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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컬럼 물류신문 ‘카라쿠리’ 정신이 전하는 물류 산업 발전 방향

등록일2024-10-25

출처 : 물류신문, 한삼택2024.10.14

한삼택 KR2 경영연구소 소장 (출처 : 물류신문)
일본의 모노즈쿠리 기업들은 인력 고령화, 설비 노후화에 고물가까지 겹치면서 경쟁력이 약화되는 갈림길에 놓여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한국에서 정보기술(IT) 인재를 구하거나 한국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원하고 있다. 경기침체의 쓰나미를 뚫고 나아가려면 모노즈쿠리의 장점을 배우되 이를 뛰어넘는 창의와 혁신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간절함이 묻어 있다. 이는 다시 말해 ‘일본의 장점에 한국의 장점을 곱해야 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일본의 장인정신 ‘모노즈쿠리’에서 시작된 경영기법은 토요타 자동차 생산시스템(TPS)을 시작으로 린(Lean) 경영, 6시그마 그리고 교세라의 故 모리가즈오 회장의 아메바 경영시스템까지 새로운 경영기법은 늘 새로운 돌파구가 되어왔다. 이러한 측면에서 카라쿠리(Karakuri) 경영이 새로운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카라쿠리(Karakuri) 정신 이란? 일본은 여전히 로봇, 물류, 자동차, 가전, 반도체, 제철 등 각종 기계장치분야에서 우위적 위치를 점유하고 있으며, 또한 관련 기업들 역시 강한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과연 이들의 경쟁력 원천은 무엇이며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라는 질문은 해묵었지만 늘 흥미로운 테마이다.

자칭 일본 전문가라고 일컫는 사람들이 각 분야에서 다양한 각도로 지금도 어디선가 일본을 논하고 있을 것이다. 일본에 관한 역사적,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 관점에서는 많은 학자들의 근거 있는 고견들과 경험담들을 Youtube 등에서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으며 또한 어느 채널에서도 제각기 유익한 관점과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그러나 일본인과 일본기업들의 경쟁력 원천에 녹아 있는 창조관, 노동관, 행복관을 구체적인 용어와 체계적인 근거를 제공하는 기회는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필자는 일본의 ‘창조관’에 초점을 두고 일본전문가를 대상으로 과감하게, 카라쿠리라는 용어를 제대로 아느냐 모르느냐 라는 새로운 기준을 본 칼럼에서 처음으로 제시해 본다. 카라쿠리(Karakuri)는 일본인 내면에 마치 DNA처럼 심어져 있는 창조관, 노동관, 행복관의 비밀을 푸는 키워드이기 때문이다. 특히, 일본인의 ‘창조관’속에 심어져 있는 카라쿠리는 수 백년에 걸쳐 맥맥히 계승되어 ‘모노즈쿠리’라는 철학과 사상을 형성하여 일본형 이노베이션을 실현시켜 온 DNA라고 할 수 있다. 이 DNA라는 관점은 2000년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Toyota연구팀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는 표현이며, 카라쿠리 이론연구도 여기서 시작이 되었다. 특히, 필자가 2017년도 논문에 ‘카라쿠리 정신’이라는 표현을 쓴 후, 일본의 유명 경영 매거진인 닛케이비지니스지에서 ‘카라쿠리 정신’이라는 표현이 대두되었다. (인용여부는 불명) 여기서는 TPS를 TPS답게 더욱 진화시킨 배경에 카라쿠리가 존재하며 발명자 창조자들의 ‘정신’이 담겨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참고로, 필자는 한국인으로서 35년차 일본 현지에서 Sony, Toyota를 중심으로 일본의 이노베이션을 연구하여 2017년 카라쿠리를 세계 최초로 이론화하고 Model을 정립하여 박사학위를 취득하였다. 여기서 ‘세계최초’라는 과한 표현을 선택한 근거는 카라쿠리라는 단어가 일본의 암묵지로서 한국어, 영어, 중국어로 번역이 되지 않는 고유명사이기 때문이다.

