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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컬럼 미국 관세정책이 해운시장에 미치는 영향

등록일2025-08-19

미국 관세정책이
해운시장에 미치는 영향:
수요, 공급, 그리고 불확실성

해운 산업은 전통적으로 수요와 공급의 동태적 균형에 따라 형성되어 왔다. 그러나 최근 지정학적 갈등, 글로벌 통상 환경의 급격한 변화, 특히 미국의 관세 정책은 이러한 전제를 근본적으로 재검토하도록 한다. 특히 미국의 관세정책은 단순한 거래 비용을 넘어, 해운 수요를 왜곡하고 불확실성이 일시적 현상이 아닌 지속 가능한 제도적 특성으로 자리 잡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정책적 개입은 과거 ‘적시생산(Just-in-Time)[1] 패러다임에서, ‘만일의 사태 대비(Just-in-Case)’라는 회복력 중심의 운용 전략을 부상시켰다. 이로 인해 해운 산업은 운송 인프라를 넘어, 정책 충격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전략적 산업 영역으로 재정의되고 있다.

본 칼럼은 미국의 대외 관세정책이 해상물류 수요, 공급, 운임 구조에 미치는 영향을 세 가지 축을 중심으로 고찰한다.

1. 관세정책이 수요에 미치는 효과

관세정책은 단순한 세율 조정에 그치지 않고, 시장 참여자의 심리와 결정에 영향을 미치는 변수로 작용한다. 특히 해운시장에서는 관세 부과 시점 이전의 ‘선적 밀어내기(front-loading)[2] 또는 ‘선주문(pull-forward)’ 현상이 반복적으로 관측된다. 이는 업체들이 예측 가능한 정책 리스크를 회피하고자, 단기간에 대량의 화물을 조기 확보함으로써 야기되는 반응이다.

미국 정부의 관세 유예 조치 발표 후, 2025년 2월 중국발 미서안 항로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동기 대비 18.7% 상승하였다. 이는 전형적인 비선형적 수요 반응으로, 정책 신호가 단기간 수요를 과잉 팽창시키는 사례다. 그러나 이러한 수요 증가는 구조적 소비 확대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 시간적으로 왜곡된 조기 수요에 불과하다는 점에서, 이후의 급격한 수축은 필연적이다. [3]

실제 2025년 4월 동일 항로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전년 동월 대비 -24% 급감했다. 이는 업체들이 관세 부과 전 대량 재고를 선입고 한 결과, 단기적으로 재고 과잉 상황이 초래되어 신규 수요가 급격히 위축된 데 따른 것이다.[3] 이와 같은 수요의 급등락은 ‘채찍 효과(whiplash effect, 소비자 수요의 작은 변화가 공급망을 따라 갈수록 점점 더 크게 증폭되는 현상)’로 설명되며, 항만 혼잡, 선복 운용의 비효율, 운임의 단기 급등·급락 등 시장 전체에 연쇄적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맥락에서 관세 정책은 단순한 통상 정책이 아니라, 해운 시장 내 동태적 수요 사이클을 촉발하고 시장 예측의 불확실성을 구조화하는 제도적 변수로 보아야 한다. 선사들은 단기 수요 변동에 대응해 임시 결항을 시행하거나 서비스를 증편한다. 그러나 급격한 수요 증가 후 급감으로 인해 선복 과잉과 항차 손실이 불가피하게 발생하며, 이는 항만 운영 계획, 터미널 배치, 하역 장비 배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중국발 미서안 컨테이너 물동량]

(출처: Container Trade Statistics[3])

2. 관세정책이 공급에 미치는 영향

관세정책은 단순히 수요의 변동을 유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육상 및 해상물류 공급 측면에서도 구조적 반응을 이끌어낸다. 특히 선사들의 선복 배치 전략, 운항 계획, 그리고 전체 공급망 운영 패턴에 이르기까지 관세 정책은 공급의 전략을 재조정하는 결정요인으로 작용한다.

미국 정부의 멕시코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 예고에 따른 육상 물류의 병목 현상에서 확인할 수 있다. 2025년 3월, 미-멕시코 국경의 Laredo 통관 거점에서 트럭 통행량은 전년 동월 대비 무려 48.5% 증가하였다[4]. 이는 단순한 물동량 증가라기보다, 기업들이 관세 회피를 목적으로 재고 확보 시점을 정책 이전으로 조정한 결과로, 정책 불확실성이 선적 타이밍 자체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전환되었음을 시사한다.

