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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컬럼 물류신문 일본 물류비, 왜 생각보다 낮을까

등록일2024-06-07

출처 : 물류신문, 권오경 교수2024.06.03

일본 물류비, 왜 생각보다 낮을까 (출처 : 물류신문)
지난 4월 일본 로지스틱스시스템협회(이하 JILS, 우리나라의 물류협회에 해당)가 2023년 물류비 조사보고서를 발표하였다. 이 보고서에는 2022년 기준 기업 물류비 실적치와 2021년 기준 거시적 물류비(국가 물류비) 실적치를 담고 있다.

2023년 조사의 매출액 대비 물류비는 전 업종에 걸쳐 5.00%로 전년 대비 0.31%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이루어진 2021년 조사에서는 지난 20년 간 가장 높은 5.7%를 기록하였으며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다.

우리나라는 대한상의가 2년마다 기업물류비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는데 마침 올해 2월 2023년 기업물류비 실태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우리나라의 2022년 기준 매출액 대비 물류비는 전 업종에 걸쳐 6.87%로 나타났으며, 2020년(7.06%)과 비교하면 0.19% 감소한 결과이나 코로나 이전인 2018년 (6.45%)에 비하면 아직 다소 높게 나타났다.
[국가별 기능별 물류비 비교(매출액 대비)] 국가별 기능별 물류비 비교(매출액 대비) (출처 : 물류신문)
두 조사 결과를 보면 우리나라 기업의 매출액 대비 물류비가 일본에 비해 무려 37.4%나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일본 기업이 보다 효과적으로 물류비 절감을 이루어 내고 있는 것일까? 아니면 산정방식에 차이가 있는 것일까?

물류비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은 매우 다양하다. 산업구조가 고도화될수록 매출액 대비 물류비는 낮아지는 경향을 가진다. 국토의 지리적 특성, 인프라의 수준, 물류산업 경쟁력 등도 영향을 미친다. 이 글에서는 두 번째 질문을 위주로 내용을 정리해 보려고 한다.

다른 기업이나 국가와 물류비를 비교할 때 항상 토론이나 논쟁의 대상이 되는 부분은 이들이 같은 방법과 기준으로 측정된 것인가 하는 것이다. 모든 국가가 동일한 기준으로 물류비를 산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겠지만 물류비의 경우 아직 국제적으로 통일된 산정 기준이 없기 때문에 국가별로 물류비를 비교할 때는 산정방식의 차이를 잘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우리나라 주요 교역국인 미국, 일본, 중국 등은 기업 물류비나 거시적 물류비를 주기적으로 조사하여 발표하고 있다. 2차 통계자료를 이용하는 거시적 물류비와는 달리 기업 물류비는 모두 ‘설문조사’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4년 처음 기업물류비 실태조사를 실시하였고 2010년부터 국가승인통계로 지정되었으며 현재는 대한상의가 격년으로 조사를 실시하고 있다. 조사결과는 국가통계포털인 KOSIS를 통해 제공되고 있다. 물류비 통계에는 업종별 매출액 대비 물류비, 기능별, 영역별, 지급형태별 물류비 비중, 그리고 물류비 증감 요인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가 포함되어 있다. 거시적 물류비인 국가 물류비는 매년 한국교통연구원이 산정 발표하고 있다.

일본은 JILS가 매년 9월에서 11월까지 전 업종에 걸쳐 물류 코스트 조사(物流コスト調査)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취합하여 다음해 4월 보고서를 발표하고 있다. 일본은 JILS가 기업 물류비와 국가 물류비를 함께 산정 발표하고 있다.

일본의 사례에서 벤치마킹할 부분은 세 부분이다. 첫째, 매년 물류비를 조사함으로써 물류비 동향을 경기 동향과 연결하여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는 점이다. 둘째, 조사 실시 후 같은 해 12월에 속보치를 발표해 최대한 신속하게 정보를 제공한다는 점이다. 셋째, 물류비 항목 중 기업마다 산정 방식이 다를 수 있는 보관비(재고유지비)에 대한 간편 기준을 제공해서 응답의 편리성과 조사 결과의 활용성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공급망 컨설팅 업체인 Establish가 상시 온라인 방식으로 ‘물류비 및 서비스 조사(Logistics Cost and Service Database Survey)’를 실시하고 집계 결과는 관례적으로 매년 9월에 개최되는 CSCMP 연차 총회에서 발표해 오고 있다. 미국 기업 물류비의 두 가지 특징은 첫째, 기업이 자사의 정보를 제공하고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상시 벤치마킹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둘째, 일본과 마찬가지로 조사표 작성 시 재고유지비를 편리하게 산정할 수 있는 간편 기준을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미국의 국가 물류비는 CSCMP(Council of Supply Chain Management Professionals)가 매년 6월에 발간하는 ‘Annual State of Logistics Report’를 통해 발표되고 있다. 재고유지비 산정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물류비를 구성하는 항목은 크게 운송비, 보관비, 기타 비용으로 구분할 수 있다. 운송비는 상품 운송에 소요되는 비용으로 일반적으로 물류비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보관비는 상품을 보관하고 재고를 유지하는데 소요되는 비용으로 창고보관비와 재고유지비용(재고금융비용, 감모비용 등)을 포함한다. 기타 비용에는 포장비, 하역비, 물류관리비 등이 포함된다.

