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꼬꼬물 [제6화] 해운과 환경

등록일NOV 04, 2021

[제6화] 해운과 환경

안녕하세요?

꼬꼬물 독자 여러분.

5회까지 연재를 하며 지금은 나름대로 독자층이 넓혀진 것 같아 기쁩니다.

이젠 감히 꼬꼬물 독자 여러분이라고 말씀드릴 용기가 생기네요.


시간이 갈수록 그 인기가 올라가는 꼬꼬물! 오늘은 ‘해운과 환경’에 대한 얘기를 하겠습니다.

여러분, 온실가스를 아시나요? 온실기체(Greenhouse gas, GHGs)라고도 하죠!

온실가스(GHGs)는 지구에서 방출되는 열과 적외선을 흡수, 대지에서 복사하여 대기를 따뜻하게 유지해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온실가스에서 이산화탄소(CO2)와 수증기가 주요 역할을 하는데, 이러한 온실가스 때문에 지구의 기온이 평균 섭씨 15도 내외의 적정 수준으로 유지가 되고 있죠.

그러나 산업혁명 이후 CO2를 비롯한 이러한 온실기체가 증가하여 지난 100년 동안 지구의 평균 온도가 섭씨 1도 이상 상승하였고, 상승률은 해가 갈수록 증가하고 있습니다. ㅠㅠ

향후 100년 동안 지구의 대기 온도가 2도 이상 상승을 한다면, 지구상의 모든 생물들이 멸종될지도 모른다는 끔찍한 전망이 나오고 있습니다. 아, 진짠가?

충격


여러분, 그리고 북극 얼음과 남극 얼음의 차이가 무엇인지 아시나요?

북극 얼음은 해수가 얼어서 생긴 것이고, 남극 얼음은 대륙 위에서 쌓여서 생긴 것이라고 합니다.

여름이 되면 북극 얼음은 상당 부분 녹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북극 얼음이 전부 녹아도 지구의 해수면 상승은 거의 없다고 합니다.

반면에, 남극의 얼음(빙하라고 하죠, 둘리가 타고 온 얼음 대륙이죠)은 어떨까요?

남극의 얼음이 모두 녹으면 해수면이 약 80m 상승한다고 합니다.

허걱~~ 80m!

해수면이 80m 상승한다면, 서울, 부산 등 해발 80m가 되지 않는 도시는 다 바닷속에 잠기게 됩니다.

과거 재앙 영화 중 하나인 ‘해운대’에서는 해일이 일어나 부산을 삼켰지만, 해일이 물러난 이후 무너진 도시를 다시 재건시킬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남극 얼음이 녹아 해수면이 상승할 경우, 도시들은 지구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맙니다.

마치 전설의 저편으로 사라진 아틀란티스 도시처럼 말이죠.



30년 전만 하더라도 지구의 멸망, 핵 폭발, 영화 “아마겟돈”과 같은 유성 충돌, 또는 영화 “인디펜던트 데이”와 같은 외계인의 공격 등이 대세를 이루었고, 이에 대한 영화도 수없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지구 환경 문제는 1980년대 말부터 대두되었는데, 특히 21세기가 되면서 중국을 비롯한 개발도상국들의 급격한 공업화 진행, 무분별한 화석연료 사용 등으로 CO2 배출로 인한 지구 온난화가 국제적인 문제로 대두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환경 문제로 인한 지구의 기후 변화, 해수면 상승, 오존층 파괴 등 현재 보여지고 있는 갖가지 징조가 향후 200여 년 후에나 벌어질 일이라 생각을 했는데, 우리 세대에도 이렇게 영향을 미칠 줄은 몰랐습니다. 아마도 한 세대만 더 지나가면 엄청난 재앙으로 다가올 것이 분명함에 따라 모든 산업에서, 그리고 모든 나라에서 지구를 살리기 위한 운동을 펼쳐 나가야겠죠.



여러분! ‘파리 협약’을 알고 계실 것입니다.

2015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21차 UNFCC(UN 기후변화협약)에서 2020년 이후의 새 기후 변화에 대한 체제 수립을 한 것입니다.


