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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컬럼 물류신문 [체험기] 오늘도 폭염에 지쳐가는 물류현장, 직접 찾아가보니

등록일2023-08-24

출처 : 물류신문, 김재황 기자, 양윤지 기자, 기자명 석한글 기자, 허지선 기자2023.08.11

[체험기] 오늘도 폭염에 지쳐가는 물류현장, 직접 찾아가보니 (출처: 물류신문)
한낮 기온이 35도를 상회하는 폭염이 우리나라를 덮쳤다. 한편에서는 역대급 폭염을 기록했던 지난 2018년 이후 가장 심각한 더위라는 이야기가 나올 만큼 올여름 한반도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여름철 더위가 올해보다 내년, 그리고 그 이후 더욱 심해질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이다. 잠깐의 외출에도 땀범벅이 되기 쉬운 요즘, 우리의 일상을 지키는 핏줄 역할을 하는 물류를 담당하는 현장이 근로자들은 오늘도 뜨거운 열기 속에서도 자신들의 일을 해내고 있다.

이에 물류신문은 물류 근로자들이 일터에서 체감되는 더위가 어느 정도 수준인지 직접 알아보기 위해 물류센터와 배송기사들의 배송현장을 직접 찾았다. 아울러 물류현장에서 폭염과 관련해 근로자들이 원하는 부분은 무엇이고 어떤 점들이 개선을 막는 장벽이 되고 있는지에 대한 목소리도 직접 담았다. Part 1. 폭염 속 물류센터, 직접 찾아가 봤습니다 더위 한창일 땐 체감온도 40도 육박… 층‧구조 따라 체감온도 상이
폭염과 열대야로 7월 말에서 8월 초, 대한민국은 지쳤다. 그리고 365일 쉼없이 돌아가는 물류센터는 더 지쳤다. 현장에서는 도저히 안되겠다며 1일 파업이라는 초강수를 들고 나올 만큼 폭염에 대응하기 위한 물류센터 내 대응 시스템은 사실상 전무한 곳이 대부분이다. 센터 근로자들이 느끼는 체감온도는 어느정도인지, 실제 현장의 상황은 어떠한지 알아보기 위해 아직 더위가 한창이던 지난 8월 초, 물류센터로 향했다.

한낮 체감온도 최대 40도까지…잠깐 서 있어도 땀으로 샤워
취재팀은 서울의 낮 최고기온이 36도를 기록한 지난 8일, 총 3곳의 물류센터를 찾았다. 첫 번째 물류센터에 도착한 시각은 오전 11시경.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총 5개 층으로 구성된 이 물류센터는 이미 수많은 근로자들이 바쁘게 물량을 처리하고 있었다. 가장 더운 시간대가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해당 센터의 최고층인 4층 실내는 이미 35도 이상을 기록하고 있었다.
온도계 35.1도 (출처: 물류신문)
현장에서 만난 한 근로자는 “오늘은 그나마 덜 더운 날이라서 낫지만 가장 더웠던 7월 말에서 8월 초 사이에는 잠깐만 서 있어도 땀으로 온몸이 젖을 정도였다”며 “여기에 쉴 새 없이 움직이고 물건을 들었다 놨다 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더 힘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여기에 습도도 하나의 변수가 된다. 다른 근로자는 “개인적으로는 요즘 같이 덥기만 한 날씨보다 오히려 습도가 높은 장마철이 더 힘들었다”며 “상품으로 둘러싸인 공간에서 높은 습도와 온도 아래 일하다보면 잠시만 있어도 지치게 된다”고 설명했다. 실제 찾은 현장에서도 상품의 보존을 위해 제습기가 가동되는 부근에서는 비교적 더위를 덜 느낄 수 있었다.

