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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컬럼 물류신문 Physical Internet, 물류의 미래⑥

등록일2025-07-23

출처 : 물류신문, 한국물류연구원 2025. 07. 17

Chapter 6. LAPI 핵심요소: 노드(Node)

십여 년 전, 당시 몬트리올의 CIRRALT(Interuniversity Research Centre on Enterprise Networks, Logistics and Transportation) 교수였던 브누아 몽트뢰유(Benoit Montreuil, 현 조지아공과대학) 교수와 동료 연구진들이 처음 제시했을 당시 매우 이상적이며 이론에 불과한 모델로 여겨 졌었던 피지컬 인터넷은, 많은 연구와 기술적 진보를 통해 점차 현실 구현 가능한 모델로 다가오고 있다. 피지컬 인터넷은 물류 분야의 혁신적인 패러다임 전환을 가져올 미래 기술로 주목받고 있지만, 아직 많은 사람들에게 생소한 개념인 것이 사실이다. 2025년 연간 시리즈로 11회에 걸쳐 싣게 되는 본 특별기획 기사를 통해 피지컬 인터넷의 핵심 개념부터 실제 적용 사례, 관련 기술들을 살펴보고 우리나라의 피지컬 인터넷 추진 현황과 전망을 알아보고자 한다. 본 특집기획 기사는 로지스올의 한국물류연구원 기고이다. <편집자 주>

1. 피지컬 인터넷과 노드(Node)

디지털 인터넷이 전 세계의 컴퓨터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했듯, 피지컬 인터넷(Physical Internet)은 물류의 흐름을 하나의 유기적 네트워크로 전환하려는 시도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4대 핵심 요건 중 세 번째인 ‘노드(Node)’에 대해 알아본다.

피지컬 인터넷에서 정의하는 노드는 상품을 보관하거나 가공작업을 수행하고 다른 지역으로 보내기 위한 분류와 환적 작업이 이뤄지는 물리적 장소, 즉 물류센터를 의미한다. 그러나 전통적인 물류센터를 넘어, 물류의 흐름과 정보를 동시에 처리하며 여러 기업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한 연결 공간을 지향하는 개념이다. 전통적인 물류센터는 보통 하나의 기업이 독립적으로 운영하며, 입고, 출고, 보관 등 단편적인 기능 중심으로 운영되었다.

그러나 소비자의 주문 방식은 더욱 다양해지고, 제품 종류는 폭발적으로 늘어났으며, 납품기한은 점점 짧아지는 등 최근 물류 환경 변화에 따라 물류센터도 기업이 단독으로 처리하기에는 많은 한계와 비효율에 직면하게 된다. 이의 대안으로 피지컬 인터넷의 노드는 여러 기업들의 협력체계 하에서 운영되는 ‘공동 물류센터’의 방향성을 제시한다. 상품의 입고에서 출고까지의 프로세스 전 과정이 자동화 기술을 통해 원활하게 이뤄지며, IoT를 기반으로 신속하고 투명하게 모니터링된다. 또한 물류센터 내의 유휴 공간과 운송 차량 내 빈 적재 공간은 표준화된 패키지와 연결된 시스템을 통해 여러 기업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개방되어야 한다. 이를 통해 운영 효율의 향상과 운영비용의 최적화를 달성할 수 있다. 한국형 피지컬 인터넷인 LAPI(라파이, Logistics Alliance for Physical Internet)는 이러한 피지컬 인터넷의 노드의 컨셉을 바탕으로 물류 운영의 ‘효율성’과 ‘연결성’을 동시에 향상시키기 위한 공동물류의 물리적 거점을 구현함과 동시에, 특히 자동화 기술을 체계적으로 구현하는 스마트 물류의 실증 공간으로 그 의미와 역할을 확장하고 있다. (그림1)

피지컬 인터넷 노드 개념을 설명하는 물류 허브 일러스트 – 표준화된 물류 네트워크와 모듈화된 운송 시스템 구현 강조

(출처: 물류신문)

