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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컬럼 물류신문 정성희의 유라시아 물류이야기-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중앙아시아 운송 루트에 대하여

등록일2024-08-23

출처 : 물류신문, 정성희2024.08.14

정성희의 유라시아 물류이야기-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중앙아시아 운송 루트에 대하여 (출처 : 물류신문)
유라시아의 많은 운송 루트 중에서 가장 인기가 없으면서, 가장 물동량이 적은 루트가 있다. 바로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중앙아시아 루트다.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은 사막으로 되어 있고 내륙으로 들어갈수록 험준한 산악 지역으로 이루어졌다. 이곳은 치안이 아주 안 좋고, 분쟁, 전쟁, 테러가 끊이지 않기 때문에 도난·분실의 위험도가 높다고 생각해서 화주들이 기피한다.

그리고 이 운송 루트의 중앙에는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탈레반이 이끄는 아프가니스탄이 있다. 그래서 화주들은 바로 옆의 이란~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 루트를 더 선호한다. 비록 이란 루트는 미국 제재가 광범위하게 적용되지만 그래도 아프가니스탄 루트보다 낫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아프가니스탄의 특성 아프가니스탄에 대하여 살펴보자. 아프가니스탄은 남동쪽에 위치한 이웃나라 파키스탄과 무려 2,400km의 국경을 맞대고 있고, 북쪽으로는 우즈베키스탄과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등 구소련의 중앙아시아 나라들이 있다. 또한 서쪽으로는 이란, 동북쪽으로 자세히 보면 중국과도 76km의 국경을 맞대고 있다. 아프가니스탄은 지나치게 건조해 토지는 거의 황폐하다는 느낌이 강한 곳이다.

파키스탄의 카라치(Karachi) 항구는 파키스탄의 항구이기도 하지만, 아프가니스탄이 세계와 통할 수 있는 거의 유일한 해양 관문이다. 아프가니스탄의 주요 민족 구성은 약 40%의 파슈툰족과 약 30%의 타지크족이라서 파키스탄 북쪽에 거주하는 파슈툰족이나, 타지크족이 주류인 타지키스탄과는 상당한 정서적, 언어적 유대관계가 있다.

1947년 파키스탄이 인도로부터 독립한 이후 아프가니스탄은 파슈툰족이 주로 사는 파키스탄 북부 지역을 파키스탄에 빼앗겼다고 생각해서인지 파키스탄과 수십 년 동안 수많은 분쟁을 겪어 왔다. 가장 친하게 지내야 할 이웃인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은 사이가 좋지 않아서 끊임없이 충돌했다. 그리고 1979년부터 1989년까지는 소련이 침공하면서 10년 간의 전쟁과 내전을 겪었고, 2001년부터 2021년까지는 미국이 침공하면서 미국과 20년 간의 전쟁을 겪었다.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의 주요 물류거점이 표기된 지도 △본문에서 언급된 파키스탄, 아프가니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의 주요 물류거점(빨간글씨)이 표기된 지도 (출처 : 물류신문)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의 협력 연이은 내전과 전쟁으로 아프가니스탄은 폐허가 됐다. 테러와 마약은 일상이 됐으며 이 지역의 불안정성은 시간이 갈수록 커졌다. 아프가니스탄은 이란과 중국을 바로 이을 수 있고 중앙아시아와 인도양을 연결할 수 있는 지리적 이점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프가니스탄을 통과하는 운송 루트는 인근 나라들도 사용하지 않았다. 이와 반대로 아프가니스탄 인근 나라들은 탈레반 반군이나 마약이 자국으로 유입될 것을 우려해 국경을 경계하고 폐쇄하는데 집중했다. 그렇다 보니 아프가니스탄은 더욱 더 내륙의 섬이 되어갔다.

한편 2010년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 정부 간 통과무역협정(Transit Trade Agreement)을 맺었다. 이를 ‘아프가니스탄-파키스탄 통과무역협정(Afganistan-Pakistan Transit Trade Agreement)’, 일명 ‘APTTA’ 라고 한다.