운송비와 창고보관비는 지급형태에 따라 위탁과 자가 물류비로 구분되는데 물류기업이 규모의 경제를 통해 자가물류에 비해 원가우위를 가지고 있다고 가정할 경우 자가 물류의 비중이 높을수록 물류비가 높아지게 될 것이다.

기업에 따라 차이가 가장 많이 나타나는 부분은 보관비 중 재고유지비용에 포함되는 비용 항목과 산정 방법이다. 재고금융비용은 재고를 보유함에 따른 일종의 기회비용으로 재고자산에 대한 자본비용으로 계산하는데 이론적인 가중평균자본비용(WACC)를 적용하거나 간편하게 차입이자율을 적용할 수도 있다. 감모비용은 재고를 일정 기간 보관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재고 손실에 따른 비용이다. 이 두 비용 항목은 대상 상품의 특성과 기업의 재고관리 전략에 따라 포함 여부와 비용 추계 방식이 달라지기 때문에 결과를 해석하기 가장 어려운 부분이다. 응답자도 일정한 전문 지식을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조사의 애로를 고려하여 미국과 일본은 기업이 조사표에 간편하게 재고유지비용을 산정할 수 있도록 재고비용률을 함께 제시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평균 재고액에 재고비용률 18%를 곱해서 재고유지비를 산출하도록 하고 있으며, 일본은 기말재고액에 재고비용률 10%를 곱해서 비용을 산출하도록 하고 있다. 조사 방식만 보면 구조적으로 일본의 재고유지비가 미국에 비해 45% 정도 낮게 산정되는 구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는 이러한 가이드라인 없이 설문 항목에 대해 기업이 산출한 비용을 직접 기입하도록 하고 있다. 2023년 조사에서는 처음으로 기업들이 보관비에 어떤 항목을 포함하는지를 조사하였는데 응답기업의 83.8%는 창고보관비만 고려하고 있고 44.6%는 재고금융비용을, 그리고 19.5%는 감모비용까지 포함해서 보관비를 산정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기업물류비 실태조사에서는 재고유지비용 간편 산정을 위한 재고비용률을 함께 제시하여 응답의 편리성과 조사 결과의 비교 가능성을 높였으면 한다. 우리나라, 자가물류 비중이 높다 우리나라와 일본 물류비 조사결과의 또 다른 특징은 지불형태별 물류비, 위탁 물류와 자가 물류의 비중 차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2022년 기준 기업 물류비 조사결과를 보면, 우리나라의 위탁 물류비 비중이 56%인 반면 일본은 자회사 위탁을 포함하여 위탁 물류비 비중이 무려 86.2%에 달한다.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지만, 이러한 특징이 일본의 기업 물류비 수준을 낮추는데 기여하고 있다고 유추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지급 형태별 물류비 비중 비교 (2022년)] 지급 형태별 물류비 비중 비교 (2022년) (출처 : 물류신문)
이론적으로 물류기업은 여러 화주로부터 물량을 확보하여 규모의 경제를 달성할 수 있기 때문에 자가 물류에 비해 단위당 물류비용이 낮다. 그럼에도 화주 기업이 물류 아웃소싱에 적극적이지 않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을 것이다. 물류기업은 생산성 향상을 통해 비용을 절감하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과 디지털 경제 시대에 부합한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여 경쟁력 높이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일본 기업의 경우 보면 제조시설을 해외로 이전할 경우 물류기업과 동반 진출하여 글로벌 역량을 갖추도록 하여 함께 성장한 성공 사례들이 있다. 우리 화주기업도 물류기업을 공급망 운영의 파트너로 인식하고 협업과 동반 성장을 바탕으로 한 3자 물류 전략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

최근 전자상거래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으로 경쟁 기업과 차별화를 위해 ‘보다 저렴하게’ 그리고 ‘보다 빠르게’ 고객에게 상품을 제공하는 역량이 중요해지고 있으며 이를 반영하여 전자상거래와 유통 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라스트마일(Last mile) 부문 혁신을 위해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어떤 기업은 시장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어떤 기업은 이를 지키기 위해 당분간은 물류비 절감보다는 차별화를 위한 투자에 우선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일부 전자상거래 기업은 서비스 차별화 전략 차원에서 자가물류를 비즈니스 모델로 채택하고 있기도 하다.

분명한 점은 기업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한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물류비가 적정 수준으로 관리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제품원가와 판매관리비의 일정 부분을 차지하는 물류비는 상품 가격에 반영되어 국내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우리 수출 상품의 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기간 물류비 상승이 물가에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지를 경험한 바 있다. 지속가능한 경쟁력을 위해 기업들이 물류비의 체계적인 관리에 보다 많은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물류비 외에도 기업의 물류혁신에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물류지표 개발을 위한 연구도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