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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컬럼 물류신문 물류패권 2. 물류 쥔 국가,
왜 세계의 판 다시 짤까

등록일2026-02-25

출처 : 물류신문, 손정우 기자2026. 2. 19

전세계 국가들은 더 이상 생산 제조만으로 경쟁하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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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물류신문)

오랫동안 국가 경쟁력은 생산과 제조, 신제품개발 등의 눈에 보이는 능력으로 평가됐다. 얼마나 많이 질 좋은 상품을 만들 수 있는지, 그리고 얼마나 저렴하게 가성비 좋은 상품을 생산할 수 있는지가 핵심 지표였다. 그래서 제조업 기반이 강한 국가는 자연스럽게 선진 강국으로 분류됐고, 생산능력은 곧 국력으로 인식됐다.

유럽에서 독일이 그랬고, 중미 대륙에선 미국이, 아시아에서는 중국과 우리가 대표적인 국가다. 아직도 이 공식은 유효하다. 그러나 이 공식은 더 이상 완전하지 않으며, 앞으로 더더욱 맞지 않게 될 전망이다. 왜냐하면 제조 기반을 유지하고 있음에도 세계 시장에서 영향력을 잃는 국가들이 나타 나고, 반대로 생산 비중이 상대적으로 낮아도 존재감을 키워가는 국가들이 등장해서 다. 이 차이는 산업 구조의 문제가 아니라, 흐름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에서 비롯되고 있다.

전 세계 국가들은 이제 묻고 있다. 무엇을 값싸고 좋게 만들 것인지 보다, 어디까지 어떻게 연결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연결을 얼마나 효율적이고,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가를 말이다. 이제 우리도 이런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항만과 철도, 더이상 인프라가 아니라 권력이다

항만과 철도, 공항은 오랫동안 국가 운영에 기반 시설로만 분류되어 왔다. 국가들에겐 지속적이고, 꼭 해야만 하는 투자 대상이었으며, 관리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 인프라들은 다른 의미를 갖기 시작했다. 단순 시설이 아니라 접근권과 우선권을 결정하는 장치로 기능하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면 각국의 기업들은 이들 인프라들 중 어떤 항만을 거쳐야 하는지, 어떤 철도와 항공 경로가 우선적으로 연결되는지를 검토해 곧 물류 흐름 방향을 결정한다. 그 결과 이 흐름에 포함된 국가는 시장과 연결되고, 배제된 국가는 생산 능력과 무관하게 주변부로 밀려난다.
이제 국가 간 경쟁은 관세나 통상 협상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우리가 보지 못하는 물류 통로와 연결 구조가 실질적인 경쟁 조건을 만들어 낸다.

군수 물류와 민간 물류는 더 이상 분리되지 않는다

국가가 물류를 전략 자산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계기는 ‘위기’ 때문이다. 분쟁과 전쟁, 팬데믹과 제재 국면에서 드러난 사실은 단순했다. 원자재를 비롯해 상품 운송이 끊기면 국가는 버티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런 사실은 이미 코로나 펜데믹과 전쟁들로 충분히 증명됐다.

이 과정에서 군수 물류와 민간 물류의 경계는 빠르게 허물어졌다. 평상시에는 상업용으로 운영되던 항만과 철도, 물류거점이 위기 상황에서는 전략 자산으로 빠르게 전환됐다. 물류라는 용어가 군사용어에서 처음 출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민간 물류망이 국가 안보의 일부로 흡수되는 장면은 역사에서 수없이 반복되어 왔다.
국가는 이 같은 경험을 통해 하나의 결론에 도달한다. 물류망은 위기 때만 관리할 대상이 아니라, 평상시부터 통제구조 안에 있어야 하는 영역이라는 판단이다.