이는 두 나라의 상호 간 무역 교류를 증진하는 내용의 협정이다. 아프가니스탄은 파키스탄을 경유해서 바다로, 해외와 연결되기 위해 맺었으며 파키스탄은 자국 해상 항구를 통해 화물을 수입할 권한을 아프가니스탄에 부여한 협정이기도 하다. 이것은 아프가니스탄이 조금씩 이웃나라들과 연결되는 시발점이 되었다. 우즈베키스탄 운송 루트의 특성 우즈베키스탄은 이중내륙국가로서 최소한 2개 이상의 국가를 건너야만 바다에 닿을 수 있다(편집자 주: 이중내륙국가란 내륙국이면서 국경을 둘러싼 국가들도 내륙국인 것을 말한다). 이에 우즈베키스탄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운송 루트 개척에 대해 적극적이다. 미국의 이란과 러시아 제재로 인해 이란 루트나 러시아 루트를 사용하는 데 제약이 많고 중국 루트는 포화 상태이거나 정체가 자주 일어나기 때문이다.

또한 인접국인 투르크메니스탄은 이란 루트를 사용하면 되고, 타지키스탄은 무역 규모가 작다. 무역 규모가 상대적으로 많은 우즈베키스탄으로서는 파키스탄 항구를 사용해 운송 루트를 다변화하는 것이 중요했기에 적극적이었다. 파키스탄도 중앙아시아와의 교류를 늘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보았다. 이에 우즈베키스탄과 파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에게 다가갔다. 탈레반이 이끄는 아프가니스탄도 미군이 철수한 이후 경제 활성화를 통해 민심을 다독거려야 하는 절박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운송 루트를 활성화할 필요성이 있었다. 세 나라는 이 운송 루트를 개발하는 것이 지역 역내 안정에도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봤다. 테르메즈와 하이라탄 우즈베키스탄의 최남단에는 테르메즈(Termez)라는 국경 도시가 있는데 아프가니스탄을 마주하고 있다. 이곳은 우즈베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을 오가는 화물들의 검역, 보관 등이 이루어지는 대규모 국경 물류종합단지 역할을 한다. 심지어 승인을 받은 일부 아프가니스탄인들도 보세물류구역은 비자 없이 왕래할 수 있을 정도다.

우즈베키스탄의 트럭들도 아프가니스탄에서 파키스탄의 항구들까지 운송할 수 있도록 허가가 주어지기도 했으나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대부분 아프가니스탄 국적의 트럭이 운행된다. 테르메즈 보세 물류창고와 터미널에는 매일 수많은 트럭들이 오간다. 이곳은 너무 건조하고 더워서 차량 트렁크 위에 달걀을 깨면 2~3분 후에는 달걀 프라이가 될 정도다.

아프가니스탄의 최북단에는 하이라탄(Hairatan)이라는 국경 도시가 있으며 우즈베키스탄을 마주한다. 하이라탄과 테르메즈 두 국경 도시 사이에는 아무다리야강(Amu Darya)이 조용히 흐르는데, 아주 유명한 ‘아프가니스탄-우즈베키스탄 우정 다리’가 있다. 철로와 도로가 깔린 다리로 구소련에 의해서 1982년도에 지어졌으며, 아프가니스탄과의 전쟁을 위해서 설치했다.

2011년에는 하이라탄 철도역에서 약 75km 떨어진 곳인 마자르이샤리프역(Mazar-i-Sharif)까지는 러시아식 1520mm의 광궤 철도를 우즈베키스탄 철도청에서 깔아주었다. 그만큼 우즈베키스탄은 아프가니스탄으로의 물류를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우즈벡을 포함한 삼국 간 운송 루트 아프가니스탄의 국경 도시인 하이라탄역에서 출발하면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 러시아까지 사방으로 퍼져 나갈 수 있다. 하이라탄에서 우즈베키스탄으로 가는 방법은 세 가지다. 하나는 철로이고, 다른 하나는 트럭이며, 또 다른 하나는 바지(Barge)선박이다. 물론 가장 빠른 것은 트럭이고, 가장 일반적인 방법은 철로이며, 가장 저렴한 방법은 바지선박이다.

우즈베키스탄은 다른 어느 중앙아시아 국가들보다도 먼저 아프가니스탄에 다가갔다. 파키스탄, 탈레반이 이끄는 아프가니스탄, 우즈베키스탄 삼국 정부는 2022년 4월 삼국을 경유하는 운송 루트에 대한 협정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파키스탄의 카라치 항구~아프가니스탄의 토르캄(Torkham) 국경 역~하이라탄 국경 역~테르메즈 국경 도시를 통해 우즈베키스탄으로 들어올 수 있다. 그러나 삼국 협정 조항에 적용되기 위해서는 서류상에 적절하게 기재되어 있어야 한다. 만약 컨테이너 안에 잘못된 화물이 들어있거나 하면 그 벌금은 적지 않다.