한편, 수요 급감과 불확실한 정책 환경은 선사들에게 공급 축소라는 전략적 선택으로 나타났다. 특히 중국발 미국행 태평양 항로에서는 전형적인 공급 조정 전략인 임시 결항(blank sailing)이 집중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Sea-Intelligence에 따르면, 2025년 5월 12일(16주차) 기준으로 아시아-미동안 항로의 항차 취소 비율은 42%로, 아시아-미서안 경우 28%로 증가했다.[5]

이는 단순한 수요 감소에 대한 수동적 대응이 아니라, 불확실한 정책 환경 하에서 선사들이 운임 방어와 자원 최적화를 위해 공급 자체를 전략적으로 통제하는 방식으로 해석해야 한다. 즉, 관세는 수요를 왜곡하는 동시에, 공급의 탄력성과 안정성에도 구조적 제약을 가하는 이중의 압력 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관세 정책은 시장의 수요-공급 균형을 단순히 교란하는 것을 넘어, 공급망 전반의 배분 논리를 재편하는 제도적 트리거(Trigger)로 기능한다. 선사 입장에서는 단기적인 선복 조정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는 항로 재설계, 터미널 계약 조정, 장비 회전 전략의 수정까지 포함한 거버넌스 차원의 전략적 리프레임(Reframe)이 요구되는 국면이다. 이는 공급망 회복력(Supply Chain Resilience)[6]의 관점에서도 기존의 예측 기반 운영방식이 아닌, 공급망 교란 대응 기반의 유연 운영체제 구축이 중요하다는 것을 뜻한다.

[아시아–미동안 항차 취소 비율 (%), 주차별 기록 (12–16주차)]

(출처: Sea-Intelligence[5])

3. 정책 불확실성과 공급망 교란

글로벌 컨테이너 해운시장은 현재 구조적으로 과잉 공급 상태에 진입하였다. 이는 주로 팬데믹 기간 동안 대규모로 발주된 선박이 2023년부터 본격적으로 인도되기 시작하면서 발생한 결과다. 특히 8,000 TEU급 이상 선박의 인도량을 살펴보면, 2023년 5월 13만 TEU, 6월 23만 TEU, 7월 17만 TEU, 8월 12만 TEU, 그리고 12월에는 15만 TEU가 시장에 추가되었다. 이러한 물량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58%, 99%, 169%, 406%, 191% 증가한 수치로[7], 시장에 유입된 물리적 선복량의 규모가 비정상적 수준에 도달했음을 입증한다.

2024년~2025에도 선복량은 전년 대비 약 10%의 증가율을 기록하며 공급 우위 구조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 전통적인 수요공급 모델에 따르면, 이러한 선복량 증가는 해운 운임의 하방 압력을 야기해야 한다. 그러나 실제 시장에서는 SCFI(Shanghai Containerized Freight Index, 중국 상하이에서 출발하는 주요 항로의 컨테이너 해상 운임을 주간 단위로 집계한 지표)의 흐름이 이를 그대로 반영하지 않고, 오히려 급격한 상승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괴리는 단순한 수요 부진이나 공급 증가로는 설명되지 않는다.

이러한 원인은 정책 불확실성을 포함한 공급망 교란이 확대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관세정책의 변화, 지정학적 갈등, 항만 파업 등과 같은 제도적·정치적 요인들이 운임 결정에 미치는 영향력이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이는 해운 운임이 더 이상 단순한 수급 균형에 의해 결정되지 않음을 의미한다. 즉, 현대의 해운 시장은 경제 펀더멘털(Fundamental, 어떤 시스템이나 대상이 안정적으로 유지되기 위한 핵심 요인)을 넘어선 제도적 비선형성(Institutional Nonlinearity, 제도나 정책이 사회나 조직에 미치는 영향이 선형적으로 나타나지 않고, 불균형적이고 예측 불가능한 방식으로 전개되는 현상)이 작동하는 구조로 재편되고 있으며, 공급망 불확실성이 운임 형성 메커니즘 내 핵심 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결국, 정책 불확실성과 공급망 충격이 운임에 미치는 영향은 점차 구조화되고 제도화되는 경향을 보이며, 이는 향후 예측 모형 및 정책적 개입에 있어 전통적 변수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함의를 제공한다. 해운시장은 이제 공급망의 제도적 리스크를 내재한 복합 동태계로 이해되어야 하며, 이에 기반한 전략적 운용과 정책 설계가 요구된다.

