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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컬럼 물류신문 미국 ‘800달러 면세’ 폐지, 역직구 시장 변화 불가피

등록일2025-09-11

출처 : 물류신문, 석한글 기자 2025. 09. 09

B2C 직배송에서 B2B 풀필먼트로 구조 전환…공동 물류센터 등 정부 지원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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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물류신문)

지난 몇 년간 글로벌 이커머스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을 견인해 온 미국의 ‘800달러 이하 소포 면세(De Minimis)’ 제도가 폐지됐다.

세계 최대 소비 시장인 미국의 소액 면세 제도는 1938년 도입 이후 무역 활성화와 소비자 선택권 확대라는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다. 하지만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알리익스프레스, 테무, 쉬인 등 중국계 이커머스 플랫폼들이 이 제도를 활용해 미국 시장을 빠르게 잠식했다. 2024년 기준, 면세 혜택으로 미국에 들어온 소포는 하루 평균 400만 개, 연간 14억 개, 가치는 646억 달러에 달했다. 이 중 60% 이상은 중국산 제품이었다.

트럼프 2기 행정부는 중국발 저가 상품의 범람을 막겠다는 명분과 공정 무역 실현을 위해 행정명령을 통해 해당 제도를 전격 폐지했다. 이에 따라 우정사업본부도 미국의 관세 정책 변화에 발맞춰, 미국행 항공소포(8월 25일부터)와 EMS 국제특급우편(8월 26일부터, 서류 제외)의 창구 접수를 전격 중단했다. 기존 국제우편망 시스템으로는 미국 세관이 요구하는 새로운 관세 신고 및 납부 절차를 처리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이다.

이번 조치로 인해 개인 판매자와 중소기업들이 저렴하게 이용하던 공식 소포 서비스의 이용이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우정사업본부는 민간 특송사 UPS와 제휴한 ‘EMS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나, 기존 EMS보다 요금이 비싸 4.5kg 미만의 저중량 소포를 주로 보내는 대다수 역직구 판매자에게는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K-컬처 타고 급성장한 역직구 시장 ‘면세 폐지’에 직격탄

이번 조치로 인해 K-컬처 열풍을 타고 날개를 단 대미 역직구 시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2024년 기준 한국의 대미 해외 직접 판매액은 3,448억 원으로 5년 전보다 76%나 증가했다. 특히 화장품과 패션 분야가 성장을 주도했다.

올리브영 글로벌몰의 경우, 올해 상반기 매출의 절반 이상이 미국에서 발생할 정도로 미국은 K-뷰티의 핵심 시장으로 부상했다. 이번 조치에 따라 올리브영 글로벌몰은 홈페이지를 통해 “8월 29일 주문부터 상품가의 15%에 해당하는 관세가 결제 시 부과된다”고 공지했다. 이외에도 컬리 USA, 무신사 등도 관세 부과 방안을 검토 중이다.

관련 업계는 “모든 수입품에 관세가 동일하게 적용되기 때문에 한국 제품의 ‘상대적’ 가격 우위는 유지될 수 있지만, 소비자가 체감하는 ‘절대적’ 가격 인상으로 인해 K-제품에 대한 수요 증가세가 꺾일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소비자 가격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모션과 할인 혜택을 제공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중소기업에 더 큰 타격…‘업계·정부 등 공동 대응해야’

이번 문제는 대기업보다 중소기업에 더 큰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과 달리 통관·물류 협력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중소 브랜드들은 늘어난 행정 비용과 복잡해진 절차로 인해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정부가 이번 행정명령이 ‘영구적인 조치’임을 명확히 하면서, 지금까지의 ‘저비용·고효율’ 역직구 모델은 근본적인 변화가 불가피해졌다. 이에 유통·물류 업계는 물론 정부 및 관계 기관이 공동 대응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물류 업계 관계자는 “물류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기업의 경우, 현지 물류 인프라를 갖춘 국내 기업 또는 현지 풀필먼트 업체와의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전문 업체를 통해 통관, 재고 관리, 최종 배송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하면 복잡한 행정 절차와 비용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또 다른 물류 업계 관계자는 “단기적으로는 우정사업본부의 ‘EMS 프리미엄’을 이용하거나, 향후 출시될 신규 서비스를 기다릴 수 있지만 이는 임시방편에 불과하다”며 “향후 미국은 B2C 직접 배송에서 B2B 대량 운송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이 불가피하다”고 내다봤다. 이로 인해 관련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들은 미국 현지 물류 인프라 확보가 필수라는 지적이다.

유통·물류 업계는 정부와 관계 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한 유통 업계 관계자는 “우정사업본부의 신규 특송 서비스 외에도 중소기업들이 공동으로 이용할 수 있는 미국 현지 ‘공동 물류센터’나 ‘통합 풀필먼트 플랫폼’ 구축을 고려해야 한다”며 “급증한 물류비 부담을 완화하기 위한 보조금 지급과 미국 현지 업체와의 제휴 지원 등 실질적인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