2. LAPI가 정의하는 노드의 개념과 기능

LAPI의 노드는 물류의 공유경제와 디지털 전환을 동시에 실현하는 하이브리드 플랫폼을 지향한다. 상품의 흐름과 정보의 흐름을 하나로 모으고, 자동화된 설비와 디지털 시스템으로 제어하며, 다양한 기업들이 각자의 필요에 따라 유연하게 공간과 장비를 공유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한다. 이를 통해 공급망 전반의 ‘탄력성’과 ‘회복력’을 높이고, 사회적 요구인 ‘지속가능성’과 ‘친환경 물류’까지 달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LAPI 노드가 수행하는 핵심 기능은 다음의 네 가지로 요약된다.

① 물류 운영의 자동화

노드에서는 무거운 박스를 옮기거나 정리하는 작업을 사람이 아닌 기계가 대신한다.

예를 들어, 자동 운반차는 일정한 경로를 따라 물건을 옮기고, 로봇 팔은 상자를 들어 올려 분류대에 올려놓는다. 또한 자동화된 ‘디팔레타이징(De-Palletizing)’ 장치는 파렛트에 쌓여 있는 박스를 하나씩 꺼내어 컨베이어 등으로 옮겨주는 작업을 대신해준다. (그림2)

스마트 물류창고에서 디팔레타이저와 AGV가 협업해 물류 처리 효율을 높이는 모습

(출처: 물류신문)

이처럼 자동화 기술의 적용은 물류 작업의 속도를 높일 뿐 아니라, 작업 난이도를 저감 시키고 나아가 물류 현장의 인력 부족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다. LAPI는 노드와 연계된 과제들을 통해 물류센터와 관련된 자동화 기술들이 산업별로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지 까지 구체적인 연구와 실증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통해 다양한 현장에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이다.

② 디지털 기반 통합 운영

노드 내에서의 물류 운영은 상품과 관련한 모든 정보가 실시간으로 모니터링되고 제어된다. 상품의 위치, 수량, 상태는 모두 컴퓨터 시스템에 기록되며, 언제 어떤 물건이 들어오고 나가는지도 자동으로 기록된다. 이 시스템은 주문 접수부터 배송까지 모든 과정을 하나의 플랫폼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한다. (그림3)

주요 KPI, 주문 처리량, 불만 유형 등을 시각화한 LAPI의 창고관리시스템(WMS) 대시보드

(출처: 물류신문)

특히, 이러한 통합 시스템은 LAPI가 개발 중인 오픈 API 및 표준 프로토콜을 통해 다양한 외부 플랫폼과도 연결될 수 있도록 설계되고 있다.

③ 공동 이용 가능한 설계

노드는 한 기업이 독점적으로 사용하는 공간이 아니라, 여러 기업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한쪽 공간에서는 식품 회사를 위한 냉장 물류가 운영되고, 다른 공간에서는 전자제품 기업의 포장과 분류가 이뤄질 수 있다. 각 기업은 자신에게 맞는 방식으로 공간을 구성하면서도 공용 설비는 함께 사용할 수 있어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LAPI는 이를 위해 산업별 공정 패턴과 수요 특성에 맞춘 ‘공동화 모델’의 구현을 궁극적 목표로 상정하고 있다. (그림4)

PI 네트워크에서 π-노드와 π-컨테이너, π-프로토콜이 연결된 피지컬 인터넷 공동화 물류 네트워크 개념도

(출처: 물류신문)

④ 연결 가능한 표준 구조

노드는 다양한 기업들의 다양한 시스템들과 쉽게 연결되도록 설계되어야 한다.

