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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컬럼 물류신문 트럼프의 관세전쟁, 물류+해상공급망 전쟁으로 번지나

등록일2025-05-08

출처 : 물류신문, 이경성 기자 2025.04.24

‘SHIPS’ 이어 中 선박 입항 수수료로 업계 혼란 가중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전쟁이 물류시장과 해상공급망으로 번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상호 관세 부과로 세계 경제를 혼란에 몰아넣고 있는 미국은 지난해 12월 ‘SHIPS(Shipbuilding and Harbor Infrastructure for Prosperity and Security) for America Act’ 법안을 발표한 데 이어 이달 중국선박과 관련된 입항 수수료 부과 제도를 신설, 시행한다고 밝혀 해운업계와 조선업계, 나아가 물류업계의 불확실성을 높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 해운업계와 조선업계가 반사이익을 거둘 것이라는 의견과 해상운임 급등, 미국의 과도한 요구 등으로 더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엇갈린 전망을 내놓고 있다. 다만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이 시시각각 변하고 있고, 미국 경제상황과 관세 재협상 결과 따라 관련 규제가 대폭 완화될 수도 있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공통된 견해를 피력했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벌써부터 관세전쟁의 여파가 체감되고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물류업계에서는 입항 수수료 논란이 더해질 경우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항의 모습(출처: 롱비치항만공사)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항의 모습(출처: 롱비치항만공사)

(출처: 물류신문)

10월부터 美 항만에 중국선박 입항 시 수수료 부과

지난 17일(현지시각) 미국무역대표부(USTR)는 △중국선사, △중국 외 다른 국적선사가 운영하는 중국 건조 선박, △미국을 제외한 국가에서 건조된 자동차 운반선을 대상으로 자국 항만에 입항할 때 별도의 수수료를 부과하는 정책을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는 중국의 해상공급망의 경쟁력을 견제 또는 약화시키고 미국의 해상공급망 경쟁력 강화에 목적을 두고 있다. 중국선사는 톤당 50달러를, 다른 국적선사의 중국 건조 선박은 톤당 18달러를 내야 한다. 컨테이너선은 1TEU당 120달러를 내야 하며, 미국 외 국가에서 건조된 자동차 운반선은 1CEU(1대의 차량을 적재할 수 있는 공간)당 150달러가 부과된다.

미국무역대표부는 180일의 유예기간을 가진 뒤 오는 10월 14일부터 시행하기로 했다. 또한 매년 수수료를 인상할 계획인데 2028년에는 중국선사는 톤당 140달러, 다른 국적선사는 톤당 33달러, 컨테이너는 1TEU당 250달러까지 오르게 된다. 자동차 운반선은 인상되지 않는다.

미국 기업이 소유한 선박이나 특정 규모 이하의 선박은 수수료를 면제한다는 조항이 있다. 또한 수수료는 연간 최대 5회까지만 부과되고 중복되지 않으며, 중국 외 다른 국적선사가 미국산 선박을 인도받으면 같은 톤수나 작은 톤수의 중국 선박은 최대 3년까지 입항 수수료가 면제된다.

美 전략상선대 부활과 SHIPS for America Act

미국 상원의원인 마크 켈리(민주당)와 토드 영(공화당), 하원의원인 트렌트 켈리(공화당)와 존 가라멘디(민주당)는 지난해 12월 ‘SHIPS for America Act’ 법안(이하 SHIPS)을 발의했다.

‘미국의 번영과 안보를 위한 조선, 항만 인프라 법’으로 해석되는 이 법안은 양당이 함께 제출했다는 점에서 해운업, 조선업에 대한 초당적 협력 의지를 엿볼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도 추진 의사를 밝힌 바 있어 관세협상 추이에 따라 언제든 시행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SHIPS는 크게 △백악관 내 해양안보보좌관과 해양안보위원회 신설, △해양안보신탁기금 신설, △해상수송능력 확보, △미국적 전략 상선대 구축, △선박 건조능력 강화, △선원과 조선기술자 등 인력 확보, △관련 조세 제도 신설로 구분된다. 세부적으로는 △미국 해운 재건, △미국 전략물자 운송 안전 확보, △미국 조선업 부활, △조선업 근로자 및 해운분야 해기사 양성, △중국 해운조선업 견제, △백악관 내 해양안보보좌관과 해양안보위원회 설치, △정부 기금 실현으로 요약된다.