(출처 : UNFCCC)
사실 파리 협약이 지구 환경 문제에 있어서는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1980년대부터 모든 나라들이 지국 온난화에 대한 걱정과 대책을 마련하자고 하면서도, 각국의 산업적/상업적 이익과 결부되어 있어 쉽게 구심점을 마련하기 힘들었습니다.

하지만,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 문제가 생각보다 빠르게 대두되면서 세계 각국의 뜻있는 환경운동가 들이나 정치인들이 이의 심각성을 전파하고, CO2 배출의 주범인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기 위해 오랜 기간 동안 많은 노력을 경주한 끝에 2015년 드디어 파리 협약을 체결하게 되었습니다.

그전에도 리우데자네이루 협약이나 교토 의정서 등과 같은 UN 주도의 기후 협약이 일찍이 있었으나, 구속력이 전혀 없었었던 바, 파리 협약은 192개국의 동의하에 지구 평균 온도를 산업혁명 이전보다 섭씨 2도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온실가스 배출량을 2025년까지 2005년 대비 26~28% 줄이는 것을 강제화하는 것이 골자였습니다.

하지만, 국가별로 이해관계에 따라 반발이 끊이지가 않았죠. 당시까지만 하더라도 이 협약에 가입하지 않은 나라가 니카라과, 시리아 정도였고, 모든 나라들의 관심인 미국과 중국의 가입으로 모든 회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러나 2015년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후 파리협약에서 탈퇴하면서 미국은 앨고어 전 부통령 때부터 일궈온 지구환경 및 온난화에 대한 부단한 노력이 물거품이 되고 말았습니다. 미국의 제조업이 과거 대비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아직 전 세계 탄소 배출량은 당시 1위를 차지한 나라가 미국인데도 말이죠.

지구를 살리자는 모든 이들의 열망은 미국 때문에 곧 무너져 내리는 줄 알았습니다. 다행히도 올해 미국 백악관의 주인이 교체됨과 따라 올해 2월 미국도 파리 협약에 복귀를 했습니다.



이처럼 환경과 관련된 모든 산업에서 전반적으로 기후변화 방지와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운동이 공업, 건축, 농업, 운송업 등 전 산업에 걸쳐 대대적으로 벌어졌고, 해운계에서도 UN 산하기관인 IMO(International Maritime Organization) 주도로 20여 년 전부터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각종 노력을 해 왔습니다. 2018년, 영광스럽게도 한국인인 임기택 사무총장께서 IMO 사무총장으로 취임하셔서 지금까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전 세계에 공헌하고 계십니다.

(출처 : IMO)
(출처 : IMO)
해운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 노력을 알아보기 이전에 운송 기관별 사용 연료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여러분, 자동차나 비행기, 그리고 선박은 어떤 연료를 사용하는지 아시나요?

우리나라는 원유(Crude Oil)가 생산되지 않기 때문에 사우디, 쿠웨이트 등 주로 중동 국가에서 수입합니다. 원유의 주 성분은 탄화수소인데, 이 탄화수소의 성분들은 끓는 점이 각각 달라 이를 이용하여 원유에서 휘발유, 등유, 경유, 경유, 중유 등을 정제/정유(Refinery)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S-Oil, 현대오일뱅크, SK네트웍스, GS칼텍스 등이 이런 정제(정유)를 통해 오일을 생산해내는 회사들입니다.

이런 Refinery를 거쳐 나오는 Oil 중 중유 성분의 하나인 “Bunker C유”를 선박유로 사용합니다. Bunker C유는 품질 측면에서 보면 저급류이긴 하지만, 아스팔트 석유, 코코스 등으로 쓰이는 유용한 제품입니다. 가격이 저렴하기 때문에 가공하여 윤활유 등으로도 쓰이기도 합니다. 선박은 장시간 쉬지 않고 저속으로 운항하며, 이런 고출력의 Oil을 사용할 필요가 없어 이러한 Bunker C유를 지속적으로 쓰고 있습니다.