센터 층, 구조 등에 따라 체감온도 달라… 공기순환도 큰 영향
같은 시간대, 취재팀은 가장 더운 4층에서 하나씩 아래층으로 이동했다. 한 물류센터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지하 층의 온도가 가장 낮고 층수가 높아질수록 온도가 높아진다고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의 말과 같이 3층에서는 4층보다 낮은 31도가 온도계에 찍혔다.
온도계 31.6도 (출처: 물류신문)
하지만 단순 온도계에 찍히는 숫자보다 큰 차이는 바로 체감온도였다. 현장에서의 체감온도는 단순 층뿐만 아니라 구조에 따라서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오전에 찾은 물류센터의 3층은 복층의 메자닌 구조로 되어있었다. 메자닌의 하부층에서는 표시되는 온도처럼 4층에 비해 비교적인 쾌적함이 있었지만 상부는 상황이 달랐다. 물량으로 가득 차 있는 데다 막혀있는 구조로 되어 있는 이 구간의 온도는 33도 정도를 기록하고 있었지만, 느껴지는 온도는 오히려 4층보다도 높았다.
온도계 33.1도 (출처: 물류신문)
낮에 찾은 다른 두 곳의 물류센터에서도 같은 상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더운 시간이라고 할 수 있는 12시에서 2시 사이에 찾은 현장은 우리의 생각과는 달리 비교적 낮은 실내 온도인 28도를 기록하고 있었다. 그 이유에 대해 현장에서 만난 해당 센터 관계자는 “이 센터의 경우 근무자들이 주로 근무하는 곳이 지하층에 마련되어 있다”며 “이런 이유로 기본적인 온도가 낮게 유지되고 있다”고 말했다.
온도계 28.5도 (출처: 물류신문)
층이나 구조만큼이나 공기순환 여부도 체감온도에 큰 영향을 끼쳤다.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던 변수는 취급하는 상품의 종류나 근무자 숫자의 차이였다. 상품의 크기가 크더라도 박스로 포장할 수 있는 규격화된 상품을 다루거나 화장품과 같이 소형화물을 다루는 곳은 통로가 오픈되어 있어 비교적 체감온도가 높지 않았다. 반대로 의류 등과 같이 비정형화물을 다루는 현장에서는 공기 자체가 후덥지근한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근무자의 숫자도 변수로 작용했다. 취재진이 찾았던 3곳의 물류센터 가운데 10명 미만이 근무하는 센터의 경우 온도계상 온도나 체감온도 모두 비교적 낮았다. 이에 비해 수십 명 이상이 근무하는 센터는 높은 체감온도를 느낄 수 있었다.