SHIPS의 핵심은 미국의 해운업, 조선업의 부활을 통해 중국의 해운업, 조선업을 견제함으로써 안정적인 해상공급망을 확보하고 해상 안보에서 우위를 점하는 것이다. 실제로 미국은 비용과 효율을 위해 대형 해운선사를 보유하지 않는 대신 유럽과 아시아 등 다른 국적선사들이 수출입 해상운송을 담당한다. 보유한 조선소도 낙후됐다는 평가다.

특히 미국은 군사안보와 경제안보를 위해 외국적선사의 도움을 받는 리스크를 상쇄하고, 중국의 해군력과 해운·조선·항만 경쟁력을 억제하기 위해 10년 내 250척 규모의 미국적외항선단, 다시 말해 전략상선대를 만들 계획이다.

이를 위해 미국은 자국 조선소에서 건조한 선박을 자국의 해상운송과 안보에 활용하겠다는 방침이며, 선원과 조선소 인력 양성을 위한 금융 지원책과 교육 인프라 투자책을 실행할 계획이다.

다만 현실적으로 100% 자국 선박으로 250척을 확보하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미국 국적자가 소유하거나 운영하는 선박에게도 참여할 기회를 준다. 아울러 신조 발주 시 미국 내 조선소에서 건조하거나 FEOC(해외 우려 단체)와 무관한 해외 조선소 건조 선박은 연령 14년 이하인 경우에도 전략상선대에 참여할 수 있다. 전략상선대에 참여하면 미국이 주도하는 첨단 기술 도입이나 금융 지원 등에서 전폭적인 지원 혹은 인센티브를 받는다. 대신 전쟁 등 비상 시 선박을 미국 정부가 활용할 수 있어야 하며, 전시에도 투입될 수 있는 등 사실상 미국적선박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중국 등 아시아의 경제 발전이 두드러지고 있지만 여전히 미국은 최대 시장 중 하나이므로, 선사들은 미주 항로에 많은 선박들을 투입하고 있다. 따라서 전략상선대 참여는 미주 항로를 운영하거나 확대 계획이 있는 선사들에게 고민거리가 되고 있다.

△HMM 컨테이너선(사진제공=HMM)

△HMM 컨테이너선(사진제공=HMM)

(출처: 물류신문)

중국 견제 매달리다 글로벌 공급망 위축 우려

중국선박 입항 수수료, SHIPS 등의 주요 핵심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견제다. 코로나19 이후 세계 각국은 수출입 물류에서 바다의 중요성, 그리고 해상운임의 상승이 인플레이션을 가져온다는 것을 깨달았다. 한때 해양 강국이었던 미국은 고효율과 디지털 기술 등에 집중하면서 해운산업과 조선산업이 쇠퇴한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에서 상선 건조가 가능한 조선소는 5곳 미만인 것으로 알려졌으며, 미국 선사들도 다른 국적선사들에게 인수됐다. 그 사이 중국은 조선시장을 장악했을 뿐만 아니라 엄청난 재화 생산량을 바탕으로 세계적인 항만들을 보유하는 등 해상공급망을 주도해왔다. 글로벌 선사들은 중국 기항 노선을 늘렸고, 중국산 선박을 구입했으며, 지금도 중국 조선소에 발주하고 있다.

