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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컬럼 다중위기 시대의 공급망 패러다임 전환: 효율성 극대화에서 회복탄력성 구축으로의 전략적 이행

등록일2025-10-20

01

다중위기 시대의 공급망 패러다임 전환: 효율성 극대화에서 회복탄력성 구축으로의 전략적 이행

최근 몇 년간 글로벌 공급망은 전례 없는 복합적 위기에 직면해 있다. 운송 인프라의 혼잡, 컨테이너 수급 불균형, 지정학적 긴장의 고조, 경제적 불확실성의 확산, 그리고 기후변화로 인한 극단적 기상현상의 빈발화는 기존의 효율성 중심 공급망 모델의 근본적 한계를 노출시켰다. 이러한 현상은 일시적 교란이 아닌 구조적 변화를 시사하며, 기업의 공급망 관리 패러다임의 근본적 재검토를 요구한다.

본 칼럼은 효율성 극대화라는 단일 목표에서 효율성과 회복탄력성(Resilience)의 균형적 추구라는 이중 목표로의 전환이 불가피함을 살펴본다.

1. 효율성에서 회복탄력성으로의 전환

공급망은 오랫동안 비용 절감과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설계되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동안 반복되는 공급망 교란은 효율성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음을 보여 주었다. 2024년 글로벌 컨테이너 선박 운항 정시성(Schedule Reliability, 선박이 예정된 출항 및 도착 시간을 얼마나 정확히 지키는지를 나타내는 지표)은 50~55 % 수준에 머물렀으며, 코로나19 이전 70~85 % 수준과 비교하면 급락했다. 이러한 정시성 지표의 악화는 단순한 일시적 변동이 아닌 글로벌 물류 네트워크의 구조적 취약성을 반영한다.

장기화되는 교란은 기업의 재무 상태에도 치명적이다. 재무적 관점에서 살펴보면, 단 한 번의 장기간 글로벌 공급망 교란 사건으로도 기업의 EBITDA(Earnings Before Interest, Taxes, Depreciation, and Amortization, 이자, 세금, 감가상각비 차감 전 영업이익)를 30-50% 감소시킬 수 있다.[1] 이는 공급망 취약성의 경제적 함의를 명확히 보여주며, 회복 탄력성 구축이 단순한 운영상의 문제가 아닌 기업 가치와 직결되는 전략적 이슈임을 의미한다.

[컨테이너 선박 정시성] 02 (출처: Sea-Intelligence[2])

1.1 리스크 패러다임의 전환

OECD의 Supply Chain Resilience Review는 핵심적 통찰을 제공한다. 공급망 회복탄력성의 본질은 리스크의 완전한 제거가 아닌, 리스크의 효과적 관리와 적응에 있다는 것이다.[3] 이러한 관점의 전환은 복잡계 이론(complexity theory)에 기반한 것으로, 글로벌 공급망의 상호연결성과 비선형성을 고려할 때 모든 리스크의 사전 차단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며 경제적으로도 비효율적임을 인정한다.

2. 다중위기(Polycrisis) 시대

2.1 다중위기의 개념

UNCTADU(United Nations Conference on Trade and Development, 유엔무역개발회의)가 도입한 'Polycrisis' 개념은 단일 위기가 아닌 복수의 위기가 상호작용하며 증폭되는 현상을 지칭한다. 이는 시스템 이론의 관점에서 개별 위기의 선형적 합이 아닌, 위기 간 상호작용으로 인한 비선형적 증폭 효과를 의미한다.