냉방시스템 확보 위해 노력하는 센터도 있어… 근로자들, “더위에 큰 도움”
일반적인 물류센터는 현장 근로자들을 위한 별도의 냉방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경우가 대부분이다. 중소규모의 센터일수록 상황은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번 취재에서 방문한 센터 가운데 녹록지 않은 상황임에도 근로자들을 위한 냉방시스템 확보에 최선을 다하는 곳도 있었다. 해당 물류센터에서는 체감온도를 낮추기 위한 방법으로 높이가 가능한 층에 대해서는 에코팬을 설치해 작동시키고 있었다. 실제 현장에서 본 에코팬은 생각보다 큰 크기로 상당한 세기의 바람을 생성했다. 애초에 실내온도 자체가 높은데 무슨 의미가 있겠냐는 의문도 있었지만 에코팬이 작동하지 않는 층과 비교해보니 공기순환 측면에서 상당한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해당 물류센터에서 근무하는 관계자 역시 “단순 선풍기 바람을 넘어서 에코팬이 있고 없고 차이가 확실히 크다”며 “뜨거운 공기를 최대한 순환해 외부로 빼내는 역할을 하는 것만으로도 체감온도를 낮추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이 물류센터에서는 가장 많은 근로자들이 근무하는 층수에 에어컨을 가동한 별도의 휴게실도 마련해놓고 있었다. 서서히 온도가 높아지던 오전 11시 30분경, 몇몇 근로자들이 현장 업무를 마치고 휴게실에서 휴식을 취하는 모습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근로자는 2층에 비치된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휴식을 취하기도 했다. 이 센터 관계자는 “사실 물류센터라는 특성상 모든 공간을 시원하게 만드는 냉방시스템을 가동한다는 것은 어렵다”며 “하지만 작은 요소라도 근로자들을 배려할 수 있는 시스템을 하나씩 갖추는 것은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혔다. Part 2. 물류센터 폭염 문제, 왜 매년 반복될까? 서비스업으로 분류되는 물류센터...냉방시설 전기세 부담 커, 하루 출고량 정해져 있어 근무 시간 조절은 사실상 불가능
연일 전국에 폭염 주의보가 발효되면서 중앙재해대책본부에서 사상 처음으로 폭염 대응 2단계를 가동했다. 이에 고용노동부 이정식 장관은 물류센터 및 건설 현장을 방문해 “정부의 노력만으로 한계가 있는 만큼 사업주와 근로자들도 ‘안전은 돈보다 중요한 것’이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물, 그늘(바람), 휴식’의 3대 수칙 준수는 기본이고, 온열질환 발생의 급박한 위험이 있는 경우에는 작업을 잠시 멈추고 휴식을 취하는 선제적인 조치를 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여름철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예방가이드 (출처: 물류신문)
이처럼 정부는 여름철마다 물류센터 및 건설 현장을 방문하고 온열질환 예방 가이드를 배포하는 등 폭염으로 인한 안전사고에 관심을 쏟고 있다. 그럼에도 여름철마다 현장 근로자들의 온열질환 발생 사고는 끊이질 않고 있으며 이로 인한 근로환경 개선 요구 및 파업이 반복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냉방시설, 설치가 전부 아냐
물류센터에서 주로 사용하는 냉방시설로는 에어컨, 대형 선풍기, 이동식 에어컨, 에코펜 등이 있다. 이중 가장 시원한 것은 단연 에어컨이지만 대부분의 물류센터에서는 대형 선풍기를 사용하고 있다. 에어컨 가동으로 인한 전기세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물류센터 관계자는 “물류센터는 서비스업으로 분류되기 때문에 공업용 전기세 적용이 안 된다. 여름철 냉방비로 인한 전기세가 8천만 원에서 9천만 원 정도 나오고 있다. 물류센터 전 층에 에어컨을 설치한다고 해도 전부 가동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어컨 대신 일명 ‘코끼리 에어컨’이라 불리는 이동식 에어컨을 이용하는 물류센터도 있다. 하지만 이동식 에어컨은 찬바람을 직접적으로 쐬는 한두 사람만 시원하고 주변 사람들은 에어컨 열기로 더 더워지기 때문에 큰 효과가 없다는 것이 근로자들의 의견이다. 또한 좁은 작업 공간에서 이동식 에어컨은 오히려 걸리적거린다는 근로자도 있다고 한다. 이러한 이유들로 최근에는 에코펜을 설치하는 물류센터가 늘고 있다. 에코펜은 시원한 바람이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물류센터 내 공기를 순환시켜 체감 온도를 떨어트리는데 효과적이다. 하지만 에코펜도 모든 물류센터에 설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에코펜을 설치하려면 보통 3m 정도의 고도가 나와야 하는데 이미 설비 시설이 들어선 물류센터나 메자닌 구조로 이루어진 곳에는 설치가 불가능하다. 현장 관계자는 “에코펜 설치는 물류센터 설계 당시부터 계획해야 한다. 현재 운영 중인 물류센터에 추가로 설치하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천정에 에코펜 설치사진 (출처: 물류신문)
근로시간 조절, 물류센터가 선택할 수 없어
여름철 근로자 안전을 위해 고용노동부와 한국산업안전공단은 더운 시간대에 업무량을 조절하고 휴식을 취하도록 권장하고 있지만 출고시간이 정해져 있는 물류센터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일이다. 현장 관계자는 “출고시간 내에 작업을 마쳐야 하기 때문에 업무시간을 조절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방문한 물류센터 중 더운 시간대에 작업을 중단하는 물류센터는 없었으며 한 곳만 1시간 일찍 출근하는 방식으로 근무 시간을 조절하고 있었다.