카라쿠리를 가장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사례로 ‘카라오케(KARAOKE)’를 들 수 있다. ‘카라오케’란 ‘카라(비어 있는 상태)와 오케(오케스트라)’가 합성된 조어로서 오케스트라가 없는데, 마치 오케스트라가 있는 것과 같은 장치로서 발명된 것이다. 이 발명품은 대형 이노베이션 그 자체이다. 이 카라오케의 발명은 수많은 국가의 여흥과 놀이문화를 대혁신 시켜버린 좋은 사례임을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이처럼, 카라쿠리란 ‘Kara(비어 있는 상태, 없는 상태, 속을 모르는 상태)와 Kuri(작동하는, 기능하는 상태)’의 두 가지 세계관이 결합되어 탄생된 합성어이다.
[2021년 NHK주최 카라쿠리인형 9대장인 타마야 쇼베이 전람회(요코하마)] 2021년 NHK주최 카라쿠리인형 9대장인 타마야 쇼베이 전람회(요코하마) (출처 : 물류신문)
카라쿠리는 일본에서 초등학교 5~6학년생 정도 부터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친숙한 단어이다. 그럼에도 일본인 누구 하나 카라쿠리가 무슨 뜻인지에 대한 질문에 속 시원히 설명해 주는 일본인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만큼 다양하고 심오한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가장 많이 나오는 대답이 ‘카라쿠리 인형’이다. 소재는 목재, 실과 수제 태엽을 동력원으로 차를 나르거나 활을 쏘거나 하는 ‘목재로봇’임에도 그들은 ‘로봇’이라는 단어대신 여전히 ‘전통 카라쿠리 인형’이라고 고집한다. 또한, Toyota맨들에게 같은 질문을 하면 그들은 이구동성 ‘카라쿠리 개선(Karakuri Kaizen)’이라고 답한다. 20세기후반 Toyota생산방식(TPS)은 카라오케 이상으로 전세계 창조적 기업인들을 매료시킨 독창적 경영혁신 발명품이며, 현재도 적어도 일본산업계에서는 건재하다. 카라쿠리를 기업경영자에게 질문하면 ‘기업, 조직 그 자체’라고 하며, 건축가에게 물으면 ‘건축물 그 자체’라고 하며, 물리학자에게는 우주가 카라쿠리이며, 심지어 사기꾼에게 질문하면 ‘사기 그 자체’라고도 한다. 철학가는 ‘인생이 카라쿠리’라고 표현하며 정치가는 국가 그 자체가 카라쿠리라고 한다. 이처럼 카라쿠리는 그 범위와 선과 악의 경계를 구분하지 않는다. 때문에 한국인을 포함한 외국인들은 카라쿠리를 이해하기가 쉽지 않다.
2021년 NHK주최 카라쿠리인형 9대장인 타마야 쇼베이 전람회 (출처 : 물류신문)
카라쿠리(아무것도 없는데, 작동 기능하는 발명품)는 ‘없지만 있음(有)’을 내포하며 ‘無’와 ‘有’사이에 ‘인간의 창조성’이 내재 되어있는 구체적이면서도 추상적인 총칭이다. 또한, 카라쿠리는 인간만이 내포하고 있는 창조에 대해 인생을 통째로 걸만한 강한 목적의식과 호기심, 포기하지 않는 열정·투지·정신의 산물이며 일본의 모노즈쿠리 사상과 기술의 원천임을 이해해야 한다. 또한 카라쿠리 정신을 쪼개면 그 속에는 두 가지 개념이 숨어있다. ‘목숨조차도 걸 수 있을만한 명확한 목적’과 그 목적을 실현시켜줄 ‘설계와 제어 그리고 그들 간의 연계연동개념’이다. 목적론과 과학이 융합된 기술개발의 창조 Code가 내재되어 있다. 이 설계·제어 개념이 전통적으로는 ‘실, 끈, 로프, 목재부품’들이지만 공학적으로는 ‘톱니바퀴, 기어’에 담겨 일찍부터 일본의 모터, 변속기, 감속기를 기반으로 한 엔진으로 진화하며 움직이고 가동되는 머신들에 적용되어 온 것이다. 미츠비시와 카와사키 같은 기업이 전투기를 만들어 목숨 걸고 전쟁 승리라는 열정을 불태울 수 있었던 것도, Toyota가 자동차로 글로벌 Top을 향한 야망에 목숨을 걸 수 있는 것도 카라쿠리 정신과 무관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정리하면 카라쿠리는 아무것도 없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있는 것처럼 작동하고 기능하는 유무형의 모든 창조물이라고 이해할 수 있다. 이 정의를 통해 가장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이미지는 마치 인간처럼 생각하고 동작하는 ‘인공지능’과 ‘로봇’일 것이다. ‘카라쿠리 ≧AI, Robot’의 관계가 특정되는 순간이다.

이러하듯, 과거 카라쿠리 목재인형의 수제 태엽을 대신하여 연계연동개념으로 개발된 모터부품들은 현재 AI와 연계되고 있으며 과거 만화에서 보아왔던 인간형로봇 ‘아톰’과 전투로봇 ‘건담’은 일본공학도들과 엔지니어에게 있어 창조와 도전의 꿈이 되고 있다.

물류업계에 있어 카라쿠리 정신은 제조사와 유저와의 연계연동장치이자 풀필먼트 그 자체일 것이다. 반면에 가치측면에서 본다면 적어도 Toyota에서는 ‘운반과 보관의 낭비’에 대한 대표적인 대상이 ‘물류’이다. 그들이 공장 내 카라쿠리 개선(설비투자가 없이(Kara) 인간의 지혜로 공장 내 물류설비 발명)에 집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들에게 물류분야에서의 카라는 ‘(부가가치가) 없다. 비어 있다’는 정의가 적용 되어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조기업이 물류비용을 낮추고 싶어 한다는 측면에서 물류업계는 더욱 카라쿠리 정신이 가장 돋보일 수 있는 분야라 할 수 있다. Kara(대기, 운반, 동작, 설비스톱과 분류오류, 시스템오류, 수리, 보관, 광열비의 낭비가 없는, 비어져 있는 상태)임에도 Kuri(마치 신들린 듯 JIT로 흐르는 물처럼 입고-분류-출하가 되는 상태)라는 카라쿠리 관점에서 실현된 풀필먼트의 설비개발과 레이아웃, 필요한 곳에 최소한의 로봇과 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다면 그 경쟁력은 강하고 그 기업의 미래는 밝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