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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컬럼 바이블 밑 지고 판다는 공급자의 말, 얼마나 믿으세요?

등록일2024-05-15

출처 : 바이블2024. 05. 17

밑 지고 판다는 공급자의 말, 얼마나 믿으세요? (출처 : 바이블)
구매 마인드의 리마인드 먼저, 가장 기본이 되는 구매인의 마인드부터 리마인드 해야 합니다.

공급자와 미팅 혹은 통화를 하게 되면 꼭 한 번은 듣게 되는 바로 그 말. 밑지고 판다는 공급자의 말을 얼마나 믿으시나요? 우리는 성선설을 믿어야 할까요, 성악설을 믿어야 할까요? 이 물음에 대한 답이 가장 중요한 구매의 기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단가 아래로는 진짜 적자예요. 못해요"

“남는 거 없는데..
담당자님 봐서 밑지고 해드리는 거예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그 말을 믿게 되는 순간 손해 볼 확률이 높습니다. 첫 번째 예시, 금속가공업체의 불편한 진실 예를 하나 들어 보겠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티타늄 소재의 제품 질감을 잘 표현하는 것입니다. 마케팅 추천 업체 한 곳과 구매 업체풀인 금속가공업체 여러 곳을 비교 견적 했습니다.

업체 3곳을 추려 제품 샘플을 요청했습니다. 샘플을 받아보니 마케팅 거래 업체가 가장 실력이 좋았고, 그만큼 단가도 제일 높았습니다. 업체는 결정된 것이고, 단가를 얼마나 깎느냐가 관건이었습니다. 아는 금속가공업체 한 곳을 불러서 최대한 조언을 받으며 단가 분석한 뒤, 업체와 협상을 벌였습니다.

임률에 따라 단가 변동이 크므로 예측하기가 매우 어려웠습니다. 일단 차상위 견적에 맞춰 20% 네고 요청하였고, 정말 세밀한 자료까지 제출하며 어렵다는 답신을 받았습니다. 두 번, 세 번 협상을 거듭한 끝에 10% 네고로 합의하였습니다. 내심 이 정도면 성공했다 싶어 상사에게 보고했습니다.

윗 분들은 뭔가 꺼림칙하다며 더 깎으라고 지시하셨습니다. 당시 팀장님께 세 차례 협상 끝에 받은 단가라 더 어려울 것이라고 말씀드렸고, 팀장님께서는 특단의 조치를 제안하셨습니다. 그래서 몇 가지 상황을 연출하여 팀장님, 업체 대표님과 네 번째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네 번째 협상 내내 업체 대표님은 한결같이 이 이상은 안된다고 강력하게 말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성선설을 믿었습니다. "그래, 업체도 먹고 살아야지. 너무 깎으려 들면 신뢰가 무너질 거야." 지지부진하게 결론이 나지 않자 마지막에 팀장님은 초강수를 두었습니다. 업체 대표님은 3일만 시간을 달라며 일단 마무리했습니다.

그 뒤 3일이 지나도 업체 대표님은 연락이 없었습니다. 내심 진짜 거래 끊으려고 작정하셨나 보다 생각했고, 괜히 갑질한 것 같아 미안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팀장님 역시 자신 없는 목소리로 조금 더 지켜보자고 하셨고, 1주일까지만 기다려 보고 그래도 연락 없으면 먼저 불어보려 했습니다.

그런데 5일째 되던 날 대표님에게서 연락이 왔습니다. 이 단가 아래로는 적자라고 그렇게 강력하게 말해 놓고, 천만 원 낮은 단가로 최종 견적을 한 것입니다. 저는 정말 머리를 세게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아! 내가 정말 순진했구나. 밑지고 판다는 공급자의 말을 무조건 믿으면 안되는구나!
가상업체 매장 이미지 (출처 : 바이블)
두 번째 예시, VMD 업체의 디자인 부심 VMD(Visual MerchanDising) 업체와 단가를 선정하는 프로젝트를 맡았습니다. VMD는 상품 판매를 촉진하기 위해 판매 공간과 제품 배치를 매력적으로 꾸미고 관리하는 일을 말하는데, 쉽게 백화점의 진열대를 기획하고 전시하는 일이라고 보면 됩니다.

VMD 자체도 처음인 데다 견적 상세 내역을 확인하니 디자이너의 인건비와 디자인 비용이 대부분이라 적정 금액을 어떻게 산출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결과물이 디자인이라서 보는 사람에 따라 그 가치가 제각각이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마감 일정이 너무 촉박하여 선뜻하겠다는 업체도 없었습니다.

결론적으로 한 업체만이 입찰에 응했고 그 업체가 선정되었습니다. 나름 적정 단가를 산출하여 업체와 세 차례나 협상하였고 천만 원 가까이 네고하여 최종 금액을 확정했습니다. 이에 상부에 보고 드리고 마무리하려 했지만 윗 분께서는 다시 협상하라고 지시하셨습니다.

천만 원이나 깎아 줬는데 더 깎아 달라고 말하기가 난감했습니다. 디자인이기 때문에 객관적 잣대도 없었고, 얼마를 더 깎아야 할지도 막막했습니다. 어쨌든 상부의 뜻이 그러하니 업체 대표님을 만나 이런 사정을 솔직히 얘기하고 조금만 더 깎아 줄 것을 요청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업체 대표님은 이번 일에 뛰어든 것을 후회한다며 깊은 한숨을 내쉬셨습니다.

이런 상황을 팀장님께 말씀드리고 더는 어려울 것 같다고 보고 드렸습니다. 팀장님 지시로 업체 대표와 미팅을 잡고 팀장님과 함께 협상을 진행했습니다. 사실, 얼마를 더 깎아야 할지 몰라서 윗 분께서 천만 원을 지시하셨다고 던졌습니다. 이 대표님 역시 당장 답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며 돌아가서 검토해 보겠다며 마무리했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저는 그 업체가 촉박한 일정 맞추기 위해 고생한 것을 알기 때문에 어렵다고 답변할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업체 대표님은 700만 원 정도 네고된 최종 견적가를 보내왔습니다. 정말 맹세하듯 최초 견적가 이하로는 적자라 불가능하다고 했는데… 또 속았구나. 이번 글을 마치며... 구매업무를 하다 보면 이와 유사한 경우를 정말 많이 경험할 것입니다. 따라서 구매 마인드의 기본 중의 기본은 일단 사람의 말을 무조건 믿으면 안된다는 것입니다. 특히 밑지고 판다는 공급자의 말은 사실이 아닐 수 있습니다.

설령, 진실이라 할지라도 거짓이라는 명제를 세워 명제가 틀렸음을 입증하는 것이 구매의 기본 마인드라고 생각합니다.

사람을 의심부터 해야 한다는 게 조금은 야속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산전수전 다 겪어 보면 그 말이 진리임을 뼈 저리게 느끼게 될 것입니다. 다만, 유의해야 할 것은 합당한 논리를 가지고 의심해야지, 명분도 논리도 없이 의심만 한다면 그것은 곧 갑질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오늘의 결론은 합당한 근거로 적당한 의심을 하는 것이 구매의 기본 마인드라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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