물류 통로를 쥔 국가는 선택권을 가진다

최근 국가 간 경쟁의 핵심은 ‘어디를 통과할 수 있는가’에 있다. 해상운송로, 철도 연결 축, 항공 허브는 단순한 이동 경로가 아니라 언제부터인가 선택과 배제의 기준으로 작동하기 시작했다. 이 핵심 통로에 포함되면 물류비용은 낮아지고, 접근성은 좋아진다.
반대로 이 흐름에서 제대로 된 전략이 없거나, 전략 없이 덤벼 밀려나면 제조 및 생산 경쟁력과 무관하게 불리한 위치에 놓인다. 국가들은 이 사실을 너무 늦지 않게 깨달았다. 그래서 항만을 직접 소유하거나 운영권을 확보하고, 해외 물류 거점과 핵심 이동 경로에 투자를 집중하고 있다. 이제 이 같은 행위들은 경제 협력이라기보다, 흐름에 대한 지분을 확보하는 행위에 가까워졌다.

외교는 말로 하지만, 국가 패권은 ‘물류’로 만든다

표면적으로 국가는 외교적 언어를 사용한다. 협력, 파트너쉽, 공동 발전이라는 표현이 적힌 서류로 오간다. 그러나 그 이면에서는 훨씬 구체적인 계산이 작동한다. 전략적 항만을 누가 우선 사용하는지. 또 이 물류 경로에서 누가 먼저 통과하는지. 위기 상황에서 물자가 어디로 먼저 배분되는지 등. 이와 같은 질문에 대한 답이 실질적인 힘의 방향을 결정한다. 따라서 외교는 말로 하지만, 패권은 물류를 통해 축적된다.

이런 가운데 국가 물류 전략은 거의 공개되지 않는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국가 물류 전략이 공개적으로 논의되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사실이다. 국가 안보, 산업 정책, 외교 전략 속에 분산된 형태로 존재할 뿐, 별도의 명확한 이름으로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결과는 명확하다. 물류를 전략적으로 다루는 국가는 위기 대응력이 높고, 변화에 덜 흔들린다. 반대로 물류를 여전히 실행 기능으로만 취급하는 국가들은 비슷한 문제를 반복해서 겪는다. 여기서 차이는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관점의 문제다. 물류를 단순히 하나의 비용으로 보는가, 아니면 권한 혹은 패권으로 보는가의 차이다.

물류를 쥔 국가는 시간을 산다

국가 패권에서 가장 중요한 자원은 시간이다. 얼마나 오래 버틸 수 있는가, 얼마나 빠르게 회복할 수 있는가가 승패를 가른다. 러·우크라이나 전쟁에서도 이런 공식은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그래서 물류를 쥔 국가는 이 시간을 산다. 공급이 끊겨도 대체 경로를 가동할 수 있고, 충격이 와도 회복의 순서를 앞당길 수 있어서다. 이 능력은 단기간에 만들어지지 않는다. 오랜 기간의 선택과 투자가 누적된 결과로 나타난다.

그래서 물류 패권은 단기 전략이 아니라 긴 호흡 구조의 문제가 되며, 국가 경쟁력이 된다. 국가들은 이미 물류 경쟁에 들어와 있다. 한편 국가는 공식적으로 물류 전쟁을 선언하지 않는다. 그러나 행동은 이미 그 단계에 들어와 있다.

항만, 철도, 공항, 핵심 물류 통로를 둘러싼 경쟁은 점점 노골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 경쟁에서 중요한 것은 규모가 아니다. 얼마나 많은 물동량을 처리하는지가 아니라, 어디에 어떻게 연결돼 있는가다, 그리고 그 연결이 얼마나 지속 가능한가가 핵심이다. 국가는 이제 생산국이 아니라, 연결국으로 평가받는다. 앞으로 이 평가 항목은 더욱 그 위상을 높일 것이다.

다음 질문은 더 구체적이다. EP.02는 국가 단위에서 물류가 어떻게 패권으로 전환되는지를 살펴봤다. 그러나 질문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국가의 전략은 결국 기업과 플랫폼을 통해 구현된다. 그렇다면 다음 질문은 자연스럽다. 국가의 물류 패권은 어떤 기업과 어떤 플랫폼을 통해 완성되는지. 다음 회차 EP.03에서는 플랫폼과 기업이 국가의 물류 전략과 어떻게 맞물려 작동하는지를 살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