2.2 다중위기

무역정책의 불확실성은 공급망 의사결정의 복잡성을 증가시킨다. Reuters[5]가 2025년 6월 발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90%가 관세 관련 공급망 교란을 우려하고 있으며, 이는 정책 불확실성이 공급망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을 보여준다.[4] 영국의 Critical Imports and Supply Chains Strategy는 정부-민간 협력 거버넌스 구축을 통한 체계적 대응을 제시하며, Critical Imports Council 설립과 같은 제도적 혁신을 통해 리스크 식별과 대응의 효율성을 높이고자 한다.[5]

지정학적 위기는 공급망 교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홍해 사태로 인해 선사들이 아프리카 희망봉을 돌아 항해해야 했으며, 이로 인해 항로 거리가 약 10% 증가하고 전 세계 컨테이너 선박 운항 능력의 5~9%가 감소되었다. 이러한 우회는 무역량이 회복되는 시점에 항만 혼잡을 악화시키고 용량을

압박한다. 우회 항로는 승무원과 화물을 분쟁 지역으로부터 보호하지만, 동시에 탄소 배출을 악화시키고, 운송 시간을 늘리며, 운송 능력을 제한하고, 비용을 상승시킨다.

최근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변화도 공급망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가뭄으로 인한 파나마 운하의 통항 제약은 물리적 인프라의 기후 의존성을 명확히 드러낸다. 이는 공급망 설계에서 기후 리스크를 내재화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하며, 전통적인 경로 최적화 모델의 재검토를 요구한다.

탈탄소화 규제 압력도 공급망에 영향을 미친다.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3%를 차지하는 해운 부문은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2050년까지 그 비중이 5~8%로 증가할 수 있다. 2023년 국제해사기구는 2035년까지 연료 배출 강도를 30%, 2040년까지 65% 감축하도록 의무화했다. 전 세계적으로 주문된 암모니아 동력 선박(이산화탄소 배출이 없는 친환경 선박)은 약 25척에 불과하다.

반면 머스크(Maersk)는 이미 벙커유 대비 친환경적인 이중연료 메탄올 선박 13척을 운영하고 있으며 20척을 추가 주문한 상태이다. 화주기업 네슬레(Nestlé)는 모든 머스크 화물 운송에서 온실가스를 65% 줄이는 ECO Delivery 옵션을 채택하고 있다.[6] 그러나 첨단 연료 채택은 아직 제한적이며, 새로운 연료 인프라의 확장과 안전 리스크 관리는 회복탄력성 확보를 위한 핵심 과제가 될 것이다.

이러한 공급망 위기는 인플레이션에 나타났다. 공급망 병목 현상과 해외 수요와 같은 국제적 요인이 2021년과 2022년에 관측된 인플레이션의 약 2%포인트(pp)를 차지했으며, 이는 해당 기간 전체 인플레이션의 약 4분의 1에 해당한다. 유럽의 경우, 생산이 해외 투입재에 더 많이 의존하기 때문에 국제적 경로가 인플레이션에 최대 4%포인트(pp)까지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7]

3. 전략적 대응: 효율성에서 적응력으로

3.1 공급망 전략의 전환

글로벌 공급망 교란의 Polycrisis 시대에 글로벌 기업들은 공급망 전략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하고 있다. 글로벌선도 기업들은 점진적으로 공급망 네트워크를 확대하고 현지화하고 있다. 기업의 79%는 공급업체 기반을 다변화하고 있으며, 71%는 지역화 및 현지화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단순한 전술적 조정이 아니라 글로벌 소싱 전략의 근본적 재구상을 의미한다. 또한 조직의 83%는 정치적·경제적 동맹국으로 간주되는 국가에 공급망 네트워크를 집중시켜 위험 노출을 줄이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정치·경제적으로 우호적인 국가들과만 공급망을 구축·이전하는 전략)에 적극적으로 투자하고 있다.[8] 즉 단순한 비용 효율성 추구에서 벗어나 회복탄력성 향상으로 패러다임이 이동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3.2 기술 혁신과 디지털 전환

기술혁신은 회복탄력적 공급망의 핵심이 될 것이다. 기업들은 데이터 기반 인사이트를 활용해 운영을 최적화하고, 단순 대응적 관리에서 벗어나 예측적 회복탄력성 계획을 수립할 수 있을 것이다. AI, 머신러닝, 딥러닝 등 예측 분석 기술의 도입은 공급망의 가시성(visibility)과 예측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킬 잠재력을 갖고 있다. Maersk는 AI 기반 예측 유지보수 시스템을 통해 비계획적 가동중단을 대폭 감소시키고 유지보수 비용을 최대 20% 절감했으며, CMA CGM은 선박 항로 최적화, 컨테이너 처리, 재고 관리 전반에 AI를 통합하고 있다.[9]