[글로벌 컨테이너 선복량]

(출처: Clarksons[7])

[복합 SCFI]

(출처: Clarksons[7])

4. 결론

오늘날 해운시장은 고전적 수요·공급의 메커니즘으로 설명되던 모형에서 벗어나, 정책 불확실성과 공급망 교란이 구조적으로 내재된 전략적 시장으로 전환되고 있다. 특히 미국의 관세정책은 거래비용을 넘어선 시스템 리스크로 작용하며, 단기적 수요 왜곡과 공급 조정이라는 이중 메커니즘을 통해 시장 동학(Market Dynamics)을 변화시키고 있다.

관세 부과 예고 또는 유예와 같은 정책 신호 하나가 선적 일정, 항로 설계, 선복 배치, 육상 운송 흐름에 연쇄적 영향을 주는 현상은, 해운시장이 얼마나 깊숙이 제도적 리스크에 포섭되어 있는지를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SCFI와 같은 운임지수의 급등락은 단순한 시장 반응이 아니라, 제도적 충격에 대한 적응 결과로 해석되어야 한다.

더욱이 팬데믹 이후 급격히 확장된 공급능력과 실제 수요 간의 괴리는, 수요 공급의 균형 문제가 아니라 정책 환경 변화에 따른 예측 불가능성의 제도화로 이해되어야 한다. 이는 해운 산업이 기존의 정태적 수급 최적화 모델로는 더 이상 대응할 수 없는 환경에 진입했음을 의미한다.

한국의 경우, 미국과의 최근 협상 타결에 따라 관세율이 15%로 조정되며, 8월 7일 0시 1분부터 새로운 상호관세 체계가 시행된다. 특히 한국은 중국과 미국을 잇는 중간 거점 역할을 하는 만큼, 미국의 관세율 조정 및 정책은 환적 물동량 패턴의 변화와 한국 항만의 경쟁력 재편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정책 불확실성이 개별 국가 차원을 넘어 글로벌 공급망 전반의 시스템적 이슈로 작용함을 보여준다.

따라서 향후 해운시장에 대한 분석과 예측, 그리고 정책 설계는 다음 두 가지 전환적 인식에 기반해야 한다. 첫째, 운임과 물동량의 변동은 경제 펀더멘털뿐 아니라 제도적 신호와 정치적 리스크에 의해 유의미하게 왜곡될 수 있음을 전제로 해야 한다. 둘째, 해운시장 참여자들은 기존의 예측 중심 운영 방식에서 벗어나, 공급망 교란 원인 기반의 비선형적 충격을 고려한 회복력 중심 전략으로 전환해야 한다.

# Reference

[1] 소운반을 최소화하기 위해 경제성, 안전성, 능률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현장 자재의 적재 현상은 감소시켜 무재고 시스템이 가능하게 하는 방식
[2] 향후 운임 인상, 관세 부과, 공급망 혼란 등 리스크가 예측될 때 기업들이 평소보다 더 많은 물량을 앞당겨 선적하는 전략
[3] Container Trade Statistics, Teu Volumes
[4] CNBC, “Trump tariffs anxiety hits peak in global economy as Chinese freight market crashes to two-decade low.” https://www.cnbc.com/2025/04/02/trump-tariff-liberation-day-trade-data-supply-chain.html
[5] Sea-Intelligence, “Transpacific blank sailings rise rapidly”
[6] 예기치 못한 위기나 혼란 상황이 발생해도 공급망이 빠르게 대응하고, 회복하며, 정상 운영을 유지하거나 복구할 수 있는 능력
[7] Clarksons

전준우
전준우

교수

현 성결대학교 글로벌 물류학부 교수
주요 연구 실적:
System Dynamics in the Predictive Analytics of
Container Freight rates
(Transportation Science, SCI, 2021),
해운 및 항공운임 예측(삼성SDS,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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