[ 원유의 분별증류 ]
반면, 항공유는 자동차에서 쓰이는 고급유인 휘발유를 사용합니다. 항공기를 띄우려면 순간적인 출력으로 인해 강한 고효율 연료가 필요하기 때문에 항공용 휘발유를 사용합니다. 실제로 항공기의 연료 소비는 이륙과 착륙 때 절반을 차지한다고 하네요.

자동차의 경우, 휘발유, 경유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휘발유는 연료와 공기를 섞어 불꽃을 일으키는 반면, 경유는 공기를 압축시킨 후 연료에 분사하여 자체 폭발을 일으키게 하여 발화하는 방식이 휘발유와 다릅니다.



정유 기술이 발달함에 따라 선사들은 Bunker C유를 오랫동안 이용하여 왔지만, 2000년도 이후 해양 환경 문제가 대두되면서 향후 선박유 사용의 판세가 달라지게 됩니다.

오호라


2011년에는 IMO에서 1973년 채택한 MARPOL(International Convention for the prevention of Marine Solution from Ship; 선박 오염 방지를 위한 국제협약)의 개정을 통해 국제 항해 선박의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한 의무 조치를 채택하게 되었습니다.

Bunker C유는 열 손실이 적고, 연소 조절이 용이하며, 점화 소화가 간편하여 열의 이용도가 높아 대형 엔진에 쓰기에는 가성비가 좋은 연료이나, 값이 싸고 저렴한 만큼 배기가스에 탄소나 황 같은 온실가스 물질의 농도가 높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따라서, IMO에서는 2013년 이후 인도된 신조선부터 EEDI(Energy Efficiency Design Index; 에너지 효율 설계 지수로, 선박 1 Ton의 화물을 1해리 운송할 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량) 규제를 적용하여 에너지 효율성 개선을 위한 기술적/운영적 조치를 요구하였습니다.

그리고 탄소집약지수(CII)를 2019년 대비 매년 1%씩 2023년까지 총 5%를 낮추게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을 2008년 대비 40% 감축하는 목표를 세웠고, 2050년까지 연간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50%까지 줄이는 장기적인 계획도 세웠습니다.

또, 여러분이 잘 아시는 것처럼, 배출 연료 내 황산의 비중을 기존 3.5%에서 0.5%까지 줄이는 황산 비율 감소(Desulfuration / Low Sulfur) 정책을 강행하였습니다.

[ 선박 연료유 황 함유량 강화 추세 ] (출처 : EIA(미국에너지관리청))
이를 위해 여러 선사들이 황산 배출 비중을 줄이기 위해 새로운 청정 연료(MGO) 개발, LNG 연료 사용, 그리고 배출 연료 필터링 장치인 스크러버(Scrubber) 장치 부착 등 다양한 대안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필자도 유럽에서 20여 개국이 참가하여 열리는 세계 해운 환경 정상화 회의 및 포럼에 수차례 패널리스트로 초대받아 참가를 했는데, 주요 글로벌 해운 선사와 각국의 터미널 및 항만 당국, EU 환경 기구 회장 등이 참가하여 열띤 토론의 각축장이 이루어졌고, 결국 이와 같은 회의를 통해 얻어낸 아이디어들이 지금의 탈 황산 배출 가스 선박의 기조가 되었습니다.


2023년에는 드디어 온실가스의 주범 중 가장 잘 알려진 CO2 배출의 규제가 IMO로부터 본격적으로 발휘됩니다. CO2 배출 규제는 2011년도에 이미 시작(EEDI)되었으나, 그 규제를 더 강화하여 기존의 신조선(2013년 이후 인도 선박)에만 적용했던 CO2 배출 규제 규율을 이전에 건조된 선박까지 확대(EEXI)를 시키는 것입니다.

선사로서는 2013년 이전 건조된 선박의 선복량이 절반 가까이(필자의 조사에 따르면 52%) 되는데, 이 선박들에 대해 Slow Steaming(선박 감속)이나 선박의 상황에 따라 운항 중단, 폐선, 입거 수리 같은 가혹한 결단을 내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입니다. ㅠㅠ

이는 결국 2021년 물류 대란에 이어 환경규제에 따른 공급량 감소 효과로 인한 새로운 공급망 혼란이 야기될 것이 예상되어 벌써부터 물류계를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안볼란다..