또 다른 물류센터 관계자는 “오늘 출고량을 작업하지 못하면 배송이 늦어지고 배송이 늦어지면 화주사와 소비자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업무량 조절은 물류센터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비교적 기온이 낮은 저녁 시간대에 작업량을 늘린 물류센터도 있었지만 다음날 낮에 하는 작업을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정도였지 낮 시간대 작업을 대체할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해당 물류센터 관계자는 “밤에 일하고 낮에 쉬면 출고일이 하루 늘어나기 때문에 밤에 처리할 수 있는 작업에는 한계가 있다. 밤에 일하는 것은 물류 시스템 전체가 바뀌어야 하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코끼리 에어컨 사진 (출처: 물류신문)
현장 상황 고려한 실질적 도움 필요
방문한 물류센터 관계자들은 공통적으로 여름철 물류센터 근로환경 개선은 물류센터와 근로자만의 노력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고 입을 모았다. 물류센터 관계자는 “근로자들이 쾌적하게 일할 정도로 냉방시설을 가동하고 있는 곳은 대기업 물류센터 몇 곳뿐인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여름철 냉방비를 감당할 수 있는 중소형 규모의 물류센터가 과연 얼마나 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물류센터 관계자는 “국내 물류산업이 발전하는 만큼 물류센터에서 창출하는 일자리도 늘어나고 있다. 야간작업의 경우 투잡(Two Jobs) 개념으로 찾아오는 젊은 사람들도 많다. 근무환경이 개선되어야 더 많은 근로자들이 찾아오고 그들이 오래 일하지 않겠나. 물류센터 자체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도 있지만 정부 차원에서 보다 현장 상황을 고려한 실질적인 도움 방안을 마련해 주면 좋겠다”며 정부 차원의 보다 깊은 관심을 요했다. Part 3. 폭염에 노출된 '배송 종사자의 72시간' 배송물량이 곧 수입…‘폭염 속에서도 쉬지 않고 일할 수 밖에 없어’
“무더위로 인해 물을 많이 마셔라, 휴식을 권하는 알람이 오고 쉬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지만 현실적으로 지키기 쉽지 않네요”

무더위가 한창인 8월 7일부터 9일까지 3일간 다양한 배송 현장에서 만난 기사들은 약속이라도 한 듯이 똑같은 말을 반복했다. 모두가 온열질환 등을 비롯해 폭염으로 발생할 수 있는 사고에 대비한 안전 가이드 등을 알고 있지만 실천에 옮기는 것은 다른 문제라고 강조했다.

하루 2회차 배송 위해 쉬지 못했던 ‘마트 배송’
8월 7일. 한낮 최고기온은 36도에 육박했다. A마트 배송기사로 일하고 있는 B씨를 만난 건 김포에 위치한 한 물류센터.

A마트에서 1일 2회차 배송하는 B씨의 하루는 정오쯤 시작된다. 출근과 동시에 전기 트럭에 급속충전기를 연결하고 배송 동선을 짠다는 B씨.
마트 배송기사 사진 (출처: 물류신문)
“이번 회차에 배정된 배송물량은 17건으로 많은 편에 속한다. 늦어도 2시에는 물류센터를 나서야 해서 지금이 마지막 휴식 시간이 될 것 같다. 보통은 에어컨이 나오는 휴게실에서 동선을 짜지만 며칠 전부터 전기차 충전이 잘되지 않아 차에서 충전 상황을 살피면서 동선을 짜고 있다”

충전과 동선 설정을 마친 B씨는 담당 배송 품목이 상차하는 곳으로 이동했다. 물류센터 천장에 대형 팬이 작동하고 있지만 배송 물품을 확인한 뒤 포장 및 상차 작업을 시작하자마자 입고 있던 상의가 젖기 시작했다. 주변 배송기사들 역시 연신 목에 두른 수건으로 흐르는 땀을 닦고 얼음물을 마셨다.