디지털 트윈 기술(Digital Twin, 현실 세계의 사물·공정·시스템을 가상 공간에 똑같이 복제해, 시뮬레이션·분석·최적화에 활용하는 기술)을 활용한 공급망 시뮬레이션은 시나리오 기반 계획수립의 정교화를 지원하며, 실시간 데이터 통합을 통한 동적 최적화를 실현한다. Nestlé는 Coupa와 협력하여 공급망 디지털 트윈을 구축해 공장 생산량 기반의 효율적 공급망을 설계했으며, 이를 통해 의사결정 소요 시간을 60% 단축시켰다[10]. 글로벌 물류기업 삼성SDS 역시 머신러닝과 생성형 AI를 활용하여 공급망 리스크를 실시간으로 포착하고 신속한 대응 방안을 마련함으로써, 예측 불가능한 공급망 위기와 급격한 환경 변화 속에서도 중단 없는 지속 가능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3.3 회복탄력성의 경제학: 투자와 취약성

회복탄력성 투자에 대한 재무적 근거도 점차 명확해지고 있다. 운임을 시장가격보다 10% 높게 지불하는 것은 수백만 달러 규모의 매출원가(COGS, Cost of Goods Sold)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취약한 공급망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은 이보다 훨씬 크다.[11]

따라서 회복탄력성을 비용이 아닌 복합적 수익(compound returns)을 창출하는 전략적 자산으로 재개념화할 필요성을 의미한다.

해운 얼라이언스 별 정시 입항률을 살펴보면, Gemini Cooperation이 전체 입항 기준 89.9%, 항로별 입항 기준 86.9%로 압도적인 1위를 달성했다. 이는 MSC의 79.0%·80.2%, premier Alliance의 55.4%·56.0%, Ocean Alliance의 66.9%와 비교해 현저히 높은 수치다. 이러한 성과는 글로벌 공급망 불안정 속에서도 회복탄력성을 강화하고 안정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대규모 네트워크 재편에 전략적으로 투자한 결과다.[12]

3.4 미래 전망: Antifragility 공급망

미래의 기업들은 회복탄력성을 넘어, 충격 속에서 더 강해지는 ‘Antifragility’ 개념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 Antifragility은 단순히 공급망 충격을 견디는 것을 넘어 위기를 성장과 진화의 기회로 전환하며 더욱 견고해지는 시스템의 특성을 의미한다.

Gartner의 조사 결과는 현재 글로벌 공급망의 현주소를 명확히 보여준다. 대다수 공급망(63%)이 여전히 취약한(fragile) 상태에 머물러 있으며, 완전한 회복탄력성을 갖춘 공급망은 8%에 불과하고, Antifragility 단계에 도달한 공급망은 겨우 6%에 그친다.[13] 이는 대부분의 기업이 아직 예측 불가능한 교란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음을 시사한다. Antifragility를 달성한 소수의 선도 조직들은 대규모 불확실성과 혼란의 시기에도 지속적으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다. 이들의 핵심 차별점은 경영 철학과 의사결정 방식의 근본적 전환에 있다. Antifragile 조직들은 전통적인 계획 달성률이나 목표 준수율 같은 경직된 지표에서 벗어나, 자원 활용의 효율성과 실질적인 가치 창출 지표에 초점을 맞춤으로써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한다.

2024년 Supply Chain Top 25 기업들은 Antifragile 공급망 구축의 선도적 사례를 보여준다. 이들 기업들의 공통적인 특징은 단순히 제품을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고객 가치를 이해하고, 수요 관리에 투자하며, ESG에 대한 혁신을 추진한다. 특히 이들은 AI 기반 도구를 통해 허위적 확실성을 얻으려 하지 않고, 대신 불확실성이 공급망 성과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하고 이해하며, 그 이해를 바탕으로 행동한다.[14]

4. 결론

효율성 극대화에서 회복탄력성 통합으로의 전환은 최근 공급망 관리의 핵심 과제다. 이는 단순한 리스크 관리 강화가 아닌, 복잡계로서의 공급망에 대한 근본적 재인식을 요구한다. 다변화된 네트워크 구축, 디지털 역량 강화, 지속가능성 내재화, 협력적 거버넌스 확립은 이러한 전환의 핵심 요소다.

