 AI 관련 직무 재교육을 필요로 할 것으로 전망했다. 즉, 기업은 AI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보다 기존 현장 인력을 대상으로 AI 리터러시와 데이터 해석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서희정 지브라 테크놀로지스 코리아 지사장은 “직원과 기술 간의 협력 문화를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직원들에게 AI 도구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함으로써 기업은 AI 시대를 준비할 수 있다”고 전했다. 특히, 이 과정에서 직원들이 AI가 위협이 아닌 파트너로서 인식하도록 교육하고 AI기반 결정 감독, 결과 검증, 에스컬레이션 규칙 조정 등 AI 운영 관리자의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한다.

AI 도입 전략을 구성하는 데이터·인재 개발·협업 생태계를 순환 구조로 나타낸 인포그래픽

(출처: 물류신문)

AI시대의 핵심은 ‘연결’, 협업형 생태계 구축 필요

빠르게 진화하는 기술 앞에서 하나의 기업이 모든 것을 준비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때문에 협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하고 있다. AI전문기업, 대학, 연구기관, 동종 업계 등 다양한 파트너들과 협업을 통해 기술 격차를 해소해야 한다. 오창흔 폴룩스(엑시스) 대표는 “AI와 로보틱스는 기업내부의 역량으로만 진행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외부의 기술기업과 열린 자세로 협업하면서 미래를 준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권민오 로지스올시스템즈 대표 또한 “AI 시대를 준비한다는 것은, 단순히 알고리즘을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 표준·데이터·사람을 함께 연결하는 지능형 생태계를 만드는 일”이라며 “그 기반을 지금부터 준비하는 기업만이 다가올 AI 물류의 주체가 될 것”이라고 전했다.

문제 해결하면서 작은 성공사례를 만들어야

작은 성공 경험을 만드는 것은 기술을 도입하는데 있어서 큰 힘이 된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기업이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을 AI로 해결해가면서 성공 사례를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AI는 목적이 아니라 현장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도구이기 때문이다. 최용덕 니어솔루션 상무는 “AI의 경쟁력은 기술 수준이 아니라, 현장을 데이터로 이해하고 개선할 수 있는 역량에서 나온다. AI는 현장을 바꾸는 주체가 아니라, 문제를 명확히 보는 기업이 가장 잘 활용할 수 있는 도구”라고 강조했다.

이상덕 한국철도기술연구원 피지컬AI 실장 또한 “가장 우선순위가 높은 문제를 도출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파일럿 프로젝트를 시작해야 한다. 이를 통해 현장 전문가, IT 엔지니어, 데이터 전문가 등의 구성원이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을 구축하고 기술의 신속한 도입을 위해 현재 조직 내 문제점이 무엇인지 파악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문제를 파악한 후에는 파일럿 프로젝트를 추진해 성공사례를 만들어야 한다.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관계자는 “작은 성공 경험이 조직 전체에 AI 기반 업무 전환의 필요성과 효과를 확산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다”며 “무엇보다 변화에 대한 두려움을 극복하고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실험정신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전했다. 산제이 샤르마(Sanjay Sharma) 데클라 CEO 또한 “ROI가 발생하는 영역에서 AI를 실험해보고 빠른 성공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는 신뢰와 내부 추진력을 동시에 강화시킨다”고 조언했다. 이러한 성공사례를 확대하기 위한 단계적 로드맵을 수립해야 한다. 서희정 지브라 테크놀로지스 코리아 지사장은 “단계적 도입 접근법이 필수적이다. 기업은 AI의 효과가 명확하고 구현이 비교적 용이한 영역에서 도입을 시도하고 이러한 AI 시스템에 대한 신뢰와 활용 경험이 축적되면 기업은 점진적으로 보다 복잡한 영역으로 확장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태수 고려대 산업경영공학과 교수 또한 “원론적인 이야기를 할 수밖에 없지만, 단기적인 성과 보다는 장기적 로드맵 수립을 통해 차근차근 조직의 문화 전환을 유도하지 않으면 미래 시대의 변화에 대한 대응은 어렵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견고한 기반을 구축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실행하지 않으면 어떤 것도 소용없다. 그래서 송상화 인천대학교 동북아물류대학원 원장은 거창한 프로젝트보다 일단 실제로 사용해보는 것을 권한다. AI기술의 본질을 이해하고 그 가능성과 한계를 파악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일상적인 업무에서 ChatGPT나 Claude 같은 AI 도구를 활용해 이메일을 작성하고, 보고서를 검토하고, 데이터를 분석해보는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면서 “이러한 작은 실험들은 조직 구성원들이 AI와 친숙해지고 AI가 어떤 업무에서 도움이 되는지, 그리고 어떤 부분에서는 한계가 있는지를 직접 체험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어떤 방식이든 AI 시대를 준비하기 위한 첫발을 디디는 것이 중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