현재의 글로벌 물류대란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공급망 차질 및 인플레이션 현상이 벌어지고 있고, 급기야는 소비자 물가의 급등으로 이어져 서민경제에까지 큰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해운 환경에 따른 배출 연료 규제 문제가 제조업, 운송업, 서비스업뿐만 아니라 우리 서민들의 먹고 사는 문제에까지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니 독자 여러분들도 향후 추이를 주목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론적으로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인지는 모르겠으나, 우리나라도 CO2 감소를 위해 적극적으로 국제사회와 공조를 강화하고 있습니다. 2030년 온실가스 비중을 2018년 대비 기존 26.3% 감축에서 40% 감축으로 목표량을 변경하였습니다.

최근 환경부를 중심으로 ‘2050 탄소중립위원회'가 생겨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에 대한 시나리오를 단계별로 만들고, 석탄 발전소 중단, 전기/수소차 보급, 그린 리모델링, 농축산 식성 변화 유도, 이산화탄소 별도 포집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통해 온실가스 축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출처 : 2050 탄소중립위원회)
(출처 : 2050 탄소중립위원회)
미국은 2005년 대비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을 50~53%까지 감축하기로 했고, 자국보다 탄소 배출이 많은 나라에서 수입하는 제품에 대해서는 탄소 국경세를 도입하기로 했습니다. 과연 미국다운 발상입니다.



올해 10월 19일 아마존, 이케아, 유니레버, 미셸린 등 글로벌 기업들은 적어도 2040년도부터 탄소배출이 ‘0’인 선박만 이용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겠다고 하여 선사들의 무탄소 선박 건조가 생각보다 빠르게 확대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현재 전 세계 생산품의 90%를 수송하는 화물선들은 매년 11억 톤가량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하는데, 이는 인간이 배출하는 전체 이산화탄소의 3%로 탄소 배출국 6위인 독일의 탄소 배출량과 동일하다고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지금 선박을 건조하는 각 중공업사에서는 청정 원료인 수소나 메탄올, 암모니아 같은 연료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환경 단체인 CAFT(Clean Air Task Force)는 이전부터 기존 Bunker C유를 대체할 암모니아 사용을 빨리 앞당겨 탄소 배출 제로를 실현하자고 하였으나, 암모니아가 기존 연료보다 7~8배 비싸며 기술적으로 해양 연료로 사용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멋져


자, 이처럼 해운계에서도 온실가스를 감소시켜 하나뿐인 지구를 지키자는 운동이 확대가 되고 있습니다. 탄소중립은 지금 당장 개인, 단체, 기업 국가가 모두 동참하고 실천해야 하는 시급한 과제입니다.

글을 쓰다 보니 제가 환경 운동가가 된 기분입니다.

아니, 우리 모두가 환경 운동가가 된 기분일 것입니다.

온실가스를 줄이려는 전 인류의 계획이 실패로 돌아갈 경우, 우리는 아마 우리의 터전을 다른 행성으로 옮기기 위해 기후 안전화 노력보다 수십 배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마스크에서 해방되자마자 평생 헬멧을 쓰고 사는 운명에 봉착할지도 모릅니다. 저 같이 머리 큰 사람들은 사이즈가 없어 품귀현상을 빚기도 하겠죠.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전에 지금부터 작은 실천들이 모여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을 우리 후손들에게 자유롭게 숨쉬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으로 만들어 주어야겠습니다.

이런 장엄하고 숭고한 다짐과 함께 꼬꼬물 6화 “해운과 환경” 편을 마치겠습니다.

여러분, 2주 뒤에 뵙겠습니다. 안녕!


Cello Square 최덕림 고문 Cello Square 최덕림 고문

유럽에서 13년 주재근무를 하면서
유럽의 각종 세계 해운 환경 Forum과 Conference에
한국인으로 유일하게 참가하여,
한국보다는 유럽 해운 물류계에서 알려진 글로벌 해운 전문가

  • (현) 삼성 SDS 상임고문
  • (전) 한진해운 상무
  • (전) 현대상선 상무
  • (전) 사단법인 함부르크 경제인 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