예를 들어, A사의 공장에서 생산이 끝난 제품에 대한 정보가 자동으로 인근 지역의 노드에 입고 예정 정보로 인터페이스 되거나, B사의 온라인 쇼핑몰에서 소비자가 제품을 구매하면 이 제품을 보관하고 있는 노드에서 자동으로 출고 준비가 시작되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복잡하고 번거로운 시스템 통합 작업을 간소화하고 기업들이 피지컬 인터넷 노드와 보다 손쉽게 인터페이스하여 이를 지속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표준 네트워크 체계를 실현해야 한다.

LAPI는 이를 위해 다양한 센서 기반 인터페이스와 플러그인 방식의 WCS 프레임워크를 개발하고 있으며, 향후 AI 기반 예측 및 의사결정 시스템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로드맵을 설계했다.

3. LAPI의 노드 실현 로드맵_5대 핵심 과제

LAPI는 노드 실현을 위한 10년 계획(2024~2034)을 수립하고 있으며, 이를 다음과 같은 5가지 과제로 정리하였다. 이들은 단순한 계획이 아닌, 실제 시범사업과 기술 개발을 포함한 실행 중심 전략이다. (그림5)

LAPI 노드 추진 로드맵 – 포장, 운송, 무인화, 통합 제어, 공동화 등 단계별 추진 계획 시각화

(출처: 물류신문)

(1) 자동화 수준 진단 솔루션 개발

LAPI 노드 로드맵의 첫 번째 단계인 물류 자동화 수준 진단 솔루션 개발은, 물류센터나 공장의 자동화 수준을 객관적으로 진단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고, 기업별 진단 보고서를 제공함으로써 최적의 자동화 계획을 수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체계를 확립하는 과제이다. 진단 솔루션은 산업군 별 상이한 특성과 환경을 고려하여 차등적으로 설계될 예정이며, 자동차산업과 소비재(CPG) 산업에 대한 진단 솔루션이 선제적으로 개발되어 사용되고 있다. 본 솔루션을 통해 도출된 진단 결과는 기업 내 자동화 투자 의사결정 목적은 물론, 스마트 물류센터 육성과 같은 정부의 지원 정책과 연계하여 근거 자료로도 활용 가능하다. (그림6)

LAPI 노드의 자동화 수준을 영역별로 진단한 레이더 차트와 개선 방향 가이드

(출처: 물류신문)

(2) 표준 포장 및 이송 솔루션 구축

표준 포장/이송 솔루션 구축 과제는 Unit Load의 최소 포장 단위인 ‘박스’의 규격을 표준화하고, 이 박스들을 자동으로 쌓고(팔레타이징) 다시 해체(디팔레타이징)할 수 있는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팔레타이징 된 제품을 보관 또는 출고하기 위해 이송하는 과정까지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로봇, 무인지게차 등 자율이송 시스템의 적용 모델도 본 과제 영역에 포함되며, 이송간 최적의 경로로 이동할 수 있는 창고 내 Route 최적화와 차량 적재 공간 정보와 연동을 통해 최적 차량 배정 및 이동간 재고 추적과 같은 기능도 연계 개발 예정이다.

피지컬 인터넷의 허브 센터 역할을 수행하는 장소가 노드이기에, 패키징과 프로토콜 과제와의 연계도 필수적이다. LAPI의 Unit Load에서 구축 중인 다양한 크기의 제품을 수용하기 위한 ‘가변형 모듈박스’와 연계한 (디)파렛타이징 솔루션 개발과 프로토콜의 ‘GS1 코드’와 연동된 자동 인식 시스템 개발 과제 등을 통해 피지컬 인터넷 체계하에서의 원활한 연결과 최적화의 실현을 추진하고 있다.