상하차를 마친 B씨는 잠깐의 흡연 후 얼음물을 섭취하고 곧바로 배송지로 향했다. B씨는 “배송기사에게 운전하는 시간은 휴식 시간이나 마찬가지”라며 “안전하게 운전하면서 적절히 휴식을 취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후 2시 35분. 첫 배송이 시작됐다. B씨는 스마트폰 속 주소를 다시 한번 확인하고 배송 물품을 챙겨 배송을 시작했다. 차 속에서의 30분으로 잠시 식었던 땀이 배송을 시작하자마자 다시 비 오듯 흘러내렸다.

“땀이 많이 흐르고 힘들다고 해서 물을 많이 마시면 안 돼요. 내가 땀 흘린 만큼만 물을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대부분의 주문이 주거밀집지역에 몰려 있어 주차, 개방형 화장실 부족 등으로 화장실에 가는 것이 쉽지 않아요”

어느덧 시간은 오후 4시를 가리켰지만 배송지 온도는 35도. 체감온도는 38도에 이르렀고 폭염 경보가 발효됐다. 하지만 B씨에게는 휴식을 취할 여유가 없었다. B씨는 “빨리 배송을 마치고 다시 물류센터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는 것이 최고다. 마지막 회차(야간)를 조금이나마 여유롭게 하려면 빨리 배송을 마무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후 4시 27분. 배송을 마친 B씨는 물류센터가 위치한 김포로 이동했다. 오후 5시쯤 도착한 B씨는 마지막 회차 배송 동선을 짜며 휴식을 취한 후 또다시 포장 및 상차 작업을 하고 다시 배송에 나섰다.

“일반적으로 저녁 식사는 배송을 다 마친 후 집에 들어가서 합니다. 중간에 배고픈 날도 있지만 일을 빨리 끝내고 집에 가서 휴식을 취하고 밥을 먹는 것이 최고의 복지입니다”

배달라이더, "헬멧 중요성 알지만, 숨이 턱턱 막혀"
8월 8일.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서 3년째 배달을 하고 있다는 C씨.

“배달 수요가 많고 점심시간이 빠른 곳은 11시 30분부터 이기 때문에 10시 30분부터 배달량이 조금씩 늘어난다.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지만 그나마 오전은 배달하기 좋은 환경이다”

C씨는 11시부터 밀려오는 배달을 시작했다. C씨는 “무더위에 일하는 현장 근로자들 모두가 힘들겠지만 배달원들은 오토바이 헬멧 때문에 더 힘들다. 안전모의 경우 옆이 뚫려 있지만 헬멧은 얼굴 전체를 감싸기 때문에 열 배출이 힘들어 가끔 숨이 턱턱 막힌다”고 말했다.

C씨의 휴식 시간은 음식점에서 대기하는 시간이다. 그는 “가끔 배달 음식이 조금 늦게 나오거나 일찍 도착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가 휴식 시간이다. 너무 더운 날에는 음식이 조금 늦게 나오길 바랄 때도 있다”고 농담을 건넸다.
날씨 온도 사진 날씨 온도 사진 (출처: 물류신문)
C씨는 점심 배달 시작 이후 잠시도 쉬지 않고 3시 40분까지 연이어 배달했다. 당시 독산동 온도는 37도. 체감온도는 40도를 가리켰다. C씨는 “배달 수요가 일정한 것이 아니라 특정 시간대에 몰리기 때문에 바짝 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제 수요가 줄어드는 시간이라 자주 간다는 휴식 공간으로 향했다. 그가 간 곳은 한 무인카페.