그러나 전 세계 해운업계와 전문가들은 이러한 미국의 견제가 글로벌 해운공급망의 불확실성을 키우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10월이 되면 중국 건조 선박을 많이 보유한 글로벌 선사들은 비용 부담의 압박을 받게 된다. 적지 않은 금액이기 때문에 선사들은 이를 온전히 부담하지 않고 화주에게 분담을 요구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선대 조정이나 노선 변화 등에 나서는 선사들도 나올 것으로 보이며, 물가 인상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SHIPS의 경우 미국이 해운 재건과 조선업 부활을 꿈꾸는 것은 문제될 것이 없어 보이지만, 세부 조건을 보면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다. 법안의 취지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시작한 관세전쟁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미국은 자국 내 조선소의 부족을 이유로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한 외국 조선소에서 해군 함정 등을 건조할 계획이다. 그러나 중국이 소유하지 않은 조선소 또는 중국 본토에 사업자등록을 낸 다국적 기업의 조선소는 입찰에서 배제되며, ‘저렴한 비용’이어야 한다. 적자를 감수하거나 관세 또는 이와 대등한 수준의 압박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우리나라는 HMM 등 국적 원양선사들의 중국산 선박 수가 미미하기 때문에 직접적인 영향은 받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HMM은 5척, SM상선은 2척을 보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글로벌 선사들의 선대 개편이나 노선 조정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어 적절한 대응이 요구된다. 조선업의 경우 미국과 관세 협상 과정 또는 그 이후 SHIPS 대응 가이드라인이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출처: 백악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출처: 백악관)

(출처: 물류신문)

관세전쟁 여파, 물류업계도 물량 급감에 울상

트럼프 정부의 관세전쟁은 세계 무역환경을 위축시키고 있다. 이는 해운은 물론 물류업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관세의 여파로 중국에서 미국으로 가는 해상운송 물동량이 급감하면서 아시아-북미항로의 선복량이 4월 둘째 주보다 최대 14% 수준은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입항 수수료 시행으로 자동차 운반선의 용선료 하방 압력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물류업계도 비상이 걸렸다. 물류신문의 취재 결과 다수의 수출입 물류기업들은 3월 중순 또는 말부터 급격한 물동량 감소 현상을 겪고 있다. 의류와 원자재, 전자제품 등 품목도 가리지 않는 분위기다.

실제로 관세청의 수출입 현황 자료에 따르면 3월 수출입 동향은 작년 3월보다 수출은 3.0%(582억 달러), 수입은 2.3%(533억 달러) 증가세를 기록했으나 4월 1~20일 수출입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수출은 5.2%(-18.7억 달러), 수입은 11.8%(-45.7억 달러)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미국은 수출입 모두 하락폭이 큰 상위 국가인 것으로 나타났다(수출 –14.3%, 수입 –10.1%). 3월 중순부터 감소한 수출입 물량이 4월 수출입 통계에 잡힌 것으로 풀이된다.

(출처: 물류신문)

(출처: 물류신문)

한 물류기업 관계자는 “대기업은 형편이 나은 편이지만 중소 물류기업과 화주기업들은 갑작스러운 변화에 당황하고 있다. 수입의 경우 내수 침체와 환율, 관세 등 시장 변동성을 견디기 위해 최대한 재고를 활용하며 최소한의 물품만 수입하고 있다. 3월 중순 이후 적게는 10%, 많게는 20%까지 단기간에 수입 물동량이 급감한 업체들이 많다. 수출도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서 움직임이 다 죽었다. 뾰족한 방안이 없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 전문가는 “트럼프의 변덕이 워낙 심해 최소한의 예측과 대응책 마련이 쉽지 않다. 당장 중국과의 관세전쟁도 수시로 세율이 바뀌고 있지 않나”라며 “가장 시급한 건 미국과의 관세협상이다. 협상이 잘 이루어져 피해를 최소화했다는 인상을 줘야 시장이 안정세를 찾으려 할 것이다. 또한 하루 빨리 컨트롤 타워가 정상화되어 정부가 제 역할을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23일 미국무역대표부의 ‘대중국 301조 조사에 따른 조치’에 따른 입항 수수료 규제와 관련해 4월 16일 가동한 ‘해운물류분야 통상현안 비상대응반’을 통해 구체적인 선박별 영향과 대응책 등을 논의하고 있으며, 향후 관련 부처, 민간 업계 등과의 긴밀한 협조를 바탕으로 진행 상황을 모니터링하면서 철저히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