우즈베키스탄의 수출자 또는 수입자가 첫 선적을 하는 경우에는 파키스탄 세관에서는 그들의 세관 시스템에 등록을 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서류를 요청할 수 있으며, 수입자는 사용자 이름과 비밀번호를 통해 파키스탄 세관 온라인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권한이 부여된다.

필수적인 서류는 다음과 같다.
△회사 레터지에 세관 요청 레터, △우즈베키스탄 무역 라이선스(컬러로스캔한 사본을 보내면 된다), △고객 여권 사본, △고객 여권 사이즈 사진.

이렇게 서류를 준비하고 과정을 거치면 우즈베키스탄은 삼국 간 통관 절차에 대한 물류-통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이 운송 루트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1)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베트남 등 아라비아해와 가까운 지역 화물운송에 유리하다. 특이한 점은 인도와 파키스탄은 종교적 차이와 카슈미르 국경 분쟁으로 인해 사이가 좋지 않아서인지 가까운 거리인데도 불구하고 인도는 파키스탄 운송 루트를 사용하지 않는다.

2) 위험물 물류에 최적의 운송 루트다. 중국은 천진 화학제품 창고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한 다음부터 위험물 자체에 아주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러시아는 그나마 나은 편이긴 하지만 그래도 전쟁 중이기 때문에 위험물 물류에 민감하다. 그리고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발 유지류(Palm oil) 등은 철로에 오일이 샐 수 있어 중국 철도에서는 여름 시즌에 발차와 운송을 제한하곤 한다. 그래서 중국 철도 루트에서 기피하는 위험물이나 일부 품목들은 이 카라치 항구를 활용한 아프가니스탄 루트가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3) 카라치 항구에서 내린 후 컨테이너 그대로 운송하는 것보다 일반 화물트럭을 사용하는 것이 낫다. 통상적으로 선사들이 중앙아시아 내륙까지 컨테이너를 내어주지 않기 때문에 되도록 카라치 항구에서 화물트럭으로 옮겨 실은 후 선사의 컨테이너를 반납하는 것이 낫다. 만약 컨테이너 그대로 최종 도착지점까지 운송하고 싶다면, 1회용 노후 컨테이너를 사용하면 된다.

4) 파키스탄에서는 최대 50톤까지 실을 수 있는 트럭이 있는 반면에 아프가니스탄에서는 도로 사정상 최대 32톤까지 화물을 실을 수 있다. 그래서 파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에서의 톤수 배정을 효율적으로 운용하면 좋다.

5) 파키스탄의 카라치 항구에서는 보세 통관을 빨리해주는 편이라서 약 3~7일 정도 소요되며, 카라치항에서 하이라탄 국경 터미널까지는 트럭운송으로 약 13일이 소요된다. 아프가니스탄과 파키스탄을 연결하는 철로가 깔려 있지 않아서 트럭으로 가야 한다.

6) 아프가니스탄은 마약 거래가 많아서 우즈베키스탄으로 반입할 때에는 일일이 화물 전수 검사를 하는데, 스캔 검사만으로 통과할 수 있도록 사전에 파트너사와 체크하는 것이 좋다.

7) 운송 루트의 불안정성을 감안해 화물에 대한 보험료는 다른 루트 대비 약간 높은 편이라 약 1.55%에 달한다. 대신 포워더들이 보험의 수혜자가 될 수 없으며 단지 파키스탄 보험사와 화주를 잇는 지원 역할을 할 수 있다. 통상 파키스탄 포워더들은 CMR 보험을 드는데, 이 보험은 트럭당 3만 달러까지는 커버할 수 있다.

탈레반의 아프가니스탄 정부는 트럭 운전사들의 안전과 경유 화물의 도난 방지를 위해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였다. 따라서 아프가니스탄 운송 루트는 위험한 노선이라는 이미지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 그리고 최근인 2024년 4월 처음으로 타지키스탄도 아프가니스탄을 경유하는 루트로 운송을 시작했다.

파키스탄~아프가니스탄~중앙아시아 루트는 오랜 세월 이어진 황폐함을 뒤로 하고 조금씩 활기를 찾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