무인카페 앞에는 이미 다른 배송기사들의 오토바이가 주차돼 있었다. 그는 “이곳은 주차하기도 좋고 무인카페라 눈치 보지 않고 편안하게 다른 기사들과 대화를 나눌 수 있어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무인카페 앞 (출처: 물류신문)
‘까대기’ 안 하지만 폭염과 고객 응대에 지쳐가는 ‘택배기사’
8월 9일. 서울 강동구에서 5년째 택배기사를 하는 D씨.

D씨를 만난 건 오전 11시 30분. 그는 서울 복합물류단지에서 약 2시간가량 상차 작업 후 배송구역에 도착했다. 팔토시는 고사하고 민소매 차림의 D씨는 “오늘은 어제보다 시원한 편이다. 숨이 막힐 정도는 아니니 그나마 다행이다”라고 말했다. 시원한 편이라고 했지만 이미 바깥 기온은 31.1도였다.

오늘 D씨의 배송물량은 반품 20개가량을 포함해 약 260개. D씨는 차량 짐칸에서 10여 개의 크고 작은 택배를 꺼내 손수레에 옮겨 쌓아 올린 뒤 배송을 시작했다.
택배화물 사진 (출처: 물류신문)
배송지 간 간격은 보통 차로 1분 내외. 손수레를 꺼내 펼치고 택배를 쌓아 올린 뒤 다시 손수레를 접어서 짐칸에 싣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했다.

오후 2시쯤 되었을 무렵 D씨는 늦은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근처 김밥집에 들어갔다. D씨는 “매일 이 거리에서 점심을 해결한다. 그래서 배송물량에 따라 점심시간이 들쭉날쭉하다”고 말했다. 그는 점심을 간단히 먹고 남은 배송물량 160개를 처리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다.

D씨는 “몇 년 전부터 분류작업자들이 투입돼 소위 말하는 ‘까대기’를 하지 않아도 된다. 만약 분류작업자들이 없었다면 택배기사들은 더욱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배송이 한창이던 4시쯤 잠시 배송을 멈추고 긴 통화를 이어갔다. 일주일 전에 배송한 물품이 사라졌다는 고객의 전화였다. D씨는 “이런 경우 참 난처하다”며 배송을 마치고 CCTV 등을 확인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D씨의 휴대폰은 “내 택배가 어디쯤 있냐”, “1시간만 일찍 와주면 안 되냐” 등 고객의 다양한 요구로 쉴 새 없이 울렸다.

오후 6시. 마지막 배송 구간에 도착했다. D씨는 남은 배송 물품을 손수레에 싣고 더 빠른 걸음으로 배송을 마무리했다. 이마와 목에 흐르는 땀을 닦으며 그는 “기후위기로 매년 더워져 올해가 가장 시원할 수 있다는 뉴스를 봤다. 택배기사, 라이더 등 물류 현장 종사자는 물론 무더위 속에서 일하는 수많은 종사자의 건강과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정부, 기업을 비롯해 모든 사회 구성원이 더욱 노력했으면 한다”는 말을 마지막으로 발걸음을 집으로 향했다.
걸음수 사진 걸음수 사진 (출처: 물류신문)
Part 4. “폭염 알림도 좋지만, '쉴 공간, 얼음물'이 더 필요해” 쉴 공간 부족하고 얼음물 등에 의지하며 강행군
일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인 상태가 2일 이상 지속될 것으로 예상될 때는 ‘폭염 주의보’, 35도 이상인 상태가 이어질 때는 ‘폭염 경보’가 내린다. 정부에서는 폭염 경보가 울리면 충분한 휴식 시간을 가질 것을 권고하지만 현장 배송 기사들은 이는 정말 ‘권고’일 뿐 알아서 재량껏 쉬어야 한다고 입을 모아 말했다.

유일한 휴식처인 ‘차 안’, 에어컨 켜도.. ‘30도 이하’로 내려가지 않아
택배, 마트 배송 등 화물차로 배송하는 기사들은 “쉴 시간도 없지만 마땅히 쉴 곳도 없다”며 차 안이 유일한 휴식 공간이라고 말했다.

