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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컬럼 물류신문 물류패권 1. 왜 지금, 물류 패권인가?

등록일2026-01-22

출처 : 물류신문, 손정우 기자 2026. 1. 16

공급망 능력에 따라 국가 희비 갈리고, 사업 성과 격차 벌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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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물류신문)

‘물류가 세계시장 움직이기 시작’

지금까지 글로벌 평가 순위는 국가 단위로 구분되고, 산업 단위로 해석됐다. 경제는 성장률과 무역 수지로 설명됐고, 산업 경쟁력 역시 제조 생산능력과 기술 수준으로 평가받으며 지금까지도 이를 적용해 순위를 정한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이 틀로 설명되지 않는 장면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그 중심에 이동, 즉 공급망이 자리한다.

공급망 능력에 따라 유사 산업구조를 가진 국가들의 희비가 나뉘고, 비슷한 기술력을 가진 기업들 사이에서도 성과 격차가 벌어진다. 정책이나 의지, 혁신 속도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사례들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이 차이를 만드는 핵심이 바로 ‘이동의 구간’이다.
누가 만들었는지가 아니라, 누가 먼저 움직일 수 있었는지, 누가 어떤 경로를 선택해 안정적으로 이동하고, 통과할 수 있었는지가 결과를 바꾸는 세상이 됐다. 이 판단의 기준이 작동하는 영역이 바로 물류다. ‘물류 패권’을 누가 쥐느냐가 관건이 된 것이다.

사실 물류산업의 경우 지금까진 전략적 설계 대상은 아니었다. 세계화 역시 생산 분산을 통해 완성된 것처럼 보였다. 기업들은 비용과 효율을 기준으로 공장을 이전했고, 생산기지는 국경을 넘어 빠르게 전환해 자리를 잡았다. 이 과정에서 상품 이동 경로는 크게 변화가 없었다.

생산지는 늘어났지만, 이동은 여전히 소수의 해협과 운하, 특정 항만과 허브공항에 의존해 왔다. 세계 물동량의 상당 부분도 이 같은 제한된 이동 통로 이용을 반복해 왔다. 이 구조는 오랫동안 문제로 인식되지 않았다. 물류가 그럭저럭 큰 문제없이 작동했기 때문이다. 병목이 생겨도 비용을 조정하거나 우회로를 확보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여겨와서 다. 지금 돌아보면 이동은 분명히 ‘조정 가능한 변수’였고 변화 요인이었지만 전략적으로 설계해야 할 대상은 아니었던 셈이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할 점이 있다. 바로 어느 순간 이 전제가 작동하지 않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생산은 가능했지만, 도착이 보장되지 않았고, 지연은 일정의 문제가 아니라 가격과 계약, 시장 접근성의 문제로 번졌다. 이동이 막히는 순간, 공급망 전체는 동시에 흔들린다. 기업은 생산과 판매할 제품을 갖고 있어도 물량 처리를 못했고, 국가는 산업 경쟁력을 유지했음에도 시장 대응에 실패했다.

세계는 그제서야 깨닫기 시작했다. 제조업 경쟁력도 문제지만 이동 자체가 병목화 되고, 원활하지 못하면 결국 격차가 벌어진다는 사실을 말이다.

물류, 풀이의 핵심임에도 항상 후 순위여서 문제

그동안 물류는 기업 전략과 국가 정책에서 늘 후 순위였다. 지금 당장도 돈 되는 것처럼 보이는 부동산이 우선이지 물류산업의 정책적 전략 수립은 뒷전이다. 이는 아직도 물류가 어디서 만들지, 어디에 팔지를 정한 뒤에 고려하는 실행의 문제이고, 관리의 영역으로만 취급해서다.
설계의 언어가 아니어도 안정적 환경에서 이런 인식이 유지될 수 있었다. 그러나 흐름이 흔들리면서 한계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단순히 운송비를 더 쓰는 방식으로는 해결되지 않았고, 대체 노선을 찾는 것만으로도 부족했다.

문제는 비용이 아니라 구조였던 셈이다. 어디까지 통제할 수 있는가가 결과를 갈랐다. 이러자 일부 국가들과 기업들은 질문을 바꾸기 시작했다. 얼마나 많이 만들 수 있는가가 아니라, 어디를 거쳐야 시장에 도달할 수 있는가를 묻기 시작한 것이다. 얼마나 싸게 보낼 수 있는가 보다, 어디에서 흐름을 통제할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한 기준이 됐다. 이 변화는 선언이 아니라 선택으로 나타났다. 항만 운영권, 물류 거점 확보, 운송 노선의 우선순위. 눈에 띄지 않는 선택들이 조용히 누적되기 시작했다.

물류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 결과의 차이를 이끌어

물론 이 선택들이 바로 성과를 보여주진 않는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차이는 분명해졌다. 물류를 실행 기능으로 유지한 주체와 설계의 대상으로 끌어올린 주체 사이에서 시장 접근성, 대응 속도, 회복력에서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후자는 더 빠르지 않았다. 대신 더 유리한 위치에 있었다. 이 격차는 자본이나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물류를 바라보는 관점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결과적으로 물류가 결과를 만드는 조건임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건 산업시장의 큰 변화다. 얼마 전만 해도 무엇을 만들 것 인가가 최우선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질문이 하나 더 붙는다. 시장에 실제로 도달할 수 있는지. 어떤 기업은 경쟁력 있는 제품을 갖고도 시장 진입을 시도하지 못한다. 반대로 어떤 기업은 비용 부담을 감수하면서도 안정적인 접근권을 유지한다. 이 차이는 속도의 문제가 아니다. 위치의 문제다.

물류산업은 이제 결과를 전달하는 기능이 아니라, 결과가 만들어질 수 있는 조건으로 작동한다. 이 조건을 확보한 주체는 주변에 웬만한 변화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변화가 흘러가는 방향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설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가 정책과 전략의 언어가 된 물류 이런 변화는 민간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공급망의 안정화는 더 이상 산업 정책의 부속 항목이 아니다. 국가안보, 에너지 전략, 외교 정책과 직접 연결되고 생사를 좌우하는 요소다.

어떤 항만을 확장할지, 어떤 운송 루트에 투자할지, 누가 접근권을 갖는지가 정책의 언어로 전환되고 있다. 글로벌 기업들 역시 이런 판단을 하고 있다. 물류 투자는 단기 수익성만 놓고 보면 부담이지만, 장기적 안목에서 보고 이를 포기하는 순간 시장 선택권과 대응력을 함께 잃게 된다. 따라서 이제 물류가 중요한가를 묻는 1차원적 단계는 지났다.

누가 물류를 설계하고 있는지, 또 누가 흐름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있는가가 핵심이다. 물류 패권을 쥔다는 의미는 많은 물량을 원활하게 처리한다는 뜻이 아니다. 접근권, 우선권, 배분 기준을 정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권한은 시간에 걸쳐 축적되며, 한 번 격차가 벌어지면 쉽게 좁혀지지도 않고 또 쉽게 좁힐 수도 없다. 그래서 물류 패권은 단기 전략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며 긴 호흡을 가져야 한다. 이 같은 사례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을 수 있다.

<물류 패권> 연속 기획은 이 구조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어떤 선택을 통해 누적되어 왔는지를 따라가 추적한다. 다음 회차에서는 물류를 먼저 쥔 국가가 어떻게 세계의 질서를 바꾸고 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