(3) 생산과 물류의 연결 자동화

본 과제는 제품이 공장에서 생산된 이후, 공장 내 보관/이동부터 노드로 입고되고 최종 수요지로 출고되기까지의 전 과정을 대상으로 프로세스의 자동화 추진을 목표로 한다. 제품이 생산된 이후 전 이동 과정에서 시간적, 공간적 비효율을 최소화하고 데이터의 매끄러운 인터페이스를 통해 생산과 물류가 끊김 없이(seamless) 연결되도록 구현하기 위한 세부 과제들을 상정하고 있다. 이를 위해 먼저 2차전지, 자동차, 식품 등 우리나라 대표 산업군의 생산물류 프로세스를 대상으로 자동화 전환 가능한 영역을 선별하고, 전환 가능한 기술을 매칭하는 생산물류 자동화 로드맵을 설계하고 있다. 더불어, 산업군별 제조 설비와 물류 설비 간의 데이터 인터페이스 표준을 개발하여, MES–WMS 간 자동 연동을 통해 실시간 재고 흐름을 추적할 수 있는 체계를 준비 중이다.

(4) 통합 관제 시스템 개발

설비, 로봇 등 노드에 적용될 다양한 자동화 인프라들의 상태와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 가능한 체계를 구성하고, 이를 통해 확보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운영 최적화 모델을 자동으로 제시하는 통합 관제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한 과제이다. 실시간으로 운영 현황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대시보드를 구성하고, 하나의 화면에서 모든 상황을 제어할 수 있도록 구축하는 것이 개발 지향점이다. 최적화 알고리즘을 통해 운영 최적화를 위한 개선 방향을 제언하는 리포팅 기능을 포함하며, 이를 통해 한 명의 운영자가 여러 설비를 동시에 관리하고 지속적으로 효율화 할 수 있는 체계를 구현하고자 한다. 축적된 데이터는 AI 기반 분석 기능을 통해 작업량 예측, 병목 지점 감지, 장비 이상 사전 경고 기능이 제공되며, 이를 통해 운영 안정성을 높이도록 설계될 예정이다.

(5) 공동화 거점 모델 확립

본 과제는 특정 지역 내 다양한 기업들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거점을 개발하며, 실제 운영 전 시뮬레이션을 통해 공간 구성과 설비 운영을 검토한다. 단계적으로는 인접 지역, 유사 산업군을 타깃으로 공동화 컨셉의 노드를 구축하고, 자동화 기술 및 IoT 솔루션의 고도화를 통해 점진적으로 다양한 산업군의 서로 다른 기업들의 공동화의 방향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한다. 구축될 각 노드들은 각 산업별, 기업별 수요와 필요 기능에 맞춰 커스터마이징 되어야 하며, 중소기업 밀집지역, 항만 배후지역, 고속도로 교차 지역 등 공동화가 용이한 전략적 위치에 우선 배치를 진행할 예정이다. (그림7,8)

크로스도킹 기반 피지컬 인터넷 노드 ‘PI-Hub’ 개념과 자동화 설비가 적용된 공동물류센터 모델 예시

(출처: 물류신문)

4. 결론_노드가 바꿀 물류의 미래

노드는 공동물류 실현을 위해 필수적인 물리적 공간을 제공하면서, 자동화 기술을 통해 서로 상이한 기업들이 프로세스를 함께 활용할 수 있도록 연계하는 새로운 물류 생태계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이곳 노드에서는 사람과 기계, 기업과 기업, 정보와 제품이 동시에 연결되고 협업하게 됨으로써, 피지컬 인터넷의 실현을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일종의 PI 쇼룸이 될 것이다.

또한 기후 변화에 대한 대응을 위해서도 노드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지니는 공간이다. 자동화 설비와 친환경 설계가 적용되어 에너지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으며,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이에 기반한 AI 접목을 통해 수요를 면밀하게 예측하고 비효율적인 이동을 줄여 탄소배출을 낮출 수 있다. 특히 LAPI는 ‘Design for Logistics’ 관점에서 포장 설계, 경로 설계, 보관 방식까지 일괄적으로 재구성하고 있기에 이와 연계한 물류 거점의 효율적 설계와 활용을 통해 생산과 조달, 판매 등 전체 공급망의 탄소배출량 감소 효과를 이끌어 내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