유일한 휴식 공간인 화물차의 상황은 어떨까. 차 안의 온도를 측정하기 위해 미리 설치해 둔 온도계의 숫자는 외부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나마 전기차로 마트 배송하는 A씨는 에어컨을 켜고 움직이는 반면 경유 차를 운행하는 택배기사 C씨는 에어컨이 아닌 창문을 다 열어둔 채 배송에 나섰다.

택배기사 C씨는 “에어컨을 작동하기 위해서는 시동을 켜놓아야 하는데 이는 차량에 문제가 생길 수 있고 소음, 매연 등을 일으켜 민원이 발생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에어컨을 작동하는 것이 무의미하다”며 “창문을 다 열고 바람을 쐬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차량화물 내부 온도 사진 (출처: 물류신문)
전기차를 운행하는 A씨는 전기차만의 강점으로 인해 에어컨을 켰지만 쏟아지는 햇빛과 잦은 출입으로 차 안은 여전히 높은 온도를 유지했다. 최고온도가 36도를 웃도는 7일 오후 4시, 유일한 휴식 공간은 ‘차 안’이라 말했던 마트 배송 기사의 차량 내부 온도는 34도였다.
차량화물 내부 온도 사진 (출처: 물류신문)
한편 택배기사 C씨의 경우 9일 오후 2시. 차 안의 온도는 34.4도까지 치솟았다. 모든 업무가 끝난 오후 6시에도 차 안의 온도는 여전히 30도 이상을 유지했다.

택배기사 C씨는 “시원한 곳을 찾아가서 쉴 수도 있지만 휴식한 시간만큼 퇴근 시간이 늦어지기 때문에 되도록 쉬지 않고 빨리 끝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생수 지원도 좋지만 ‘얼음물’ 최고…‘호불호 갈렸던 냉방용품’
계속되는 폭염 주의보에 정부와 기업들은 현장 근로자를 위해 생수, 쿨토시, 폭염 예방 키트 등을 지원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배송 기사들은 “폭염이라 해서 특별히 필요한 물품은 없다. 다만 생수나 얼음물은 필수품”이라고 말했다.

쿨토시, 모자 등과 같은 물품은 세탁, 위생, 효과 등에 호불호가 많이 나뉘어 원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지만 생수는 수분 보충을 위한 필수품이기 때문에 꾸준한 지원을 요청했다.
택배기사 사진 (출처: 물류신문)
마트 배송 기사 A씨는 “올해 회사에서 처음으로 생수를 지원해 준 것 같다. 하지만 찜통 같은 차 안에서 생수는 금방 미지근해져 매일 집에서 생수 여러 개를 얼려서 출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회사에서는 탈수증세를 방지하기 위해 근무시간 틈틈이 물을 많이 마시라고 권고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충분히 마실 수 없다고 설명했다.

A씨는 “물은 딱 땀 흘린 만큼만 마셔야 한다. 화장실을 찾기 어렵고 찾더라도 잠겨있는 경우가 많아 마시는 물양을 조절하는 것도 노하우”라고 말했다.