궁극적으로 경쟁우위는 회복탄력성을 전략적 차별화 요소로 인식하고, 이를 조직 역량으로 체화하는 기업에게 돌아갈 것이다. 불확실성이 상수가 된 환경에서 핵심 질문은 "위기를 견딜 수 있는가"가 아닌 "위기를 통해 진화할 수 있는가"로 재정의되어야 한다. 이러한 인식의 전환이야말로 다중위기 시대를 헤쳐나갈 핵심 전략이 될 것이다.

# Reference

[1] Ware2Go. (2024, October 17). 6 essential strategies to maximize supply chain resilience. https://ware2go.co/articles/supply-chain-resilience/
[2] Sea-Intelligence. Schedule reliability
[3] OECD. (2025, June). OECD supply chain resilience review: Navigating risks. https://www.oecd.org/en/publications/2025/06/oecd-supply-chain-resilience-review_9930d256.html
[4] Reuters. (2025, June 3). Trump tariffs stoke supply chain worries for US businesses, survey shows. https://www.reuters.com/world/us/trump-tariffs-stoke-supply-chain-worries-us-businesses-survey-shows-2025-06-03/#:~:text=June%203%20%28Reuters%29%20,brokerage%20Gallagher%20showed%20on%20Tuesday
[5] Reuters. (2024, January 17). Britain sets out plan to strengthen critical supply chains. https://www.reuters.com/world/uk/britain-sets-out-plan-strengthen-critical-supply-chains-2024-01-17/#:~:text=LONDON%2C%20Jan%2017%20%28Reuters%29%20,more%20resilient%20against%20global%20shocks
[6] Reuters. (2025, June 4). Shipping industry still at sea as it tries to navigate to net zero. https://www.reuters.com/sustainability/decarbonizing-industries/shipping-industry-still-sea-it-tries-navigate-net-zero-2025-06-04/#:~:text=Fortescue%27s%20Green%20Pioneer%20vessel%20last,Rights%20%2C%20opens%20new%20tab
[7] Federal Reserve Bank of Richmond. (2025, January). Supply Chain Resilience and the Effects of Economic Shocks
[8] The Business Continuity Institute. (2024, January). What does supply chain resilience mean in 2024?. https://www.thebci.org/news/what-does-supply-chain-resilience-mean-in-2024.html
[9] Digital Defynd. (2025). How can AI be used in the Shipping Industry [10 Case Studies] [2025]. https://digitaldefynd.com/IQ/ai-use-in-the-shipping-industry-case-studies/
[10] Coupa. (2024, Aug). The Complete Guide to Supply Chain Digital Twins. https://www.coupa.com/blog/the-complete-guide-to-supply-chain-digital-twins/
[11] XENETA. (2025, March 28). The Biggest Global Supply Chain Risks of 2025. https://www.xeneta.com/blog/the-biggest-global-supply-chain-risks-of-2025
[12] Port News. (2025, September 28). Global schedule reliability holds steady at 65.3% in August 2025, Sea-Intelligence reports. https://en.portnews.ru/news/382534/
[13] Gartner. (2025, May 21). Build Supply Chain Resilience to Arrive at an Antifragile State. https://www.gartner.com/en/articles/supply-chain-resilience
[14] Pondview Consulting, LLC. (2025, Oct, 2). Antifragile Supply Chains: The Next Generation of Productivity. https://pondviewconsulting.com/antifragile-supply-chains-the-next-generation-of-productivity/

전준우
전준우

교수

현 성결대학교 글로벌 물류학부 교수
주요 연구 실적:
System Dynamics in the Predictive Analytics of
Container Freight rates
(Transportation Science, SCI, 2021),
해운 및 항공운임 예측(삼성SDS,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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