택배기사 C씨도 “시원한 물을 얻기 위해 병원, 약국, 공공기관, 일부 식당 등 정수기에 물을 받을 수 있는 곳을 외우고 있다. 이곳들에서 시원한 물을 보충하고 있다”며 “더 많은 생수, 더 나아가 얼음물을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동노동자 쉼터, 알고 있지만 방문 ‘어려워’
택배, 배달, 대리운전, 수리 등 특정 장소가 아닌 ‘이동’을 통해 이뤄지는 직업의 종사자들이 크게 늘면서 지자체를 중심으로 이동노동자 쉼터가 곳곳에 생겨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쉼터의 존재를 알고 있지만 다양한 이유로 쉼터를 이용하지 않았다. 그들은 단순히 쉼터를 늘리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를 수렴해 제대로 된 쉼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무인카페 앞 (출처: 물류신문)
배달 라이더 B씨는 “지난해 처음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쉼터에 갔다. 입장할 때 간략한 정보를 요구했다. 아마 방문자 수 확인 등과 같은 통계 작성을 위해 요구했겠지만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며 “그 이후로는 쉼터에 가고 싶은 마음이 사라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라이더는 “쉼터에는 모든 플랫폼 종사자가 모이기 때문에 자유롭게 대화하기 힘든 분위기다. 같은 배달 라이더라도 같은 회사가 아니면 조금 불편하다. 그래서 지역 사무실, 카페, 공원, 지식산업센터 등을 정해 함께 대화하고 쉬고 있다”고 말했다.

택배기사들의 경우 동선상의 이유로 쉼터 활용은 어렵다고 답했다. C씨는 “배송하는 동선에 쉼터가 있다면 잠깐이라도 갈 수 있지만 그런 배송구역을 가진 사람은 정말 극소수”라며 “쉼터에 가기 위해 배송구역을 벗어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배송구역에 있더라도 주차 등의 문제가 있는 곳도 있다. 향후 만들어지는 쉼터들은 높은 접근성과 간단한 화물차 정비 등 택배기사들이 일부러 시간을 내서라도 갈 수 있는 요인들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Part 5. 물류현장 종사자 폭염 관련 설문조사 해보니 온열질환 예방·대처법 알지만 휴식 시간 지켜지지 않아 어지럼증, 두통 겪어
물류신문은 더 많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기 위해 8월 8일부터 9일까지 이틀간 물류현장 종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총 747명 응답했다. 세부적으로는 '택배 종사자'가 432명으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배달 종사자' 299명(40.0%), '기타' 12명(2%), '물류센터 종사자'는 4명(0.7%)이 참여했다.
설문조사 결과 (출처: 물류신문)
설문 응답자의 49.8%(372명)는 폭염으로 인한 온열질환 예방과 대처법에 '알고 있다'고 답했다. '보통이다'라고 답한 응답자도 37.8%(282명)로 대부분의 종사자가 온열질환 예방과 대처법에 인지하고 있었다. '모른다'고 답한 인원은 12.4%(93명)에 불과했다.
설문조사 결과 (출처: 물류신문)
하지만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중요한 휴식시간은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거의 쉬지 않는다'는 답변이 33.6%(251명)로 가장 많았으며 '눈치껏 쉬고 있다'가 31.1%(232명)로 뒤를 이었다. '아예 안 쉰다'는 답변도 15.4%(115명)로 휴식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규칙적으로 쉬면서 일하는 종사자는 19.9%(149명)에 불과했다.
설문조사 결과 (출처: 물류신문)
더위를 피하는 공간(복수응답)으로는 '그늘진 장소'가 439명으로 가장 많았으며 '기타' 243명, '사무실'이 144명으로 뒤를 이었다. 정부와 지자체, 기업에서 확대 중인 '무더위 쉼터'를 이용하는 사람은 16명으로 극히 일부만 사용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설문조사 결과 (출처: 물류신문)
폭염으로 물류현장 종사자가 겪어본 질병(복수응답)에 대해 응답자의 27%(339명)가 '두통'을 겪어봤다고 답했다. 다만 '기타'가 46%(578명)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메스꺼움(190명), 근육경련(90명), 어지럼증(60명)으로 조사됐다.
설문조사 결과 (출처: 물류신문)
물류현장 종사자를 위해 다양한 물품이 지원되는 가운데 종사자들이 뽑는 가장 필요한 지원품(복수응답)은 '얼음물'(395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뒤를 이어 기타(304명), 터미널 냉방장치(283명), 쿨토시(154명), 모자(81명), 손풍기·넥선풍기 등 개인 냉방용품(26명) 순으로 나타났다.
설문조사 결과 (출처: 물류신문)